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잊혀져가는 광주학생운동 (이영일 2001.11.02)

<신문로 칼럼>

지역내일 2001-11-02
<신문로 칼럼="">잊혀져가는 광주학생운동 (이영일 2001.11.02)
이영일 한라대 교수 광주서중일고 총동창회장


11월 3일은 광주학생독립운동72주년을 맞는 날이다. 1929년 11월 3일 광주에서 학생들이 일제의 식민지차별통치에 맞서 시작한 시위는 즉시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202개 학교에서 5만4000여 학생들이 조선독립만세를 외쳤고 1929년부터 1930년까지 항일투쟁의 불길이 이어져 만주의 길림과 연해주 일대에서까지 독립만세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학생들의 항일운동은 일제가 3·1독립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한 후 이른바 문화통치라는 미명 하에 우리 국민들의 독립의식을 조직적으로 마비시키고 그들의 식민통치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도록 몰아가는 공작통치 10년이 지나는 때 일어났다. 이 암울한 식민지 통치시기에 이 땅의 젊은 학생들이 식민지억압과 인종차별에 맞서 독립항쟁의 불길을 다시 점화한 것이다.
당시에는 우리 사회의 계층구조상 3·1운동에서와 마찬가지로 계급이 아닌 사회적 엘리트집단으로서 학생이 민족독립운동의 선봉에 설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식민지통치의 의미를 바로 이해했고 시대의 흐름을 올바로 파악했으며 아(我)와 비아(非我)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지식과 정보와 신념을 지닌 사회적 지위를 알았기 때문이다. 이래서 학생독립운동은 우리민족이 일본식민지 통치에 대항하여 국내에서 전개한 3·1독립운동, 6·10만세운동과 더불어 3대 독립운동의 하나로 독립운동사에 찬연히 자리 매김 되고 있다.

학생 부담 느낀 유신세력이 기념일 폐지
일제치하에서 학생들에게 퇴학은 자기 미래를 포기하는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형벌이었다. 이들은 퇴학을 마다 않고 고문과 투옥과 순국으로 이어지는 엄청난 독립투쟁을 민족 독립의 대의를 위해 감당한 것이다. 이러한 희생과 아픔과 애국주의적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는 독립을 쟁취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15광복 후 국회는 1954년 일제치하 학생들의 이러한 독립운동을 기리기 위해 11월3일을 학생독립운동기념일로 제정했다. 그러나 5·16쿠데타세력의 유신체제가 등장한 다음해인 1973년, 학생세력의 반독재투쟁을 정권유지의 부담으로 느낀 세력들이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을 일방적으로 폐지하였다. 유신체제가 붕괴된 후 뜻 있는 분들의 발의로 1984년 ‘학생의 날’이 부활되었으나 학생독립운동기념일로서의 부활이 아니었다. 단순한 학생의 날로 제정되었고 중고등학교 수준에서 지역별 교육감 책임 하에 치러지는 하위급 행사로 부활된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들 가운데 11월 3일을 학생독립운동 기념일로 바로 기억하는 사람들의 수가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또한 6·10만세운동은 제대로 기념행사마저 행해지지 않으면서 잊혀지고 있다. 우리나라 3대 독립운동 가운데 3.1운동을 제외한 여타 독립운동은 국가차원 행사로 기념되지 않고 달력에서마저 표시가 사라졌다. 이것은 민족독립을 위해 투쟁한 독립투사들을 추모하고 민족정기를 생각할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늘에 사는 우리가 역사 속에 살아있는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외면하고 우리 국민들의 기억에서 지워버린다면 그것은 결코 국민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는 일이 될 수 없다. 독립운동에 관련된 이벤트를 국가와 사회가 항상 살리고 존중해서 민족의 자손만대에 독립정신을 올바로 전수해주고 이를 내면화해 가야 할 것이다.
20세기가 21세기로 바뀌었다. 세기의 변화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최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이나 일본총리의 신사참배에서 보듯 세기는 변해도 변하지 않는 일본 군국주의의 모습을 본다. 우리가 독립은 했지만 분단된 독립, 불완전 독립일 뿐이다. 바로 이러한 상황이 우리 민족의 생존환경을 규정하는 현실이며 여기에 국민들의 의식 속에서 항일독립운동의 피맺힌 발자취를 망각시키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될 이유가 있다. 우리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을 규탄했다. 그러나 규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항일독립정신을 공유하는 튼튼한 민족 공동체로 자리매김될 수 있는가를 다시 철저히 점검하는 일일 것이다.

국가차원 학생운동 기념일로 복원하자
항일독립운동의 역사를 망각하거나 소홀히 한다면 일본의 역사교과서왜곡을 방관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필자는 이 기회에 6·10만세운동은 물론이거니와 광주학생독립운동의 날도 다시 국가차원에서 기념하는 날로 복원하고 달력제작에도 이날을 기념일로 표시해 국민들이 항상 기억하도록 할 것을 제창한다.
흔히들 우리는 건망증이 많은 민족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가 독립운동사이다. 이승만 독재를 전복시킨 4·19학생혁명이나 5·16쿠데타세력의 굴욕전 한일조약 반대투쟁, 신군부의 권력찬탈에 저항한 광주 시민항쟁, 그리고 군정을 종식시킨 1987년 6월 시민항쟁 등 면면이 이어진 민주투쟁의 역사는 일제에 항거한 민족독립운동의 전통과 정신을 계승한 것이다. 우리가 광주학생운동과 6·10만세운동을 망각하면 안 되는 이유가 이점에 있다. 또한 여기에 세기가 바뀌어도 독립정신을 외면해서는 안될 현대적 의의가 있다 할 것이다.
이영일 한라대 교수 광주서중일고 총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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