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지 선별해 내년초부터 진행"일부 조합 반발, 시공사 교체 추진
코오롱건설이 재건축 및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대대적으로 구조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코오롱건설이 사실상 재건축 및 재개발 사업을 포기하는 수순이라며 주목하고 있다.
코오롱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수주한 사업장 대부분이 지방에 치우쳐져서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내년 초 우선순위를 정해 가능성 있는 곳을 위주로 사업을 하겠다"고 7일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코오롱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조합과 해당 사업장은 혼란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특히 일부 조합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의 한 조합 임원은 "사업을 수주할 때는 간이라도 빼줄 것 같더니 이제 와서는 조합에 대한 지원도 끊고 사업도 추진하지 않고 있다"며 "코오롱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다른 지역 조합들과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코오롱건설과 조합들의 마찰은 이미 예견돼 왔다.
2010년 시공능력평가 20위인 코오롱건설은 중견 건설업체 중 재건축 및 재개발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 한 때 50개 사업을 동시에 진행할 정도였다. 코오롱건설의 주택 브랜드인 '하늘채' 홈페이지에는 전국 45개 재건축 및 재개발 사업을 수주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2008년 하반기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사업이 크게 위축됐다. 우선 조합에 지급하는 대여금을 중단했다.
대부분 건설사들은 정비사업 시공사로 선정되면 해당 조합에 운영비 명목으로 매달 1000만~200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이 비용은 조합 임원들의 급여나 사무실 운영비로 활용된다. 코오롱건설은 부동산 침체를 이유로 사업성 있는 조합에만 대여금을 선별적으로 지급해왔다. 하지만 연간 40억원에 달하는 대여금에 대한 부담이 커져 올해 상반기 지급을 전면 중단했다.
조합 운영비가 끊기고 사업이 지연되자 일부 조합들이 반발하면서 시공사를 교체하거나 교체를 추진 중이다.
인천의 주안3구역 재개발 조합도 GS건설과 코오롱건설 컨소시엄에 대해 지난 9월 시공사 변경을 위한 조합원 총회를 열어 코오롱건설을 배제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코오롱건설과 같이 사업을 하려했지만 조합원들의 반감이 컸다"며 "단독 사업을 할지 대체 파트너를 찾을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 금곡2-1구역 재개발 조합 역시 최근 코오롱건설과 시공사 교체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이달중 조합 총회를 열기로 했다. 조합 관계자는 "코오롱건설이 5년전 사업을 수주한 뒤 2년전부터 조합 지원을 끊고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조만간 다른 건설사를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의 문화2구역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코오롱건설에 12월까지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최후통첩을 했다"며 "조합원들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기 때문에 차선책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조합 이탈 움직임에 대해 코오롱건설은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코오롱건설 관계자는 "시공사가 약속했던 부분을 못 지켰기 때문에 조합이 교체를 원하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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