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 서대문구립 이진아기념도서관장
얼마 전 '도서관 아이(채인선 지음·한울림어린이 출판)'라는 책이 출간됐다. 이 책은 순천 기적의 도서관을 이용하는 엄마와 아이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동화이다. 도서관 개관 무렵부터 자원봉사를 하던 엄마가 아이 출산 후, 생후 1개월부터 아기와 함께 도서관을 다니며, 책과 함께 자란 도서관 아이 '솔이'의 이야기다.
우리 도서관에도 '솔이'와 같은 아이들이 여러 명 있다. 이 아이들은 매일 엄마 등에 업혀 도서관에 놀러온다. 이들에게 도서관 모자열람실은 놀이방이며 책은 장난감이다. 아이들은 엄마나 사서가 읽어주는 동화를 눈 동그랗게 뜨고 흥미진진하게 들으며 상상의 나라, 모험의 세계를 꿈꾸며 성장하는 것이다. 이 뿐 아니다. 주부, 어르신, 결혼이주여성, 장애인까지 연령과 계층을 불문하고 도서관 단골손님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태어나면서부터,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지역의 공공도서관이다. 도서관에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원하는 책을 읽고, 강좌를 들을 수 있으며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지 않고 한문화가족과 다문화가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다. 도서관은 모든 주민들에게 중요한 커뮤니티인 것이다.
도서관의 역할로 가장 손꼽을 수 있는 것은 바로 '평생학습의 장'이라는 것이다. 학교 교육을 넘어 학교 밖 교육을 이끌어 주민의 자기 계발과 정보·지식의 습득과 활용을 통한 부가가치의 창출을 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다문화적 교류와 이해, 자율적 배움, 다매체 사용력 등을 배울 수 있다.
다음으로 도서관은 '지역 문화 활동의 중심지'이다. 주민들은 독서, 토론 및 강연을 통해 문화 향수의 기회를 얻고, 이로써 삶의 질이 높아지며 행복감과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이로써 도서관은 주민들로 하여금 자존감 높은 시민의식을 형성하도록 한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도서관
또한 도서관은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한다. 독서, 토론 등을 통해 주민들의 끈끈한 공동체를 형성하게 한다. 또 어린이 독서운동, 어린이도서관 운영 등으로 사회적 보육이 가능하며 저소득층,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정신적 안식처가 된다. 특히 노령인구의 도서관 이용은 노인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도서관은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곳이다. 도서관에서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와 정보에의 평등한 접근이 보장된다. 또한 사유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며 역사적 사실의 보존 장소이며, 결코 강요하지 않으며 균등한 기회를 제공한다.
도서관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도서관에 대한 정부 정책도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도서관 전담부서를 두고 도서관 확충에 노력하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도서관 수가 부족한 우리나라에 지속적인 도서관 건립이 이루어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작은 도서관을 많이 짓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계획이 제대로 실현된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는가?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매우 만족해 할 것이다. 그러나 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도서관 확충에서만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도서관이 제대로 역할하게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개관 후에는 운영예산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 지자체의 취약한 재정 상태는 도서관 운영예산의 삭감으로 연결되곤 한다. 적절한 운영예산 없이는 사업의 지속성도 보장되지 않는다. 주민들은 수준 높고 친절한 도서관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
또한 도서관이 제 역할을 하려면 사서의 배치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훌륭한 도서관 서비스는 사서의 좋은 역량에서 나온다. 2009년 국정감사에서 모 국회의원이 제시한 '공공도서관 사서직원 현황'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공공도서관 채용 사서는 법적 기준의 20%이며, 사서가 없는 도서관도 전국에 33곳에 달한다고 하였다.
물을 주어 키워야 하는 화초
현행 도서관법에 명시된 사서배치기준을 지키는 도서관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인력이 부족한 도서관에 제 역할을 요구할 수 있을까?
도서관은 지어놓으면 저절로 굴러가는 건물이 아니다. 정성을 들여 물을 주어 키워야 하는 화초와 같다. 지역사회에서 도서관 역할이 커지는 만큼 운영여건의 기반 조성이 절실하다. 도서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성숙한 사회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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