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조영래, 아름답고 따뜻했던 사람 (정세용)

지역내일 2010-12-14

정세용 논설주간

'조영래, 우리가 그 이름을 불러야 하는 그 사람은 누구인가. 이제 많은 국민이 그 이름을 모르나 정말 온 국민이 알아야할 아름다운 사람. 인간을 사랑했고 그 누구보다 치열했던 그는 누구인가.'

전태일평전을 쓰고 김지하의 양심선언을 실제로 쓴 사람. 부천서 성고문사건 변론을 주도해 전두환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사람. 고작 7년의 변호사 활동으로 다른 사람이 평생을 해도 모자랄 업적을 남긴 사람. 43세라는 한창 나이에 폐암으로 숨진 사람. 그 사람 조영래를 기억하기 위해, 그리고 이제는 탈상을 해야겠다고 10일 지인들이 모였다. 그러나 그의 탈상은 이뤄지지 못했다. 그의 20주기를 맞아 지인들이 모여 추모식을 가졌으나 "바뀌지 않은 세상에 조영래가 있었더라면"이라며 그를 그리워했고 그의 뜻에 따라 세상을 바꾸자고 다짐했다.

장기표 신문명연구원장 등 이날 추도식에 모인 사람들의 말을 종합하면 조영래는 천재라고 할 만큼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는 그리고 겸손하고 글 잘 쓰는 사람이었다. 천재적 능력으로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한 그를 특히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것은 그가 아름답고 따뜻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장 원장은 조영래는 보통 사람이었으나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열정과 집념으로 비범하게 살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영래의 요절은 그의 각별한 성품인 '절대적 겸손의 완전한 실천'이었다고 표현했다.

바뀌지 않은 세상 … '조영래가 살아 있었다면'

조영래는 서울대 전체수석을 한 천재였다. 그러나 그는 공부만 잘하는 출세지향의 천재가 아니었다. 그는 엄청난 집념과 열정, 시대정신으로 학생운동과 사회운동을 했고 인권변호사로 활약했다. 특히 그의 전태일평전은 민중이 역사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기록한 명저로, 이는 분명 역사적 업적이었다. 망원동 수재사건, 대우어패럴사건, 부천서 성고문사건, 보도지침사건, 상봉동 진폐증사건 등에서 보여준 그의 변론은 한국인권사의 획기적 작품이었다. 이들 사건에 대한 그의 변론문은 이 분야의 '권리장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또한 탁월한 언론인이었다. 전태일평전과 김지하 양심선언, 그리고 부천성고문사건 변론요지서 등 3대 명문만이 아니다. 그가 하루 담배 3갑 이상을 피우며 심혈을 기울여 쓴 칼럼 등은 시대의 좌표가 되는 명문이었다는 데 이의가 없다.

우리가 특히 조영래를 기억하고 싶은 것은 그가 절대적으로 겸손했고 따뜻했으며 아름다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부인 이옥경씨는 '조변'(조영래 변호사)이 아기 기저귀도 갈아주는 따뜻한 사람이었으며 비싼 선물은 한번도 받지 못했다며 그의 소박함을 회고했다. 이씨가 받은 생일선물은 줄넘기줄과 귀후비개 정도밖에 없었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노래 잘 부르는 것을 농담삼아 자랑하는 것 빼고는 단 한번도 자신을 뽐내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회고한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조변'이 70·80년대에 환경의 중요성을 갈파하는 등 20~30년 앞을 내다보는 예지력의 소유자였다는 점이고 좌와 우를 뛰어넘어 수많은 이들이 그를 따르고 존경하는 등 통합의 리더십을 소유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겸손한 실천가 … 예지력 있는 통합의 리더십 갖춰

'조영래가 살아 있었다면.'

이날 추도식에 모인 사람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조영래는 민주와 정의가 숨쉬는 아름다운 사회를 꿈꾸었지만 며칠 전 국회에서는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날치기가 행해졌고 전태일의 후예인 다수의 비정규직은 인간적 대우를 받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 그 뿐인가. 남북관계는 퇴행해 급기야 천안함에 이어 연평포격까지 벌어졌다. 인권위 파행 등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는 국격 상승의 암초가 되고 있지 않은가. 5·6공 시절로 돌아갔다는 비난마저 나오지 않는가.

'조영래, 당신이 진정 그립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가 거론되는 지금 정말 당신의 부재가 아픕니다. 이에 당신을 불러내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민중과 약자에 대한 당신의 뜨거운 사랑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할 것입니다. 당신이 꿈꾸던 '아름답고 따뜻한 세상'을 후배들은 기필코 만들고 말 것입니다. 제2·제3의 조영래는 반드시 나타날 것입니다. 지금은 당신을 모르는 후배들도 '아름다운 사람 조영래'를 기억할 것입니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