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새로 지은 광화문

지역내일 2011-01-11

서종택

고려대 명예교수

문화재 현판에 대한 논란이 많다. 새로 지은 광화문의 현판에 금이 가자 거기에 사용한 나무의 재질이 무엇이었는지, 그것은 적절한 것이었으며 이러한 사태에 대한 책임의 소재는 어디인지, 특히 현재의 한자 현판은 과연 타당한지, 그것을 한글로 바꾸는 것은 또 어떠한지에 대한 논란들이 그것이다.

광화문은 섬세하면서도 웅대한 조형미와 함께 장려한 외관을 자랑하는 잘 만들어진 궐문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당초 1395년(태조 4년) 창건되어 '사정문'으로 부르다가 세종 때 집현전에 의해 '광화문'이라고 명명되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소실 이후 270여년이 지난 1864년(고종 1년) 대원군에 의해 경복궁이 재건될 때 다시 옛 모습을 되찾았다. 그러나 한일병탄 후 1927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경복궁 동문인 건춘문 북쪽으로 강제이전 당한다.

한 기자는 '헐려짓는 광화문'이라는 칼럼에서 당시의 슬픈 정황을 "… 다시 옮기는 그곳은 북악을 등진 옛날의 그곳이 아니며, 다시 옮기는 그 방향은 구궁을 정면으로 한 옛날의 그 방향이 아니다. 서로 보지도 못한 지가 벌써 수년이나 된 경복궁 옛 대궐에는 긴 장림에 남은 궂은비가 오락가락한다. 광화문 지붕에서 뚝딱하는 망치 소리는 장안을 거쳐 북악에 부딪친다. 남산에도 부딪친다. 그리고 애닯아 하는 백의인의 가슴에도 부딪친다"라고 썼다.


광화문의 역사적 수난

그 후 6·25전쟁으로 불에 거의 타버린 것을 1968년에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복원시켰다. 그리고 2006년에 목조 광화문 복원 및 이전 공사가 다시 시작되어 지난해 완료, 광복절에 일반에 공개되었다.

광화문은 이렇듯 사회적 풍랑과 정치적 맥락에 따라 여러 차례 소실과 이전, 중건을 반복하면서 '복원'되는 수난을 겪었다. 우리는 세종로를 지날 때마다 광화문을 배경으로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충무공과 세종의 거대한 동상의 크기에 압도되어 심미적 거북함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경복궁 광화문을 드나들었을 수백 수천의 군상들을 떠올리고는 이내 숙연해지곤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새로 단장한 광화문에서 하나의 축조물이 아닌, 과거에 대한 긍지와 미래에 대한 소망을 담은 조형물을 보게 된다. 그것이 '光化門'이어야 하는지 '광화문'이어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그러므로 단순한 실증논쟁은 아닐 것이다.

원래의 모습이 '光化門'이었고 다만 지금은 그것을 '복원'해 놓았으니 당연히 '光化門'일 수밖에 없다. 한자문화권 아래에서, 그것도 한글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세운 궐문의 이름이었으니 한자로 새길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것은 이미 불타 없어졌으며 다시 지은 광화문은 '복제된 궐문'이다. '똑같이' 축조하여 세운 것이라 하여 그것이 '복원'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는 한편으로 40여년을 세종로를 굽어보며 서 있던 '광화문'이라는 한글 현판을 떼어낸 것은 잘못이었다.

그것은 한 독재자의 글씨이기 전에 한자문화에 대한 민족문화의 주체선언이었으며 이미 또 하나의 문화재로 등재될 것이었다. 이미 없어진 한자 현판의 형상을 스캐너로 떠서 오려붙이는 것은 원형주의를 표방한 베끼기일 뿐이다.


문화재의 해석과 복사

'光化門'의 현판을 '광화문'으로 바꿔 다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한글창제의 산실이 경복궁이었다는 이유 말고, '광화문'의 작명자가 집현전이었다는 이유 말고, 세계인이 드나드는 수도 서울의 대문이라는 이유 말고, 무엇보다도 그것이 '나랏말'이기 때문이다.

문화재는 보존되어야 하고 복원되어야 하지만 '복사'는 '복원'이 아니다. 창조적으로 해석하고 계승함으로서 복원은 비로소 가능해진다. 비슷한 것은 가짜다. 우리가 복원해야 할 것은 형상이 아니라 그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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