채권단, 현대그룹을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재계 21위에서 14위로 도약 … 그룹 위상·경쟁력 높아져
현대그룹이 10년 숙원을 풀었다. 현대그룹 현정은(사진) 회장의 강력한 인수의지가 현대건설 인수 경쟁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을 이겼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16일 현대그룹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차컨소시엄을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채권단이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현대건설은 다시 현대그룹의 품으로 들어가게 됐다. 지난 2001년 8월 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된지 9년만이다. 이로써 현대그룹은 자산규모 22조3000억원, 매출 21조4000억원에 이르러 재계 순위 21위에서 단숨에 14위로 도약, 과거 현대그룹의 위상을 회복하게 됐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고 정주영·정몽헌 두 선대 회장이 만들고 발전시킨 현대건설을 되찾은 만큼, 현대그룹의 적통성을 세우고 옛 영광을 재건할 수 있도록 현대건설 임직원 모두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그룹 위상 회복 = 채권단이 매각할 현대건설 지분은 전체주식의 34.88%(3887만9000주)다. 현대그룹측은 인수 희망가격으로 현대차그룹보다 4000억원 많은 5조5100억원을 채권단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예상됐던 4조원대보다 1조원 이상 많은 금액이다.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현대그룹이 주변의 '승자의 저주' 우려에도 과감히 베팅할 수 있었던 것은 '절박감'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지분 8.3%를 보유한 현대건설을 인수하지 못했을 때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어 인수전에 '올인' 했다.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이 우호 지분을 포함해 총 42.77%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현대중공업 17.60% 등 범현대가가 보유한 지분이 30.97%에 이른다. 따라서 현대건설이 현대기아차그룹에 넘어가면 '현대로지엠→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엠'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가 끊겨 그룹의 경영권이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현 회장은 2003년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현대건설 대한 확고한 인수의지를 밝혀왔다.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에서 "고 정몽헌 회장도 건설을 끝까지 지키려고 노력했으며 그러한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만큼 나 또한 건설에 대한 애착이 크다"고 밝혔다. 2008년 3월 20일 고 정주영 명예회장 7주기 선영참배시에서는 "현대건설을 반드시 인수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며 인수의지를 재천명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현대건설 인수는 그룹의 미래를 위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확실한 신성장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사업 경쟁기반 두배로 커져 =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주력했던 또다른 이유는 사업매출구조의 다양화와 대북사업의 시너지 때문이다.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로 기존 현대상선 중심의 매출 구조에서 탈피,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하게 됐다. 사업 경쟁기반이 두배로 커져 해외에서 그룹 위상과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대북사업에서 막대한 시너지가 기대된다. 현대그룹은 북한의 전력·통신·철도·비행장 등 7대 남북경협사업권을 갖고 있어 향후 30년간 150조~400조원에 이르는 북한SOC사업에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또한 러시아-북한-남한을 연결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권, 천연자원 개발, 개성공단 2·3단계 확장 공사, 백두산관광지 개발, 시베리아철도/중국횡단철도 등 연계철도 건설을 통한 대륙연계 물류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을 우량기업으로 되살린 현대건설 임직원들과 함께 현대건설을 글로벌 톱5 기업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그룹은 이달 말까지 현대건설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내년 1분기 안에 주식매매계약과 주식대금납부 절차를 거쳐 인수를 마무리해야 한다.
현대그룹이 2조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수조원을 외부에서 차입해야 한다. 이자만해도 1500억원 이상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서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일부에서 '승자의 저주'를 지적하지만 그것은 '막연한 두려움'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현대그룹은 그룹 위상이나 규모를 고려해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금 조달계획을 제출해 '승자의 저주'는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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