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현장 속 신년인사회' … 취약계층과 대화, 복지행정 틈새찾기
"수급자 가정인데도 SH공사에서 짓는 집(장기전세주택)은 힘들어요. 13평짜리가 6000만~7000만원이고 20평이면 1억이 넘어요. 관리비만 50만원이 넘습니다."
"초등학교 앞 언덕길이 아직도 미끄러워요. 염화칼슘을 비치해두면 나라도 뿌리겠습니다."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마천1동 주민센터 내 다목적방. 박춘희 송파구청장을 둘러싼 주민 들이 생활 속 불편을 털어놓는다. 자리를 차지한 이들은 대부분 한부모 장애인 기초수급자 가정 주민이다.
송파구 신년인사회 풍경이 달라졌다. 이른바 '지역 유지'들이 모여 판에 박힌 문답을 주고받던 예년과 달리 소외계층과 취약계층을 초대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로 한 것. 이웃을 위해 크고 작은 기부를 하는 후원자를 위한 자리도 마련했다. 현장에서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눈으로 확인하고 좀 더 주머니를 열어달라는 의미다. 복지행정이 미치지 못하는 틈새 찾기인 셈이다.
12일 시작된 신년인사회는 이날 거여1동과 마천1동으로 이어졌다. 송파구 내에서도 서민층이 모여 사는 지역 특성상 주거문제에 대한 호소가 많았다. 지체2급 장애에 심장근육병까지 앓고 있는 김 모(57)씨는 "SH공사(장기전세주택)는 꿈도 못꾼다"며 "동사무소에서 싸게 주는 집(매입임대)도 월세 내고 나면 먹고 살 게 없을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일용근로로 생활하는 차상위계층 송 모(45)씨는 지역 내 빈 집을 한시적으로라도 활용하자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집주인들이 뉴타운을 기대하고 고치지 않은 집들이 많다"며 "비만 안 새게 고쳐서 집 없는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초지자체 차원에서는 답을 내기 어려운 주택문제와 달리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달라는 호소에 대해서는 즉각 답변이 나왔다. 고교생 자녀 2명을 양육하고 있는 한부모 이 모(44)씨는 "아들 1명이 학원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구청에서 저소득가정 자녀를 위해 사설 학원을 연계, 무료 수강을 지원하는데 실업계 학생은 학원에서 받아주질 않는다는 것이다. 박춘희 구청장은 "실업계 학생이 원하는 사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다. 생활고 때문에 두 자녀 모두 학원에 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장애인 부부 가정에 대해서는 동 주민센터 차원에서 더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했다.
주민들은 이밖에도 돌보는 이들이 없어 방치되는 저소득가정 자녀 문제, 장애아동이 일반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문제 등에 대해 공공에서 해법을 찾아줄 것을 요구했다. 보다 꼼꼼한 제설작업, 골목길 무단 주차에 대한 대처 등 생활 속 불편을 덜어달라는 요청도 이어졌다.
주민과의 대화를 마친 박 구청장은 인근 경로당으로 자리를 옮겨 보름가량 늦은 세배를 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박춘희 구청장은 "얘기만 듣던 내용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복지정책 방향을 설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수급자 가정인데도 SH공사에서 짓는 집(장기전세주택)은 힘들어요. 13평짜리가 6000만~7000만원이고 20평이면 1억이 넘어요. 관리비만 50만원이 넘습니다."
"초등학교 앞 언덕길이 아직도 미끄러워요. 염화칼슘을 비치해두면 나라도 뿌리겠습니다."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마천1동 주민센터 내 다목적방. 박춘희 송파구청장을 둘러싼 주민 들이 생활 속 불편을 털어놓는다. 자리를 차지한 이들은 대부분 한부모 장애인 기초수급자 가정 주민이다.
송파구 신년인사회 풍경이 달라졌다. 이른바 '지역 유지'들이 모여 판에 박힌 문답을 주고받던 예년과 달리 소외계층과 취약계층을 초대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로 한 것. 이웃을 위해 크고 작은 기부를 하는 후원자를 위한 자리도 마련했다. 현장에서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눈으로 확인하고 좀 더 주머니를 열어달라는 의미다. 복지행정이 미치지 못하는 틈새 찾기인 셈이다.
12일 시작된 신년인사회는 이날 거여1동과 마천1동으로 이어졌다. 송파구 내에서도 서민층이 모여 사는 지역 특성상 주거문제에 대한 호소가 많았다. 지체2급 장애에 심장근육병까지 앓고 있는 김 모(57)씨는 "SH공사(장기전세주택)는 꿈도 못꾼다"며 "동사무소에서 싸게 주는 집(매입임대)도 월세 내고 나면 먹고 살 게 없을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일용근로로 생활하는 차상위계층 송 모(45)씨는 지역 내 빈 집을 한시적으로라도 활용하자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집주인들이 뉴타운을 기대하고 고치지 않은 집들이 많다"며 "비만 안 새게 고쳐서 집 없는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초지자체 차원에서는 답을 내기 어려운 주택문제와 달리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달라는 호소에 대해서는 즉각 답변이 나왔다. 고교생 자녀 2명을 양육하고 있는 한부모 이 모(44)씨는 "아들 1명이 학원에 다니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구청에서 저소득가정 자녀를 위해 사설 학원을 연계, 무료 수강을 지원하는데 실업계 학생은 학원에서 받아주질 않는다는 것이다. 박춘희 구청장은 "실업계 학생이 원하는 사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다. 생활고 때문에 두 자녀 모두 학원에 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장애인 부부 가정에 대해서는 동 주민센터 차원에서 더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했다.
주민들은 이밖에도 돌보는 이들이 없어 방치되는 저소득가정 자녀 문제, 장애아동이 일반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문제 등에 대해 공공에서 해법을 찾아줄 것을 요구했다. 보다 꼼꼼한 제설작업, 골목길 무단 주차에 대한 대처 등 생활 속 불편을 덜어달라는 요청도 이어졌다.
주민과의 대화를 마친 박 구청장은 인근 경로당으로 자리를 옮겨 보름가량 늦은 세배를 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박춘희 구청장은 "얘기만 듣던 내용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복지정책 방향을 설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