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신뢰, 교사-학부모 소통에서 시작

지역내일 2011-01-10
담임 기피 현상, 딜레마 빠진 교사들
교육 중심인 아이들 존재 인식해야

교단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 정책만 놓고 보면 입시의 무게중심이 사교육에서 공교육으로 옮겨가는 추세지만, 일선 교사들 사이에선 담임 기피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현장이 어느 때보다 혼란을 겪고 있는 요즘, 공교육 진학 전문 교사들이 뜻을 모은 책 '교단일기'는 교육광풍 시대에 길잡이를 하고 있다. 이 책의 필진인 교단 경력 20~30년 된 베테랑 교사들은 지금의 난제를 풀어가려면 무엇보다 학부모와 교사 간 소통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입시 위주 교육 현실 원인 = 공교육 진학계 대표 주자로 꼽히는 14명의 교사들이 애초 교단일기 연재에 뜻을 모은 것도 현장에서 느낀 교단 붕괴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시작됐다. 일선 진학 지도 교사들이 주축이 된 전국진학지도협의회 공동대표 은광여고 조효완 교사는 "교실 환경과 교육과정은 급변하고, 대학 입시는 날로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교사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이전보다 높아진 데 반해 현장 안착을 위한 충분한 논의 없이 도입된 교원평가제가 평가를 위한 평가로 작용하면서 교사들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서울국제고 조영혜 교사는 "실제 한 여학생이 수능에 나오지 않는 과목이라는 이유로 귀마개를 한 채 수업을 듣다가 담당 교과 교사와 언쟁이 붙은 사례도 있었다"며 "입시 위주 교육 현실이 학부모와 학생이 교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냉소적으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교단일기에 참여한 이들 교사들이 학부모와 소통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은 그 때문이다.

넘쳐나는 교육 정보의 홍수 속에서 보다 현실적이고, 신뢰할만한 정보를 주고 싶은 욕심도 컸다. 휘문고등학교 신동원 교사는 "사설학원에서 나오는 입시 전략서나 교육서들이 넘쳐나지만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사례는 드문데다 성공 사례 중심이어서 실제 현장에서 수천 장의 대입 원서를 써본 교사들의 노하우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사례로 본 희망의 증거 = 14명의 필진이 많게는 5~6편씩 써내려가면서 다양한 시각 속 다채로운 사례들이 모아졌다. 특히 출발은 미약했지만,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면서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한 에피소드들에 관심이 쏟아졌다. 특목고 입시에서 실패의 쓴맛을 본 뒤 헤어나지 못하는 제자를 지하철 2호선 데이트로 바꿔놓기도 했고, 엄마와 갈등을 겪다 폭식으로 100킬로그램이 넘을 만큼 방황했지만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면서 몰라보게 달라진 제자도 소개됐다. 학급 석차가 20등이었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소원이라는 반장의 꿈을 이뤄주려고 '작전'을 편 끝에 스스로 리더십을 체득해나간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요즘 학부모들이 '스펙'을 위해 목숨 건다는 '리더십'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치열한 내신 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전학과 자퇴를 돌파구로 삼는 아이들에게 꿈을 위해 멀리 내다볼 것을 권유, 중심을 잡게 한 사례나 파일럿이라는 꿈을 위해 항공기무선교신사 자격증을 독학으로 따낸 노력 끝에 부족한 성적을 극복한 사례, '엄친아'인 형에게 느낀 열등감과 엄마의 섣부른 단정에서 잃어버린 자신감을 회복하고 경제학자라는 꿈을 스스로 찾아나간 사례도 뜨거운 반응을 얻은 소재들이다. 하나고 전경원 교사는 "입학사정관제가 시행되면서 진로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라며 "성적이라는 하나의 잣대가 아닌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개발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제도, 정책 앞서 소통 먼저 = 이들이 교단일기를 통해 학부모와 교사 간 소통을 강조하는 이유는 교육의 중심에 아이들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일고 김혜남 교사는 "진학 상담은 이제까지 지나온 과정을 통해 자녀의 진로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인데, 학생은 놔두고 학부모만 찾아와 대학 간판만 따지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의 모습을 인정하지 않은 채 부모의 꿈을 교사들이 실현해주길 원하고, 기대에 못 미치면 실망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소통 부재로 인한 자괴감이 더 커진다"고 토로한다.

교단에 선다는 것이 이처럼 날이 갈수록 쉽지 않지만, 쑥쑥 커가는 제자들을 바라보는 즐거움과 보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라는 데 이견은 없었다. 신 교사의 얘기다.

"교직을 '철밥통'이라고 비난할 때도 있고, 교육계가 개혁이 가장 더딘 조직이라고 힐난 받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테고, 이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겠지요. 그러나 교단일기에 등장하는 교사들의 모습을 한 번 그려보셨으면 합니다. 연재하는 동안 '우리 아이도 이런 선생님 밑에서 교육 받았으면' 하는 얘기를 참 많이 들었습니다. 제도와 정책에 앞서 학부모도, 교사도 아이들을 중심으로 변화하며 소통한다면 신뢰 받는 공교육의 씨앗이 뿌려질 거라 믿습니다."


<'교단일기'는>


2009년 7월부터 본지에서 발행하는 여성 주간지 미즈내일과 24개 지역 내일신문에 매주 연재된 '공교육 진학 전문 교사들의 리얼 리포트 - 교단일기'를 새롭게 엮은 책이다. 일선 고등학교 진학 전문 교사들과 뜻을 모아 학부모들은 알지 못하는 교실 안, 학교 안 이야기를 담아보려는 시도가 독자들에게 예상보다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50회를 넘는 장기 연재로 이어졌다. 교단에서 만난 학생들의 생생한 에피소드와 교육 정보들이 자녀와 학교를 이해하는 실마리가 됐다는 평을 얻었다.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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