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유일우방 중국도 ‘카드’가 없다

지역내일 2010-11-29

잇단 도발에도 '레드라인 없음' 재확인 … '역할론'에 떠밀리듯 외교행보만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중국은 매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한반도 긴장 악화를 막아보겠다는 표면적인 이유도 있지만 사실상 북한의 유일한 우방이자 후원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일고 있는 '역할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대북 비난을 자제하면서도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태도는 지난 3월 천안함 사태 당시 보였던 북한 감싸기와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사실상 북 옹호 = 중국은 이번에도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을 삼간 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만을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북측의 포격이 있던 23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측은 이미 관련 보도에 주의하고 있고 구체적이고 자세한 사정이 밝혀지길 기다리고 있다"며 "관계국들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유리한 일을 해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 러시아까지 북한을 비난하는 상황에서도 중국만은 북한에 대해 어떠한 부정적인 입장도 표출하지 않은 것이다.

원자바오 총리도 24일 모스크바에서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이번 사태와 관련해 "현재 심각하고 복잡한 정세에 직면한 상황에서 관련국들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며 "6자회담의 재개는 한반도의 안정을 지키고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근본적인 경로가 방안이 될 것이다"고 말했을 뿐이다.

중국 언론도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거나 이번 사태의 원인을 한국군의 군사훈련 탓으로 돌림으로써 북한 편들기에 나서고 있다. 이는 천안함 사건 당시 한국 정부의 발표와 북한 측의 주장을 동일한 수준으로 다루면서 사실상 북한의 입장을 옹호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초기 '북한의 포격과 한국의 반격'이라는 논조로 사건을 다뤘던 중국 매체들은 23일 저녁부터 '남북한의 교전'이라는 논조로 기사 방향을 전환했다.

인민일보 인터넷판은 23일 오후 3시15분에 게재한 "북한이 한국을 향해 200여 발의 포탄을 발사했고 한국은 반격했다"는 제목의 기사 첫머리에서 "(북한의 포탄) 중 몇 발이 주민 거주 섬에 떨어져 60~70채의 주택에 화재가 발생했고 최소 14명의 군인과 3명의 민간인이 부상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후 6시2분 신화통신 인터넷판이 보도한 기사에서는 관련 사건이 "한국과 북한은 23일 오후 분쟁 중인 '북방한계선' 부근에서 교전을 벌였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신화통신은 이날 밤 10시46분 인터넷판에 올린 서울과 평양 특파원발 기사에는 "교전 양측은 이미 평온해졌다"는 제목을 붙였다. 불과 몇 시간만에 북한의 일방적 포격이던 사건이 남북한 간 교전으로 바뀐 것이다.

일부 매체와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한국 측의 군사훈련을 꼽고 있다.

신경보는 24일 "사건의 원인은 아마도 한국이 남북 간 분쟁 중인 해역 부근에서 거행한 군사훈련일 것이다"며 "22일 한국의 육해공군과 미 공군 등 7만 명은 한국 서해 해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였고 북한은 23일 전문을 보내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를 보낸 바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푸단대학 남북한연구중심 스위안화 주임은 23일 반관영통신 중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3월 천안함 사건 이후 미국과 한국은 북한을 위협하겠다는 방침을 시종일관 견지하면서 7월부터 시작해 줄곧 군사훈련을 해왔다"며 연평도 포격은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 북한이 택한 강경책이라고 분석했다.

◆다급해진 중국 = 하지만 중국은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촉발된 대규모 한미합동군사훈련이나 이를 계기로 서해에 진입한 미국 항모에 대해 천안함 사태 당시보다 반대의 수위를 대폭 낮췄다. 공식 채널을 통해 '견결한 반대'를 여러 차례 표시해 결국 미 항공모함의 서해 진입을 좌절시켰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중국 외교부 홍레이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의 서해상 훈련 참가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허가 없이 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서 실시되는 어떠한 군사행동에도 반대한다"며 "현재 한반도 정세는 매우 복잡하고 민감하므로 관련국들은 반드시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여 긴장을 완화하고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데 유리한 일을 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다만 베이징만보가 "한미 군사훈련 해역, 산동반도에서 불과 170km 거리"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면서 경계심을 보이는 등 중국 측은 이번 군사훈련에 미 항모가 참가하는 것에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이번 포격 사건과 관련해 매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사건 발생 직후 외교부 대변인이 공식 입장을 내놓았고 5일 만에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 같은 중국 측의 대응 속도는 사건 발생 25일 만에 외교부 브리핑에서 관련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던 천안함 사태 때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사건의 원인을 밝히는 데만 수 개월이 소요됐던 당시와는 달리 이번에는 북한의 소행이 명백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포격 사건 직후 양제츠 외교부장의 방한을 취소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결국 외교부장보다 한 단계 높은 다이빙궈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보냄으로써 사건의 조기 진화에 애쓰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요구하는 중국의 역할론에 대한 답이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힘' 한계 보이나 = 그럼에도 중국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사실상 많지 않다.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한국을 다녀간 후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정부의 반대에도 '중대발표' 형식을 빌려 일요일에 급히 '6자회담 대표 긴급협의'를 제안한 것은 신중함을 추구해온 중국외교답지 않은 행보였다.

이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사상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되는데다가 북한이 이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자칫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꺼낼 수 있는 카드가 '6자회담 재개' 외에는 없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중국은 지난 2002년 2차 북핵위기 이후 지금까지 석유공급 일시 중단, 국경지역 군부대 투입, 대북 금융제재 동참 등 직간접적 압박을 다양하게 구사해 왔지만 사실상 북한 길들이기에는 실패했다. 다만 북한과의 유대관계를 긴밀히 유지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국은 북중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수 있는 '레드라인'을 잃어버리게 됐다. 핵무기와 관련해서는 두 차례의 핵실험,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영토에 대한 직접 공격까지 사실상 용인하게 됨으로써 오히려 북한에 끌려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대북 지원을 중단하는 등 북중 간 전통적 우호관계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조치를 취하기도 어렵다. 북한의 붕괴 등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잃은 상태에서 벌어질 수 있는 어떠한 우발적인 상황도 중국은 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문제는 중국마저 북한에 대한 한계를 보이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어떻게 유지해나갈 것인가이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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