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변산해수욕장, '규제' 30년에 상가 초토화
새만금방조제 완공 후 백사장 매년 2.5㎝ 사라져
1933년 일제에 의해 전국 최초 해수욕장으로 개장한 전북 부안 변산해수욕장이 위기에 처했다. 대천·만리포와 함께 서해안 3대 해수욕장으로 명성을 떨쳤던 과거는 고사하고 백사장이 해마다 줄어 해수욕장 명맥마저 위협 받고 있다.
◆공원구역 묶여 30여년간 제자리 = 변산해수욕장은 국내 최초 해수욕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름철에는 하루 20만명이 다녀가는 관광지였다. 정부기관이나 대학의 수련원이 잇따라 들어서고 인근에 멋진 절경을 지닌 내변산을 품고 있어 여름철 관광지로는 제격이었다.
그러나 198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고 보존에 초점을 맞추면서 해수욕장 인근은 급격히 쇠퇴했다. 규제에 묶여 변변한 숙박시설 하나 들어서지 못했다.
상가는 공사장에서나 쓰이는 버팀목으로 처마를 지탱하고 청소년 수련원과 공무원 연수원 등은 폐허나 다름없게 변했다. 잘 나갈 때 127개에 달했던 민박집 등 상가도 20여개에 불과하다.
2003년 공원구역에서 제척되고 부안군과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관광지 개발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재도약 기대를 품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는 2004년 변산 해수욕장 일대 46만6000㎡에 657억원을 투자해 습지생태원, 갯벌체험장, 어촌체험마을, 호텔 등을 만들어 사계절 관광지로 부상시키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그러나 기대도 잠시, LH공사의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변산 관광지 조성사업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 새만금 방조제~변산해수욕장~격포해수욕장~내변산을 연결하는 해안관광도로가 관광객을 끌고 있지만 변산해수욕장 인근 주민들은 '그림의 떡'이다.
◆해파리·거품 탓에 지난해 개장 포기 = 설상가상으로 성수기인 여름철 해수욕장에 거대한 거품덩어리와 해파리가 몰려들었다.
주민단체인 '변산지역발전협의회'는 "방조제가 완공된 후 가력배수갑문부터 누런 거품이 해수욕장으로 길게 이어지고, 해수욕객들에게 동시다발적으로 피부병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주민 의뢰를 받은 종합병원의 진단은 '해수에 의한 접촉성 피부염'이었다. 또 해파리가 이상 번식하고 백사장 곳곳에 웅덩이가 생겨났다. 모래가 사라진 것이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해수욕장 문을 열지도 못했다.
주민들은 이러한 기현상이 2006년 4월에 끝난 새만금방조제 공사 영향이라고 믿고 있다.
2007년 주민들 진정으로 중앙환경분쟁조정위가 피해조사 등을 권고했으나 '법적 강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조사가 실시되지 못했다. 주민들 자체적으로 피해를 조사해 근거를 마련해야 했으나 조사용역비만 1억원을 넘기는 사안으로 시도조차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농촌공사새만금사업단이 발주한 용역에서 해수욕장 침식현상과 관련해 의미심장한 결과가 나왔다.
'새만금 영향 해역의 생태 및 해저 지형변화와 연구' 용역을 실시한 군산대 최진용 교수는 변산해수욕장이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끝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간 연평균 2.5㎝씩 침식됐다고 밝혔다.
최종 용역결과 발표에 앞서 최근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최 교수는 "방조제를 막으면 유속이 떨어져 퇴적중심의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변산해수욕장에선 침식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조류는 70%, 파랑(파도)은 50%가 줄면서 환경에너지가 줄었는데 백사장이 매년 2.5㎝씩 줄어들고 당분간은 침식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 교수는 "해수욕장 침식과 방조제 축조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것은 분명한데 직접적 원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수면상승이나 조류의 변화 등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내놓았다.
물론 주민들은 용역을 의뢰한 사업단에 면죄부를 결과라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 조동찬씨는 "방조제 축조가 침식에 영향은 있는데 원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은 주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업단의 최종 용역결과가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주민들 주장이 담긴다면 피해에 따른 보상문제가 불거질 것이고, 직접 연관성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지면 저항을 불러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변산지역발전협의회는 "사업단의 연구용역에 기댈 수밖에 없는 주민 처지가 한탄스럽지만 변산해수욕장의 재도약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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