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싶은 열정이 취업의 문을 연다”

지역내일 2011-01-17
컴퓨터 켜지도 못하던 아줌마가 웹디자이너로 취직 … 3년간 밤새며 준비
구청 문화센터·여성부 새일센터 활용 … "쇼핑몰 창업해 평생 일할 것"

지난 13일 오후 7시 반을 넘어가고 있었다. 내비게이션은 경기도 광주시 태전동 공단 길로 꼬불꼬불 인도했다. 중소기업 '스톤닥터'가 콘테이너건물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웹디자이너 권복녀 씨(만 42세)가 마무리작업에 한창이었다.

◆일하고 싶은 열정 = 권 씨의 가슴엔 '일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

그는 상고를 졸업한 후 모 회사에 취업했다가 종교색채가 너무 짙어 그만뒀다. 삼성물산에서 경리직으로 재취업했다. 부모님의 교통사고로 그만둘 때까지 5년간 근무했다. 막내였고 결혼전이었던 권 씨는 1년간 병치레를 도맡았다.

삼성물산 경리경험은 27살에 대우차 영업점에 취업하기에 충분한 경력이었다. 그는 영업점에서 영업사원들의 모습을 2년간 지켜봤다. 영업의 맛과 기술'을 간접적으로 습득했다. 권 씨는 "나도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화장품 영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경리에서 화장품 영업으로 = 권복녀씨는 보고 배운대로 했다. 그는 "영업하던 직원이 너무 힘들어하길래 왜 그러냐고 했더니 '고객 중 이사하는 사람이 있어서 이삿짐을 날라 줬다'고 했다"면서 "'아,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이 봐 왔기 때문에 영업에 거부감이 없었다"면서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무조건 강하게 덤비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창가'만 빼고 다 갔다. 단란주점과 다방은 점심과 저녁 사이, 또는 저녁과 밤 사이에 간식 갖고 찾아가면 좋아했다. 식당에 가서는 설겆이도 하고 서빙도 했다. 다방에서는 식사를 하다가도 '빨리 와서 같이 먹자'고 할 정도였다.

그는 "처음엔 아는 척조차 안하더니 자꾸 가니까 식구처럼 대해 줬다"면서 "영업이라는 것이 김장도 해주고 인간적으로 가까워져야지 그냥은 안된다"고 말했다.


◆10여년간의 공백을 깨고 = 29살에 결혼하면서 일을 그만뒀다. 아이 3명을 낳고 길렀다. 막내 아이가 4살되던 때인 지난 2007년, 40세로 접어들면서 '일에 대한 열정'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권 씨는 "돈도 필요했지만 집에만 있으려니 답답하고 우울증에 걸릴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발화점은 언제나 그렇듯 사소한 데에 있었다. 그는 "동사무소에 갔다가 누구든지 쓸 수 있는 컴퓨터를 켜려고 하는 데 켜는 방법을 모르겠더라. 결국 파워버튼을 찾지 못해 그냥 나왔다"면서 "오면서 생각하니 한심하고 답답했다"고 털어놨다. 학원에 가면 좋지만 한 과목에 수십만원을 내면서 배울 수는 없었다.

그의 눈에 '컴퓨터 교육생을 모집한다'는 성남시 수정구청 문화센터의 플랜카드가 들어왔다. 워드, 플레시, 포토숍 등 기초과정을 다녔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놓고 하루 3강좌(3시간)씩 6개월동안 배웠다.

그는 "처음엔 10%만 알아들었는데 자꾸 듣다보니 금방 습득이 돼 재미가 붙었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삿집센터 홈페이지를 만드는 작업은 그의 '열정'에 불을 지폈다.

그는 "남편이 동업하고 있는 이삿집센터 홈페이지를 만들다 보니까 원하는 게 제대로 안됐다"면서 "문화센터에 가봤더니 기초 이상의 여러 프로그램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너무 많은 동지들 = 권 씨는 '새일센터 홈페이지'를 찾은 것은 행운이었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새일센터는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여성 새로 일하는 센터의 준말이다. 출산, 육아 부담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전국에 90개가 운영되고 있다. 직업상담, 직업교육훈련, 사후관리 등 종합취업지원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그는 "더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검색하다가 어쩌다가 경기새일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갔다"면서 "홈페이지를 본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찾던 자바 스크립트, HTML, 웹디자인 등 프로그램이 모두 열려 있었다.

그는 이를 두고 "맘속에 간절히 원하면, 바라면 이뤄진다"고 표현했다. 그는 "어설프게 원한 게 아니다"면서 "잠을 못 자도록 간절했다"고 말했다.

새일센터에 가보니 한 반에 20명되는 사람들이 모두 '열정덩어리'였다. 그는 "모든 사람이 배우고 싶어했고 모든 사람이 목표가 있었다"면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수업인데 오후 5시까지 가지 않고 서로 과제를 하면서 물어보고 도와줬다"고 전했다.

집에 가서는 네이트의 메신저프로그램으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과제를 했다. 그는 "과제 때문에 새벽 2~3시는 기본이고 1주일에 몇 번이나 밤을 샜다"면서 "과제를 안 해가도 뭐라고 하진 않지만 목표가 있으니까 자신에게 떳떳하려고 숙제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엄마가 공부하니까 아이들도 제 일을 스스로 하고 처음엔 '그래 한번 해보라'던 남편도 스스로 아침 챙겨먹고 나가더라"고 덧붙였다.


◆일하고 싶어도 못하는 이유 = 3년전만 해도 일자리를 찾아 새일센터를 찾는 사람은 40대 전후가 주류였다. 요즘은 30대 중반까지 내려갔다.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권 씨는 "사교육비가 여성들을 취업전선으로 끌어 당기고 있다"면서 "그러나 공부해 놓고도 취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10명이면 10명 모두 아이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이 때문에 취업전선에 뛰어들려고 했다가 아이 때문에 못한다는 것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그는 "오전 10~오후 6시까지 딱 하고 퇴근하면 좋지만 사회생활이라는 게 늦을 수도 있다"면서 "돈 몇 푼 벌겠다고 초등학생인 아이를 남의 손에 종일 맡기려고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결국 공부를 해놓고도 기껏해야 아르바이트 수준인 재택근무 밖에 못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모두 중학생에 진입하게 되면 40대 중반을 훌쩍 넘어버려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 그는 "나이를 먹으면 식당에서 서빙도 안 시키고 설거지만 해야 한다"면서 "마트 계산대에서 일하는 것도 나이 들어서는 어렵다"고 말했다.


◆"내 일이 생기니 내 꿈이 생겼어요" = 3년간의 공부를 거쳐 그는 해외에서 건설관련 약품을 독점공급하는 '스톤닥터'의 홈페이지 관리와 상품포장 디자인을 같이 맡고 있다. 취급하는 상품이 많아 관리하는 홈페이지만 3개다.

그는 "배우기 시작하면서 꿈을 꾸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또 "시아버지 시어머니는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는 마트계산원정도만 원했는데 일보다는 개인 개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다고 생각했다"면서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쇼핑몰은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며 "2~3년 일하다가 쇼핑몰로 창업을 하려고 했는데 회사가 너무 좋아서 좀더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이 회사의 제품이 우수해 이것을 인터넷에서 파는 쇼핑몰 대리점을 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사장님이 허락해 줄지 모르겠다"면서 매일같이 사업구상에 빠져 있음을 보여줬다. 꿈이 만들어지고 있는 게 보였다.

또 "내 일이 없을 때는 집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다가 일을 생기고 연봉도 2000만원정도 되니까 집을 장만하고 싶은 꿈도 생겼다"면서 밝게 웃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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