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중 검토 완료 … "팀플레이 공공서비스를 개인평가할 수 있나"
"정부가 밀어붙이는 성과연봉제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려 합니다. 노조 동의 없이 임금체계를 변경하면 무효라는 대법원 판례도 나와 있습니다. 정부는 경영진을 통해 노조를 압박하겠죠. 그래서 국책기관노동조합협의회를 구성한 겁니다."
지난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소속 9개 국책기관지부로 구성된 협의회가 출범했다.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추진된 공공기관 노사관계 선진화를 저지하겠다는 취지였다.
외부의 평가는 엇갈렸다. 양대노총이 공동집회까지 열면서까지 한목소리를 냈는데도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는데, 협의회가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협의회 의장을 맡은 유택윤(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장)씨를 4일 만났다. 유 의장은 성과연봉제 법률소송에서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협의회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한국감정원, 한국기업데이터, 대한주택보증,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의 노조가 참여했다.
공공기관 노사관계 선진화정책에 대해 국책금융기관 직원들 생각은 어떤가.
반발심이 아주 거세다.임금이나 복지 후퇴 때문이다. 지난 3년간 시중은행이나 민간과 비교해 임금이 30% 하락했다. 전임자 급여금지제도(타임오프)에 대해선 노조나 직원 반발을 무력화하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 특히 성과연봉제에 대해선 일할 맛이 안난다고 한다.
금융기관 임금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 아닌가.
금융기관은 시장을 장악할 신기술이나 특별한 상품을 만들기 어렵다. 기관 목표치는 수년째 계속 높아지고 있다. 결국 성과를 얻으려면 발로 뛰어야 한다. 이 때문에 노동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보상은 거꾸로 가다보니 직원들 박탈감이 심해졌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기업은행의 경우 지난 행장시절 직원 15명이 질병이나 과로사로 사망했다. 1인당 생산성은 국내외 은행과 비교해 늘 1등이다. 고생한 노력을 인정받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할 맛이 안난다는 것이다.
성과 평가는 해야 하지 않나.
공공기관 업무를 모르고 하는 얘기다. 은행들이 이전 정부에서도 변화추진단을 만들어 평가제도 도입을 진지하게 연구했다. 결론은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업무 평가기준을 세울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공공서비스 특성상 한가지 목표를 위해서는 수십명 또는 수개의 조직이 협력해야 한다. 이런 협력관계가 서로 얽히면서 서비스 수준을 높이거나 유지한다. 그런데 어떻게 개인간 실적을 평가하겠다는 것인가.
협의회의 활동 목표는.
경영자율권 확립이 최종목표다. 시급한 과제는 성과연봉제 도입 저지다. 설명회에 대한 조합원 동의서를 요구하고, 이사회도 물리력으로 막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법률적 무효화 투쟁을 하겠다는 것이다.
시기는.
협의회 대표자들이 모임에서 논의중이다.이달중 효과적인 방향과 방법을 정한다. 가처분 소송을 포함해 구체적인 내용과 일정도 나올 것이다. 노조가 유리하다. 다만 시간이 걸린다는 게 문제다.
정부도 강경하다.
소송절차에 필요한 시간을 끌려고 할 것이다. 또 경영진을 통해 노조를 압박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갈 길을 간다.
조합원 반응은.
아직 큰 반응 없다. 이 투쟁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 사업은 조합원 정서를 바탕으로 한 것일 뿐 공식화된 토론과 합의를 통해 추진하는 게 아니다. 대표자들 결의에 따른 것이다. 조합원들은 공공기관 사이에 경쟁심이 있어 '우리가 덜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임금을 덜 올리더라도 구조적 틀을 바꿔야 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을 계속 설명할 계획이다.
바람직한 공공기관 노사관계는 어떠해야 한다고 보나.
민간 노사관계와 다르지 않다. 다만 정부의 관여나 개입 문제가 변수다. 경영 자율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그래야 객관적인 기관평가도 가능하다. 이런 점에선 노사 협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공공기관 노사가 서로 짬짜미됐다고 본다.
공공기관 조합원 의식수준을 모르고 하는 얘기다. 노조가 사측과 부적절하게 결탁하는 경우 조합원들이 즉시 집행부를 비판한다. 특히 최근엔 우수한 인재들이 많아 노조가 공공적 이익에 위배되는 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할 경우, 노조 지도부는 사퇴를 각오해야 할 정도다.
공기업 노조가 지나치게 강성이라는 비판도 있다.
공공기관 직원들이 머리띠를 두르는 것은 다른 해결 방법을 못찾기 때문이다. 의식은 강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정부나 경영진에 적극 자신의 뜻을 전할 수단이 노조 말고는 없는 것이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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