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농촌 노후주택 고쳐주기에서 생긴 일

지역내일 2010-12-24

윤충열 한국농촌건축학회장

지금 우리의 농촌은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의 전폭적인 지원과 도움을 받아 도시 부럽지 않은 곳이 많다. 도시민도 고향 같은 푸근함이 있는 농촌, 그림같이 풍경이 아름다운 마을에서 심신을 쉬기 원한다. 농촌이 추구해야 할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 농촌의 현실은 다르다. 35년이 넘은 노후주택의 비율이 19.5%에 이른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취약계층이,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불량노후주택에 산다.

지난 2009년 여름 전북 장수군 오지의 한 마을에서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10살부터 6살까지 정확히 1년 터울인 5명의 해맑은 어린이들이 부모님과 부엌을 겸한 단칸방에서 함께 살고 있었다. 나이 많은 할머니는 젊은 부부와 아이들을 위해 창이 없는 냉골 별채에 기거하고 있었다.

2007년부터 4년 동안 농촌 노후주택 고쳐주기 봉사를 했지만 이렇게 많은 어린이를 오지의 농가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가족구성에 비해 지나치게 열악한 주거규모나 주거환경에 또 한 번 놀랐다.

5명의 아이들과 부부가 단칸방에서

약 보름 간 학생들과의 노력으로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반듯한 침실 3개와 조그만 거실과 부엌, 그리고 누수로 공사 내내 애를 먹였던 화장실 개보수가 완료되었다. 할머니가 기거하는 곳에는 옹색하나마 빛이 통하는 창을 만들었다. 젊은 대학생 봉사자들도 속이 다 시원하다며 즐거워한다.

아이들은 난생 처음 자기들의 방이 생긴 것에 놀랐고, 부모들은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새 희망을 얻는 것 같았다. 최근 그들을 만나고 온 지인에게서 소식을 들었다. 8개월 전에 막내가 태어나 식구가 아홉으로 늘었단다.

요즘 그 집의 가장은 아이들을 트럭 앞자리 뒷자리에 가득 앉히고 초등학교와 유치원을 바삐 오간다고 한다. 짬짬이 삯일도 하고 농사도 짓고 집안일도 거드는 등 바쁜 일과 속에서도 아이들 등하교는 빠지지 않고 챙긴단다. 필리핀에서 결혼이민을 온 어머니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영어 원어민 강사로 활동한다고 한다.

그 가족을 늘 옆에서 지켜보는 사회복지사의 얘기에 따르면 '집이 바뀌고 나서 가족의 생활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아버지는 아이들의 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어머니는 자신이 지역에 보탬이 되고 경제활동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기뻐한다. 집에 대해서는 유독 자신감이 없던 아이들이 이제는 당당하게 자기 방과 수세식 화장실이 생겼음을 자랑한다는 행복한 전언이었다.

현장에서 우리 젊은 건축학도들은 뜨거운 정열을 갖고 본인들이 지닌 전공지식을 최대한 발휘한다. 신축이 아닌 기존주택의 증·개축이라는 한계를 극복하느라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그렇게 정성을 모아 땀 흘리며 지은 새로운 생활공간이 아홉 식구에게는 희망과 꿈을 다시 세워주는 계기가 된 것이다.

다솜둥지복지재단과 함께 집 고쳐주기

우리가 그 가족에게 준 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조그마한 능력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중요한 삶의 원동력이 된다.

2007년 시작할 때의 난감함이 엊그제 같다. 많은 후원자의 도움으로 다솜둥지복지재단과 함께 집 고쳐주기로 봉사의 즐거움을 맛본지도 올해로 벌써 4년차가 되어가지만 늘 이제 시작인 것 같이 느껴진다.

매년 여름 우리는, 우리의 조그마한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곳에 생활도구와 공구를 싸들고 힘차게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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