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더 큰 민주주의 만드는 것”
지금은 민주주의 파괴 상황… MB정부는 오만한 ''불통정부''
한미FTA재협상, 대미 굴욕 협상이므로 비준 절대 안돼
[내일신문은 창간 17주년(일간 10주년)을 맞이해 <한국정치의 내일을 말하다>라는 기획인터뷰를 진행한다. 대한민국 정치발전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여야의 대선주자를 비롯한 유력 정치인, 대표적인 지식인 등을 독자들과 함께 인터뷰해 정치 발전의 사회적 공론과 비전을 국민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민주당 정세균 최고위원과의 인터뷰는 1차로 지난달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차는 지난 6일 진행됐다. 편집자]-
- 자신의 정치적 노선을 국민들에게 (쉽게) 설명한다면.
더불어 잘사는 사회, 다른 표현으로 하면 기회의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성공했다고 하지만 오히려 양극화와 빈부격차가 심해졌다. 이것을 어떻게 바꾸고 고쳐나갈 것인지가 (정치의) 큰 과제이다. 그러기 위해 갈등과 반목보다는 조정, 화해와 타협 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이런 정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큰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이를 위해 가능한 힘을 모으는 노력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주장한 공정사회와 어떤 차이가 있나.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사회에 대해 말하는데, (공정사회론은 대통령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논하려면 우선 언론장악 음모부터 포기해야 한다. 이명박 정권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언론장악 음모이고 실제로 언론이 장악돼 있다. 정권이 공정하다면 왜 언론을 장악하려 하나. 대통령이 국민의 불신만 더 키우는 주장을 했다고 본다. 우리 사회가 정말 기회 균등, 공명정대의 사회가 되려면 언론이 본래 기능을 찾아야 한다. 또 야당이 역할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한때는 정치권에서 ''낮에는 야당, 밤에는 여당''이라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수년간 야당 대표를 해왔는데, 그런 얘기하는 사람 없었지 않나. 그러니까 우리 야당은 공정사회 일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기대에 매우 못 미친다. 그래도 국민들은 대통령이 어떤 특정 부문은 잘 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런 기대가 좌절과 실망으로 바뀌어버렸다. 우선 구조적으로 대통령을 오만하게 만든 것 같다. 모든 권력을 한나라당이 장악했었다. 대통령 권력, 의회권력, 지방권력까지 무소불위 권력을 가졌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기본은 체크 앤 밸런스(감시와 균형) 아닌가. 그런데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지 않을 정도로 모든 권력을 여권이 다 가졌고, 그러니까 아주 오만해진 것이다. 쇠고기 문제를 봐도 우리 정부가 미국에 (혜택을) 퍼줘서 촛불 사태가 일어나게 됐다. 또 4대강, MB악법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그러다보니 직접 민주주의 형식으로, 촛불이 대통령을 견제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정부가 MB악법을 계속 밀어붙이니까 국민들이 6·2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권력을 견제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여전히 오만하고 일방적이다. 이 정부는 ''불통정부''이다.
- 한국경제의 내수 침체와 양극화 심화현상에 대한 원인진단과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 정권은 재벌중심 경제정책에 집중했다. 4대강 사업의 중심에는 재벌이 있고, 사람(일자리)은 없고 기계만 있다. 이 정부는 처음부터 고환율 정책으로 수출 대기업에만 유리한 경제 정책을 펼쳤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를 완화하고 해소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걸 더 심화시키는 정책을 편 것이다. 현재 서민들은 죽을 맛이고, 중산층은 생활이 어렵고, 우리 경제는 허약체질이다. 이제 상생을 해야 한다. 과도한 재벌중심 정책을 바꾸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살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 한미FTA에 대한 평가와 향후 대처방안을 말해 말라.
한미FTA 재협상은 협상이 아니라 굴욕이고 (미국에 다 퍼준) 진상이다.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는 협상으로, 미래 이익을 희생시켜 현재 정권이 필요로 하는 곳에 쓴 것이다. 또한 이익의 균형을 무너뜨린 매국 협상이자, 철저하게 미국에 끌려다닌 사대협상이다. 이제 미국과 FTA를 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국회 비준에 당연히 응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가 왜 굴욕적인 협상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철저하게 밝혀낼 것이다. 예전부터 내가 주장한 내용은 일본 중국과의 FTA는 최대한 늦추라는 것이다. 제조업의 경우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강하다. 그리고 중국의 저가제품은 우리나라 생산품보다 훨씬 싸다. 그러므로 이 두 국가와의 FTA에 대해서는 꼭 필요할 때 해야 한다. 중국과 일본과의 FTA협상을 절대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이 정부가 중국, 일본과 FTA 협상을 서두르는 것에 대해 매우 걱정된다.
