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불만 고조 "MB정권서 양보만 해왔다"15일 금융노조, 22일 KB국민은행 선거 주목
하나은행이 외환은행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우리 등 사실상 정부소유 은행에 대한 매각 움직임 속에 '2차빅뱅'이 예고된 은행권 노사관계가 심상치 않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주요 시중은행과 금융기관의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상대적으로 투쟁성향이 강한 집행부가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포문은 외환은행노조가 열고 있다. 지난 11월 재선에 성공한 김기철 위원장은 하나은행의 인수합병을 반대하며 연일 노조원의 투쟁을 독려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13일 호소문을 통해 "합병에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작지만 강한 은행으로 독자생존해 살아 남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매각대상인 우리은행의 임 혁 위원장도 은행권노조에서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으로 알려졌다. 임 위원장은 우리은행에 대해 은행간 인수합병에 반대하면서 독자생존 방식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매각 추진과정에서 정부와 마찰이 예상된다.
국책은행 노조도 지난 8일 기업과 산업은행 등 9개 기관 노조가 '국책기관노조협의회'를 결성하고 독자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기업은행노조 유택윤 위원장은 13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국책기관노조는 그동안 금융노조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정부의 눈치만 보더라"며 "개별 지부에서 기존의 간부들이 교체되고 비교적 개혁적인 사람들이 당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단일노조인 금융산업노조 오치화 홍보국장은 "지난 2년간 임금삭감으로 많은 양보를 했지만 노조원들 내에서 '언제까지 참아야 하느냐'라는 정서가 있어 대화보다 투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며 "내년에는 시중은행 합병에 따른 구조조정 저지가 현안으로 부상하고, 금융공기업의 성과연봉제도 마찰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올해 은행권 노조선거의 정점은 15일 예정된 금융산업노조와 22일 치러지는 KB국민은행지부 선거결과로 모아진다.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등 8만명이 넘는 노조원을 거느린 국내 최대규모 산별노조인 금융노조와 단일 은행으로 가장 많은 1만 8000명의 노조원이 가입한 KB국민은행지부의 선거결과에 따라 내년도 금융권 노사관계의 풍향을 점쳐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노조는 김문호 현 사무처장이 단독후보로 출마해 당선가능성이 높다. 김 후보자는 그동안 노조 내에서 상대적으로 투쟁노선을 강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그동안 금융노조와 한국노총이 한나라당의 2중대 역할을 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며 "최근 산하노조 선거에서 개혁적인 후보자들이 당선되고 있기 때문에 이들과 함께 금융노조를 조합원중심으로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선거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전이다. 모두 10명의 후보가 나선 가운데 구국민은행과 구주택은행 출신이 각각 1명씩 최종 결선투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선거쟁점은 무거운 주제들이 많다. 이른바 '성과향상추진대상'으로 분류돼 사실상 불명예퇴진의 위기에 처한 1200여명에 대한 구제와 내년이후 언제라도 가시화될 은행 인수합병의 소용돌이에서 노조원의 권익을 보호하는 과제가 핵심이다.
각 후보진영은 서로 적임자임을 자처하지만 은행 내에서는 2∼3명을 빼고 상당수는 자질과 경력 등에서 함량미달이라는 평가다. 일부에서는 10년전 국민-주택은행 합병반대 파업 때와 같은 강력한 지도력에 대한 향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B국민은행노조 한 관계자는 "22일 선거일이 10년전 우리가 일산에서 파업투쟁을 벌였던 그날"이라며 "조합원을 투쟁으로 이끌 수 있는 현장 장악력과 함께 은행이나 정부와도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직원들내에서 조만간 2차 구조조정의 태풍이 불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새 집행부가 투쟁과 협상을 아는 경험있는 후보가 당선되어야 하고, 금융노조와의 호흡도 맞아야 닥쳐올 파도를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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