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휘문고 교사
전국학부모지원단 대표
얼마 전 어떤 고 3담임의 말이다. 자기 반에서 계속 2등을 할 정도로 학업성적도 우수했으며, 또한 학급회장에도 몇 차례 선출될 정도인 모범생이 A대학에 떨어졌단다.
그러나 교외 봉사활동과 체험활동 등 눈에 보이는 몇 가지 득점 요소가 있었으나 성적이 반에서 6등인 학생이 그 대학에 합격했단다. 학생들에게 이 결과를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난감하다고 했다.
실제로 2009 수시모집 일반전형에서 어떤 대학은 내신성적과 비교과 성적이 좋은 학생은 무더기로 탈락시키고, 반대로 합격하기 어려운 수험생들을 합격시켰다.
학부모와 진학지도 교사들은 해당 대학에 방문하여 전형 과정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으나, 그 대학은 이를 묵살했다. 일부 수험생들이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9월 중순 그 대학은 결국 패소했으며 손해배상 책임까지 떠안았다. 정부가 이 대학을 어떻게 제재할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고등교육법 제34조와 동 시행령은 대입 전형을 일반전형과 특별전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일반전형은 보편적인 교육적 기준에 따라 공정한 경쟁에 의하여 공개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특별전형은 특별한 경력이나 소질을 가진 자 또는 차등적인 보상이 필요한 자를 합리적 기준과 방법으로 공정한 경쟁에 의하여 공개적으로 선발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일반전형이 아닌 특별전형까지도 전형 과정이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합격 못할 학생이 합격한 것은 치켜세워
최근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확대되면서 학생의 평가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자기소개서와 추천서, 봉사활동이나 각종 수상경력 등 비교과까지 평가 범주에 넣어 다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평가 영역이 다양화되면서 평가기준과 과정까지 복잡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은 일목요연하게 서열화 되어 있고, 한날 한시에 보는 수능성적으로 수험생들의 학력도 서열화 되어 있다.
대학 서열과 수험생 서열을 매치시키면 어떤 수험생이 어떤 대학에 합격한다는 것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즉, 모두 1등급이면 B대학, 평균 3등급이면 C대학에 합격할 수 있다는 사회 통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기자 전형이나 입학 사정관제 전형에서 이러한 통념과 달리 6등급이 B대학에 합격했다거나, 1등급이 C대학에 떨어졌다는 등의 얘기가 종종 보도된다.
떨어진 학생은 보도하지 않지만, 내신이나 수능 성적이 나쁜 데도 다른 특별한 조건으로 상위권 대학에 합격한 수험생은 비행기를 태워 치켜세운다.
대부분의 일반고 학생들은, 특히 정보에 어두운 지방고교 학생들은 학교 교육과정에 따라 착실하게 대입 준비를 하고 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때가 되면 밤을 새워가며 교과서로 내신성적을 준비하고, 평소 학교 도서관에서 EBS교재를 풀어가며 수능 준비를 한다.
그러나 수시모집 논술 문제를 교과서에서 출제하지 않고,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에서 내신성적을 무력화시키고 있으며, 지난해와 같이 수능문제를 EBS교재보다 어렵게 출제하고 있다. 학교 공부와 EBS를 무시하고 사교육으로 특별하게 길러진 학생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담임을 믿고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면 대학에 합격할 수 있다고 1년 내내 학생들을 독려했던 진학교사들은 자괴감에 빠진다. 학부모들은 난수표와 같은 복잡한 전형제도를 제대로 풀어 낼 수 없으니, 떨어지고 합격하는 것을 로또와 같이 운으로 생각한다.
난수표 같이 복잡한 전형제도
필자는 내일신문이 주최하는 학부모 브런치교육강좌에서 많은 학부모를 만난다. 중학생을 둔 학부모들은 대학입시에서 특목고나 자율형 사립고가 유리하다고 고입 준비에 열중하고 있으며, 고등학생을 둔 학부모는 코앞에 닥친 대학입시의 복잡함에 불안해한다.
특히 지방 학부모들은 복잡한 수시 모집이나 입학사정관 전형에 관한 정보가 부족하여 자신들이 크게 피해를 보고 있다며 볼멘소리가 높다. 대학에 학생 선발권을 넘기기 전에 고교에서 정상적으로 공부한 학생들이 합격하는 전형모델을 마련해야 한다.
이럴 때 사교육비도 줄일 수 있고 공교육의 위상도 바로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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