- 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뉴민주당 플랜''이 민주당의 진로에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는가. 아니면 새로운 좌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보는가.
세상이 매우 빨리 변하므로, 흐름을 잘 반영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뉴민주당 플랜''에서는 성장과 복지, 기회, 이런 것들을 균형 있게 잘 배치해놓았다. 우리 민주당이 과거에 만든 어떠한 정책보다 많은 노력과 정성을 들여 나온 것이 뉴민주당 플랜이다. 여기에 브랜드 정책도 많이 들어 있다. 친환경 무상급식, 아동수당 등이다. 요즘 화두로 거론되는 것이 보편적 복지인데 뉴민주당 플랜에 보육문제를 비롯해, 관련 정책들이 이미 들어 있다. 하지만 완벽한 것은 없다.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노력만 해나가면, 뉴민주당 플랜 내용이 매우 좋은 텍스트가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 국민 삶의 질을 어떻게 향상시키고, 취약계층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 양극화를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 그런 정책들이 더 개발돼 보태지면 더 충실해질 것이다.
- 국민의 관심사가 복지에 집중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 생산적 복지를 펼쳤는데 그게 바로 우리나라 (본격적) 복시정책의 효시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를 받기는 했지만, 내가 당의 제3정조위원장으로서 전문가들과 함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기초를 만들었다. 우리나라 취약계층에 대한 본격적 복지 내용은 모두 그 법에 기초해서 시작된다. 또 거기서 한 단계 진화한 것이 노령연금이다. 우리나라 소득이 그동안 빠른 속도로 증가했는데, 오히려 복지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OECD국가 중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이 매우 떨어진다. 그래서 복지지출을 늘리고 전반적 복지수준을 높여야 한다.
- 2012년 대선에서는 어떤 정치적 화두가 표출되리라고 보나.제일 큰 문제는 양극화다. 양극화 해소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상생이다. 수도권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기업, IT산업과 전통산업, 남과 북간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 큰 과제라고 본다. 특히 지금 서민들이 굉장히 어려우므로, 서민경제를 살리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이고 이 정권에서 남북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리라 본다. 이와 함께 민주주의가 다시 화두가 될 것으로 본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민주주의의 후퇴를 한탄하시며 돌아가셨다. 지금은 민주주의 후퇴 정도가 아니라 파괴 상황에 달했다. 인권위원회를 보라. 또 대포폰과 민간인 사찰 사건도 보라. 나도 사찰했다고 하는데, 야당 대표니까 그렇다 쳐도 (이명박정부는) 권력에 저항하거나 권력에 순응하지 않는 자기네 식구들까지 사찰하고 있다.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고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공권력을 사병화한 것이다. 종합하자면 정치 사회적으로 복지와 민주주의 수호, 경제적으로는 상생과 서민경제가 화두가 될 것이다.
- 정치권에서 공방중인 개헌문제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헌법이 87년 체제에서 만들어졌는데, 그때와 지금은 너무 많이 달라졌다. 개인적으로는 개헌에 찬성한다. 그런데 권력구조 개편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대통령 중심제가 문제가 있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선뜻 다른 제도를 선택할 준비가 안됐다. 권력구조 개편보다는 경제민주화, 기본권 조항을 선진화 하는 게 더 필요하다. 그러나 속전속결로 개헌을 하려 하면 안 된다.
- 국민들에게 할 말 또는 정치인으로서의 각오는.
지금 전체적으로 나라가 매우 어지럽다.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 설비를 가지고 있다(고 하고), 빈부격차 심해지고, 취약계층이 많다. 평균수명은 연장돼 퇴직자들의 생활도 어렵다. 그런데 우리 국민의 이상은 굉장히 높다. 그러다보니 OECD국가 중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1위다. 어떻게 우리 국민들이 행복하게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게 할 것인가, 그게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 천편일률적으로 성공을 생각하는 것보다는, 작은 성취에 만족하고 서로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소득과 지적 수준이 높아지는데, 대한민국의 자살률이 왜 그렇게 높은지에 대해 많은 성찰을 해야 한다. 답은 더 큰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과거 우리가 정치 중심주의, 절차적 민주주의 치중했는데 이제는 실질적 민주주의를 더해야 한다. 경제 민주화, 문화적 민주주의, 사회적 민주주의 등 전반적 민주주의의 영역을 넓히고 더 크게 만들어 우리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
정세균 최고위원은1950년 전북 진안 출생. 전주 신흥고,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페퍼다인대학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냈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원내대표·의장을 역임했다. 산업자원부 장관과 민주당 대표를 맡았다. 15·16·17·18대 국회의원(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
대담 김종필 정치팀장 jpkim@naeil.com
전예현 기자 n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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