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는 누가 뭐래도 스키장

무주에서 오랜 벗들과 한 해를 마무리하다

지역내일 2010-12-17 (수정 2010-12-17 오전 9:18:33)


무주리조트 전경


이제 곧 많은 이의 마음을 달뜨게 만드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시즌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송년회는 스키장에서 보내기로 했다. 매년 25일이나 말일에 예약을 했지만 스키를 탄다라기 보다는 리프트를 기다린다는 표현이 맞을 만큼 사람들로 북적일 때라 올해는 상대적으로 한가한 둘째 주 토·일요일로 날을 잡았다.
웬만한 노하우 없이는 예약이 어려운 덕유산자연휴양림을 숙소로 잡았다는 기쁜 소식과 주부들을 배려해 저녁은 사먹기로 했다는 기특한 소식을 안고 집을 나섰다.


설천봉의 아름다운 눈꽃


무주 설천봉은 아름다운 눈꽃으로 장관 연출

새벽별보며 출발해 오전에 무주에 도착하니 그나마 리프트를 바로바로 탈 수 있어 다들 만족해했다. 아이들과 신랑들은 스키 타러 보내고 엄마들은 춥다며 모여 앉아 수다 떨기를 선택했다. 카페테리아에 자리 잡고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점심 시간. 이제 스키장은 사람들로 차기 시작했고 리프트 줄 또한 길어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있던 식당에도 사람이 많아 더 이상 앉아 있기 눈치가 보여 곤도라를 타고 설천봉에 가기로 했다.
해발 1520m 설천봉에 도착하면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을 20분 만에 오를 수 있어서 그런지 등산객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눈으로 덮여 은빛 장관을 연출하는 설천봉 주변에는 아름다운 풍광을 담기위해 매서운 바람에도 사진 찍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설천봉 카페테리아에서 뜨끈한 어묵에 차디찬 생맥주를 한 잔 들이키고 있자니 세상의 모든 여유를 즐기는 것 같아 좋았다. 해마다 별 탈 없이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었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빌었다.


독일가문비나무 숲


별이 빛나는 밤에 친구들과의 유쾌한 수다

오후가 되자 역시나 많은 사람들로 리프트 줄은 만원. 리프트를 30분 이상을 기다려 타고 올라가면 슬로프를 타고 내려오는 데는 고작 몇 분이 걸리지 않는다. 그래도 짧은 찰나의 즐거움을 위해 기꺼이 30분 이상을 기다리는 스키어들과 보더들은 제철을 만나 마냥 신난 표정들이었다.
오후 폐장 시간이 다 되어 남편과 통화를 하려는데 계속 불통이었다. 저녁 식사 장소로 출발해야 하는데 연락이 닿지 않아 발만 동동 굴렸다. 알고 보니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면서 친구와 통화하던 남편이 핸드폰을 리프트 아래로 떨어트렸다는 것. 특히나 남편 핸드폰은 흰색이라 눈으로 덮여있는 산에서 한참을 찾아 해매는 장면을 멀리서 지켜보는데 참으로 가관이었다. 어느 집이든 큰 아들이 사고를 제일 많이 친다는 말이 맞다 싶었다.
한 상 가득 맛난 저녁을 먹고 숙소로 향한 시각은 저녁7시 무렵. 한 해의 마무리를 시원한 맥주와 함께 시작했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유쾌한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친구들은 이따금씩 찬 공기 마시러 나갔다 들어와서는 “30초 정도 눈을 감았다 떠보면 층층이 밤하늘을 뒤덮고 있는 별을 더 잘 볼 수 있다”며 아이처럼 마냥 좋아했다. 날이 좋아서인지 밤하늘의 별은 층층계단을 이루며 반짝거렸다. 한참동안 그렇게 별을 바라보면서 참 행복하다고 혼자 중얼거렸다.


독일가문비나무 숲 설경


‘천년의 숲’ 독일가문비나무 숲 산책

느지막이 아침을 챙겨 먹고 우리가 향한 곳은 덕유산자연휴양림 내 독일가문비나무 숲이었다. 작년에 보드를 타다가 다리를 다친 친구가 독일가문비나무 숲까지 먼 거리면 걷기 힘들다고 하자 다른 친구가 가깝다며 “독일제 피톤치드는 믿을만하다”고 말해 다들 크게 웃었다.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는 ''2010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덕유산 독일가문비나무숲’을 ‘천년의 숲’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독일가문비나무 숲은 1930년대 조성된 숲으로, 평균 23m 높이의 가문비나무 200여 그루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상쾌한 오전의 숲속에는 우리 일행 말고는 아무도 없어 호젓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10분 정도 걸었을까? 산책로 옆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가니 하늘로 쭉쭉 뻗은 독일가문비나무와 얼마 전 내린 눈이 어우러져 황홀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다들 큰 기대없이 왔다가 멋진 풍경에 근사하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가문비나무 숲을 제안했던 건 바로 나였기 때문에 다들 흡족해해서 속으로 안도했다. 별로였으면 배불리 욕을 얻어먹었을 테니까.
숲 산책을 끝으로 우리의 송년회도 안녕이었다. 5월쯤에는 남해로 놀러가자며 삼천포 해산물이 저렴하다는 이야기로 또 다른 여행을 계획했다. 여행은 계획할 때도 즐겁지만 무엇보다 함께하는 좋은 사람들 덕에 늘 행복한 추억으로 남는다. 고마운 인연이다.




사진 제공 : 무주스키장,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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