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화섭의 글로벌 경제진단] FRB의 정치적 몰입

지역내일 2010-11-24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정치와 거리를 두어 온 미국 연준(FRB)이 정치에 몰입하고 있다. 재정적 경기부양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FRB가 벌이고 있는 2단계 양적 통화완화(QE2)에 대한 국내외의 거센 비판에 맞서 벤 버냉키 의장과 FRB 핵심 인사들이 강력히 반격에 나서면서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의 전통을 무너뜨리고 있다.

당초 QE2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1조7000억 달러(QE1)의 채권 매입에 이어 다시 6000억달러의 돈을 풀어 재무부증권을 매입하려는 이번 계획의 정책적 효과에 관한 미국 내부의 논쟁이었다. 그러나 G20 서울 서밋에서 미국이 중국과 여타 신흥경제국들의 환율조작과 글로벌 경상수지 불균형의 시정을 중심 이슈로 제기하자 다수 국가들이 달러화를 대량 살포해 경기회복을 꾀하려는 QE2야말로 의도적인 달러화 약세정책이라고 반발하면서 국제적 논쟁으로 비화되었다.

버냉키 의장, 중국 환율조작 비판으로 정치적 부담 자초

이런 가운데 19일 벤 버냉키 FRB 의장이 프랑크푸르트에서 연설하면서 그 특유의 학자적 어투를 지키면서도 직설적인 표현으로 이 논쟁에 뛰어들었다. 그는 QE2가 결코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려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중국과 여타 신흥국들이 통화조작을 통해 자체 경제를 과열시키고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 조정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난했다.

경제분석가들은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버냉키 의장의 QE2 옹호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가 해외에서 오바마 행정부를 거들어 직설적인 표현으로 중국 등의 통화조작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미국의 통화정책 책임자로서 전혀 적절한 행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누리꾼은 FRB의 정치화에 우려를 표시하며 "G20에서 오바마가 QE2를 옹호하고, 이제 헬리콥터 벤이 오바마 정책을 두둔하고 나서니, 앞으로 누가 FRB의 독립성을 지켜주려 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경제분석가들은 또한 버냉키 의장의 연설이 환율 문제를 재무부의 소관사항으로 간주해 FRB가 끼어들지 않는다는 오랜 관행에 벗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6일 뉴욕연방은행 윌리엄 더들리 총재와 제인 옐런 FRB 신임 부의장를 필두로 17일과 18일 보스턴과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가 잇따라 "QE2가 달러 하락을 목표로 하지 않거나 달러 가치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옹호하고 나섰다.

특히 버냉키 의장이 연설하던 19일에는 뉴욕연방은행 국제부장이 보기 드물게 직접적인 표현으로 "최근 달러화가 약화되었지만 그것은 결코 정책의 목표가 아니라 부차적인 정책효과일 뿐이며, 또 최근의 금리 및 인플레이션 기대의 둔화와 변화에 비추어 전혀 과도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FRB 인사들은 왜 이처럼 QE2 옹호에 열을 올리는가. 피어폰트 증권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RB가 채권매입을 통해 금리를 낮춰 경기부양을 꾀하려던 당초의 목표가 어려워지면서 '통화정책의 2차적 과정으로 달러 하락의 수출증대 효과'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헤지펀드 운영자였던 앤디 케슬러는 다른 해석을 제시한다. 경제평론과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FRB가 6000억 달러를 추가로 풀지 않으면 주택시장이 붕괴되고 건설부문 대출의 부실화로 인해 미국 은행들이 위태롭게 되므로 이를 막으려는 것이 FRB의 진짜 의도"라고 주장한다.

QE2의 진짜 목적은 주택시장 붕괴에서 은행보호

QE2의 정책 목표가 무엇이든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FRB의 신뢰성이 뿌리까지 흔들리고 있다. 모건 스탠리 아시아 비상근 회장인 예일대학의 스티븐 로치 교수는 FRB 인사들이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적절한 대응 능력과 정책 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이것은 '정책 수단'이 아닌 '정책 의지와 독립성의 문제'라고 지적하며 FRB의 신뢰성 실추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다.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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