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FRB)의 존재 목적은 "최대한의 고용과 안정된 물가, 그리고 적절한 장기금리의 목표를 효과적으로 실현하는 것"으로 그 설치법에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FRB의 공식 웹 페이지는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공격적인 대응을 통해 경제파탄을 막아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해가 바뀌면 미국 하원의 FRB 감독관(금융위원회 산하 국내통화정책 소위원장)의 자리에 앉을 인물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FRB를 없애라'는 베스트셀러를 쓴 론 폴 하원의원은 FRB가 바로 위기의 진원지이며, 이 기구를 없애는 것이 위기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한다.
중앙은행 폐지론자, 내년 미하원 FRB 감독소위원장 맡아
많은 이들은 FRB를 없애면 미국 경제가 멈춰서게 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또 그가 주장하는 금본위제로 돌아갈 경우 신용카드나 전자결제와 같은 금융도구들을 계속 쓸 수 있을까 의아해 한다. 그러나 론 폴 의원의 신념은 확고하다. 최근 C-SPAN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내가 해온 바를 정확히 계속할 것이다. 이제부터는 '더 좋은 위치'에서 그렇게 할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FRB를 없애는 일에 왜 이토록 열을 올리는가. 그 이유는 "오직 FRB만이 사실상 무(無)의 상태에서, 아무런 감독이나 감시도 받지 않은 채, 새로운 돈과 신용을 창출할 수 있고, 그 결과로 인플레이션을 야기하면서 재정적자와 불필요한 전쟁, 그리고 과도한 지출을 조장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밝힌다.
과거에 금이나 여타 실물에 근거한 통화체제 하에서는 화폐의 가치를 실물로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왕이나 독재자들조차도 재정지출에 제약을 받았다. 그러나 1971년 '닉슨 쇼크'를 계기로 금과의 연계가 완전히 끊어지면서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의 발권력을 가진 미국은 아무런 제약없이 돈을 찍어내며 세계적 인플레이션과 경제위기를 촉발해왔고, 바로 배후에서 이를 뒷받침해 온 것이 FRB라고 론 폴 의원은 고발한다.
그는 FRB가 금융위기를 맞아 제로금리와 양적 완화라는 극단적인 정책으로 경제를 구해낸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런 정책으로 인해 앞으로 더 엄청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중앙은행으로서 FRB는 금융권에 대해 이른바 '최후의 대출자' 역할을 맡아 은행들이 과잉·부실 대출과 고부채 위험투자를 감행하는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있고, 그 결과로 위기에 부닥치게 되면 대마불사(Too Big To Fail)를 내세워 국민의 혈세로 은행들을 살려내면서 한층 더 큰 위기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론 폴 의원은 FRB를 없애고, 부실은행은 시장 원칙에 따라 파산시켜 정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을 빌리면 "나는 규제자가 필요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우리는 법과 질서가 필요하다 … 시장은 위대한 규제자이다. 그런데 우리는 시장이 훨씬 더 엄격한 규제자일 것이라는 인식과 신뢰를 상실하고 있다."
FRB는 지난 1913년 금융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 뒤로 1930년대 대공황이 폭발했고, 그 뒤로도 미국은 되풀이하여 금융위기에 시달렸다. 결국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대침체'를 맞았다.
금융 비대화, 실물경제 유리가 위기의 근본원인
많은 누리꾼들은 이런 FRB를 다스릴 인물로 론 폴 의원의 등장을 환호하며 그에게 2008년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미국의 국책주택금융기관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손봐줄 것을 당부한다. 그렇지만 마찬가지로 많은 다른 누리꾼들은 그를 이상주의자나 공상주의자로 매도하면서 "얼굴이 밉다고 코를 잘라 낼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반박한다.
어느 쪽 주장을 지지하든 한가지 분명한 진리는 금융산업의 비대화와 실물경제와의 유리(遊離), 그리고 대마불사라는 관행이 지속되는 한 금융위기 역시 더욱 빈번히 한층 위협적인 형태로 되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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