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택 자치행정팀장
최근 한 서울시의원이 트위터에 재미있는 글을 올렸다. 그는 "한 사람(오세훈 시장)이 웃어른(서울시민)의 중매(지방선거)로 결혼해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물었다. 답변은 '1. 대화로 갈등을 조정한다. 2. 가출한다. 3. 배우자와 못 살겠다고 신문에 광고한다. 4. 2번과 3번을 동시에 한다'에서 고르란다.
예산안 심의를 둘러싼 오세훈 시장과 시의회의 기싸움이 예사롭지 않다. 서울시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도 예견된다. 준예산이 편성되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어느 지점에서부터 꼬였을까. 원인을 따져보자. 서울시는 시의회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말한다. 시의회가 무상급식 조례안을 제정해 집행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가. 지방자치법을 보면 지방의회는 주민의 대표기관이다. 여기서 대표기관이란 주민의 정치적 대표기관을 의미함과 동시에 지방의회의 행위는 법적으로 모든 주민의 행위와 동일시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무상급식 조례안'은 다수 서울시민들의 뜻
다시 말해 '무상급식 조례안' 제정은 지방의회에 자치입법권을 부여한 주민의 뜻이고 합법적이라는 얘기다. 물론 지방의회가 하는 일이 모두 정당하다는 뜻은 아니다. 주민의 이익과 반하는 조례라면 백번이라도 거친 싸움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서울시의 대표는 엄연히 오세훈 시장이기 때문이다.
싸울 수 있는 방법도 관련법에 다 나와 있다. 우선 지방의회가 제정한 조례에 문제가 있다면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가진 것처럼 지자체장은 '재의요구'라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상위법을 위반하고 국가 정책에 반한다고 판단될 때는 조례 무효화를 위해 대법원에 제소할 수도 있다.
이런 것보다 더 유효한 무기가 있다. '대화와 타협'이다. 생각이 다르다고 어느 한편이 쓰러질 때까지 싸워야 하는가. 그런 사회는 민주화된 사회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이 바탕이다. 서로의 이해를 고르고 고른다면 타협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타협이 야합은 아니다. 대화로 갈등을 조정하는 게 답이다.
오 시장이 이런 사정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이유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치적 목적 때문에 지방의회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예산심사만 해도 그렇다. '서울전선'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강하게 투쟁해야 할 사안인가. 예산안 심사권은 지방의회의 고유권한이다. 지자체가 사업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예산안을 수립해야 하고 이를 해당 지방의회에서 승인받아야 한다. 지방의회는 예산을 삭감하거나 증액할 수 있다. 단체장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의회가 그렇지 않다고 판단해 예산을 줄이면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게 정해진 룰이다.
그래서 6·2 지방선거의 결과가 오묘하다는 것이다. 서울시민들은 오 시장을 서울시의 대표로 뽑고 지방의회는 오 시장과 정당색깔이 다른 민주당 소속 의원들로 가득 채워 견제를 요구했다. 민의의 절묘한 배치다.
'대화와 타협'으로 갈등 조정하는 자세를
사실 민선4기 서울시의회는 엉터리였다. 민선4기 때 서울시의원의 절대다수가 오 시장과 같은 정당 소속이었다. 아무리 '이심전심'이었다고 해도 시의회의 집행부 견제기능이 사라지고, 연말 예산안 심의과정도 통과의례쯤으로 여긴 것은 너무했다. 소수 정당 소속의원들의 목소리는 다수의 힘에 눌려 시정에 반영되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지방의회 '무용론'이 고개를 들었을까. 여기에 비하면 민선5기 서울시의회는 거칠긴 해도 양반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이런 서울시의 상황에 대해 "기본적으로 의회권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훈수를 두고 있다.
이제 민선4기 호시절은 잊어야 한다. 견제 없이 살다가 자꾸 시의회가 발목을 거니 피곤하기는 하겠다. 그렇지만 시의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외면하고 어떻게 시정을 이끌 수 있겠는가.
반 지방의회적 태도는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오 시장은 지방선거 직후 "저를 지지하지 않는 이들의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 균형적 행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한 적이 있다. 초심을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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