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자지원 잘 돼야 범죄 줄 것"
"남편의 빈자리가 갈수록 더 커져요. 이런 일은 왜 서민들에게만 일어나는 건지…" 장 모(여 42)씨는 항상 생각난다는 남편이 또 떠올랐는지 말끝을 흐렸다.
오순도순 단란했던 장씨의 가정에 평지풍파가 인 것은 지난 8월이었다. 여름날 오후 TV 앞에 모여 앉은 네 가족에게 갑자기 낯선 남자가 나타났다. 흉기를 들고 들어선 남자로 인해 장씨 가정의 평온은 깨지고 말았다. 범인은 부인 장씨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치고 남편 임 모(42)씨의 옆구리를 흉기로 찔렀다. 장씨는 상처를 입는 정도로 그쳤지만 임씨는 세상을 뜨고 말았다.
사건이 있은 지 4달이 지났다. 장씨는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면서도 "남편의 빈자리가 갈수록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여전히 마음을 잡지 못하는 중학교 2학년생 큰딸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 든다. 겉으로 내색하지도 않고 아빠 얘기도 의식적으로 하지 않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남편이 워낙 다정다감한 사람이라 아이들이 잘 따랐다"며 "지난 시험 때 아이가 시험을 망친 걸 보니 아직도 아이가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씨는 딸과 함께 일주일에 한번씩 스마일센터에 다니며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사건 당시 받은 심리적인 충격은 쉽게 가라앉지도 회복되지도 않는다.
두 달 전에는 법무부에서 주거지원을 해줘 전세임대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하기 전까지는 아이 이모네 집에서 머물렀다. 큰딸은 이모집에서 계속 살자고 하더니 이사를 하고 나서는 한동안 밤에도 TV를 켜놓아야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맞벌이로 생계를 꾸려나가던 장씨네 가족은 남편이 떠나고 나서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작은 회사에서 경리 업무를 하고 있는 장씨는 "애들 학원도 제대로 못 보내고 있는 걸 생각하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은 태권도학원에 다니고 있고 나머지 교과공부는 둘 다 학습지를 받아보는 정도다. 장씨는 "남편이 살아있을 때도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그런 것이 더 힘들게 됐다"며 "아이들이 한창 커갈 때인데 앞으로의 일을 생각을 하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남편을 잃은 데 대해 큰 내색 않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마음을 다잡는 장씨지만 "착하게 사니까 손해 보는 것 같다. 좀 독해져야 세상 살기가 편하지 않겠냐"는 마음에 없는 말도 했다. 다른 사람 챙겨주는 거 좋아하고 착하디착하게만 살았던 남편이 어이없이 떠나버리자 생긴 마음이었다.
장씨는 이런 '묻지마 살인' 사건이 일어난 것에 대해 "범인도 출소한 지 얼마 안돼 그런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결국 사회에서 출소자들을 받아주지 않으니 그런 범죄에 노출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범인이 죄값은 죄값대로 치러야하겠지만, 앞으로 이런 범죄 때문에 억울한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나 사회에서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장씨는 독한 마음을 먹겠다면서도 사실은 그럴 줄 모르는 순하디순한 사람이었다.
한편 법무부는 범죄피해자보호법을 개정해 범죄피해자를 위한 주거지원, 전문가 상담 심리치료를 위한 스마일센터 등을 개설 이들에게 경제적, 심리적 지원을 하고 있다. 내년에는 범죄피해자구조자금을 385억원에서 623억원으로 증액해 범죄피해자구조사업을 더욱 활성화할 예정이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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