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틈바구니서 살아남은 근대문화재

지역내일 2011-01-07

일본 군사시설·전통한옥 이전해 보존

SH공사·마포구, 상암·용강동에 복원

서울 마포구 상암동 상암2지구 공동주택과 맞닿은 부엉이근린공원. 높은 아파트와 첨단산업시설 한가운데 이색적인 건물 두동이 서있다. 1930년 일본군 경성사단이 중국침략을 본격화하면서 소위·중위급을 위해 지은 숙소(관사)다. 목재와 시멘트 개량기와를 사용한 맞배지붕 건물로 툇마루 오시이레(붙박이장) 도코노마(평상이 있는 방) 등 당시 군 관사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대규모 택지개발이나 재개발 과정에서 묻힐 뻔했던 근대문화재가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이축) 복원되고 있다. 상암동 일본군 관사는 상암2지구 택지개발사업이 한창이던 2005년 마포구에서 "지정문화재는 없으나 발굴조사를 한 후 사업을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 문화재 지표조사를 한 결과다. 이듬해 문화재청은 목조 관사 22채 가운데 잘 보존된 2개 동을 이축 복원하라고 알려왔다.

SH공사는 옮긴 건물 중 한 개동은 전시실로, 다른 한동은 지하수장고와 1층 주민모임공간으로 꾸몄다. 건물 밖에는 당시 사이렌과 방공호도 모형으로 조성해놓았다. 지난 연말 관리권을 이전받은 마포구는 등록문화재 신청이 마무리 되는대로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구 관계자는 "수치스러운 역사를 기억해야 하느냐는 논란도 있었지만 당시의 아픔을 되새기는 교육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용강2구역 주택재개발정비구역에서는 명성황후의 오빠인 민승호의 사가가 이축복원을 앞두고 있다. 외국인을 포함해 3명이 공동소유한 탓에 안채와 사랑채 행랑채 등 전통한옥 건물과 한지창호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다. 10여점이 넘는 도자기에 4폭 병풍, 나전칠기 탁자 등 내부 장식품도 문화재적 가치가 클 것으로 마포구는 기대하고 있다.

사업시행 인가가 날 때까지만 해도 보존이 불투명한 상태였다. 40억원 가량으로 추산되는 이전 비용은 물론 부지도 마땅찮았다. 정동환 마포구 주택과 주무관은 "2009년 서울시에서 소형 평형을 지으면 용적률을 높이도록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변경했다"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던 중 근처에 있는 서울시 문화재(정구중 가옥)와 함께 보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4차례에 걸친 심의 끝에 용적률 20%가 상향됐고 대신 주민들은 이전비용을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자리를 옮긴 한옥은 일제강점기때 지어진 정구중 가옥과 묶여 한옥공원으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다. 민승호 사가는 썩은 자재만 바꿔 그대로 복원하고 공원 안에 들어설 전시관이나 한옥놀이터 등 시설물은 인근 폐한옥에서 나오는 문짝이나 기와 등을 사용해 꾸밀 방침이다.

정동환 주무관은 "재개발 과정에서 문화재 70% 가량에 대해서는 영상보존 결정이 내려진다"고 아쉬워했다. 이 경우 관련 협회나 동호회에서 구입한 뒤 원하는 곳에 이전복원하기 때문에 '고향'에는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얘기다.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조선시대 관리들 세곡을 나눠주던 광흥창이나 염리동 소금창고 등 많은 문화유산이 급격한 도시화 과정에서 사라졌다"며 "남은 지역이라도 철저한 문화재지표조사를 통해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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