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보현 변호사
A는 상가건물의 사무실을 임대차기간 1년, 보증금 9000만원에 임차해 업무를 시작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상 대항력, 우선변제 등 임차인 보호규정의 적용을 받기 위해 '사업자등록'을 마쳤다(서울의 경우 보증금 3억원 이하가 상가법 적용대상). A가 평온하게 업무를 보던 중 기간만료 시점이 다가와도 임대인이 나가라는 말이 없어 임대차 계약은 그대로 1년이 '갱신'되었다.
그런데 갱신된 임대차 기간 중 임대인이 상가건물을 새 주인 B에게 팔고 나갔다. A는 계약이 갱신됐으니 그대로 업무를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B는 A에게 사무실을 비우라고 통보했다. 그런데 상가법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하며 이때도 반드시 임차인에게 갱신거절 이유를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임차인의 생활 안정을 위한 상가법 제정취지 고려해야
A는 B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했다. 그 결과는? B는 갱신거절의 정당한 사유로 '재건축'을 주장하면서 A에게 사무실을 비우라는 소송을 제기했다.(상가법 제10조는 갱신거절사유로 '임대인이 목적 건물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해 목적 건물의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B가 주장한 이른바 재건축은 갱신거절기간이 지난 후 이루어진 공사였고, 그것도 내부 인테리어공사 수준의 무허가불법건축행위였다. 이를 갱신거절의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있을까? 납득하기 어렵지만 1심 재판부는 정당한 사유로 보았다. 더욱이 갱신거절기간 동안 갱신거절 통지도 없었다.
일반적으로 임대인이 임차인 상대로 상가를 비우라는 소를 제기하면 임차인은 응소에 예상되는 경제적·심리적 부담 때문에 그냥 상가를 비워주고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A는 B의 '부당한 제소'에 적극 응소했고, 이 사건은 항소심에서 화해권고 결정이 확정됨으로써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B는 갑자기 임대차조건을 임의로 월세방식으로 바꾸고 이를 소급적용해 3000만원을 보증금에서 공제하고 반환하겠다는 주장을 하면서 보증금 전액의 반환을 거절했다. A는 항소심에서 화해권고 결정이 확정까지 되었는데 보증금도 다 돌려받지 못하고 쫓겨날 처지가 되었다.
결국 사건은 꼬리를 물고 번져 보증금반환청구소송, 강제집행신청, 담보취소신청 등 무려 8개의 소송이 2년 가까이 진행되었다. 현재는 A가 B로부터 겨우 보증금을 반환받고 담보취소사건만 남은 상황이다. B의 이 같은 부당제소로 A가 2년간 겪어야 했던 경제적·정신적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수십억대의 상가건물을 소유한 임대인이 경제력을 배경으로 임차인을 상대로 여러개의 소송으로 파상공세를 할 경우, A같은 임차인이 임대인을 상대로 2년 가까이 여러 개의 소송을 진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매우 어렵다.
상가건물임대차 분쟁사건의 경우, 임차인의 경제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상가법의 제정취지를 고려한 법률해석과 재판진행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갱신거절의 정당한 사유에 관한 해석은 상가임차인 보호라는 상가법의 제정취지를 고려해 보다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임차인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 사건과 달리 임대인의 갱신거절이 정당한 사유에 의한 것이어서 임차인이 상가를 비워주고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임차인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수가 어렵다.
그러나 상가임차인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계약갱신요구권을 5년 한도에서 보장한 상가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임대인의 갱신거절이 정당한 사유에 의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임차인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임대인의 소유권을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는 한도에서, 임차인에 대한 적절한 보상 기준을 마련한다는 조건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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