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주 칼럼]차이메리카(Chimerica)의 행로

지역내일 2011-01-24

중국의 2010년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훨씬 높은 10.3%로 밝혀졌는데 이것이 중국 발 악재로 둔갑하여 주요국들의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러 요인 중 중국이 경기과열을 진정시키고 물가를 잡기 위해 과도한 긴축을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작용하고 있다고 하니 중국이 경제적으로 그만큼 커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문화 및 정치에 대한 서방세계의 인식은 다르다. 톈안먼(天安門) 시위대의 무력진압 사건은 이미 20년 전의 일이라 치더라도 어린이 장난감에서 납 성분이 나왔다던가, 오염된 사료를 먹고 애완동물이 죽었다던가 하는 이야기는 비교적 최근의 기억들이다.

올림픽을 치른 2008년에는 티베트의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시위대의 폭력진압이 세계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는데 급기야는 프랑스 파리에서 올림픽 성화가 소화기 세례를 받아 꺼지는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힘이 커지면 책임도 커진다. 중국의 발전이 주위의 날카로운 시선에 노출되는 것은 그 규모와 속도가 워낙 크고 빠르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은 이미 공산주의국가가 아니다. 기업파산시 채권자의 권리가 체불노임보다 우선하도록 파산법을 개정했고(2006년) 이어 물권법을 제정하여 사유재산이 국공유 재산과 똑같이 보호되도록 하였다.(2007년)

새로운 물권법에는 토지사용권의 자동연장 제도가 신설되어 주택은 70년, 공장과 상가는 각각 50년 및 40년으로 정해진 사용기간이 끝나도 임차인이 원하면 자동 연장된다.

일당독재이긴 하다. 그러나 300만 명의 당원이 지방과 중앙 각 단계에서 지도자를 표결로 선출하고 공산당 정치국과 최고 권력기구의 지도자는 임기가 제한된다. 서구적 민주주의와는 다르지만 합의에 의한 결정이다. 단지 소수의 인구가 결정한다는 것이 다르다. 중국이 스스로를, 진화하는 민주주의의 한 형태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더 이상 냉전은 없다

제5세대 지도자로 낙점되어 있는 씨진핑(習近平)은 멕시코에서의 한 연설에서 중국은 혁명을 수출하는 나라가 아님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중국과 미국 사이에 과거와 같은 냉전은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금년부터 시작하는 중국의 제12차 5개년 계획은 주요 임무 8개항 첫 번째 항목으로 내수진작을 통한 소비수요 확대를 꼽고 있다. 위안화 절상은 중국인의 구매력을 높여주는 것으로 이미 중국의 큰 계획 속에 반영되어 있다.

덩샤오핑(鄧小平)은 3단계 발전론을 유훈으로 남겼다. 온보(溫步)는 의식주를 해결하는 수준, 소강(小康)은 그 외의 작은 욕구들이 충족되는 중산층의 수준, 대동(大同)은 예기(禮記)에서 말하는 이상사회다. 1979년부터 1999년까지는 온보 단계로 GDP 1조달러, 개인소득 900달러를 돌파하고 2020년 이전까지 GDP 5조달러, 개인소득 4000달러를 달성하여 소강 단계에 이른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2009년에 이미 GDP 4조9000억달러, 개인소득 3735달러를 기록하였으니 일정보다 많이 앞당겨지고 있는 셈이다.

그는 또한 도광양회(韜光養晦), 즉 "빛을 감추어 밖에 비치지 않도록 한 뒤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외교지침을 유훈으로 남겼다. 그는 1997년 사망직전까지도 '30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그때까지는 절대로 미국에 맞서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미국의 대침체(great recession) 발발로 인해 중국의 세계무대에의 현란한 등장이 크게 앞당겨졌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분명해진 것은 중국은 이미 남이 주목하지 않는 가운데 부를 쌓는 단계를 지났다는 사실이다.

차이메리카(China+America)는 영국의 니알 퍼거슨이 2006년에 처음 만들어낸 합성어다. 중국과 미국이 합치면 지구전체 면적의 13%, 인구의 4분의 1, GDP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한 경제세력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재커리 캐러벨의 책 "슈퍼 퓨전"의 내용에 의하면 미국과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융합'을 거쳐 이미 하나의 유기체가 되었다고 한다.

미중 정상회담이 그은 획(劃)

중국과의 융합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중국의 상승은 미국의 하락을 의미한다고 믿으며 융합을 부인하고 내칠 것인가가 미국인이 대답해야 할 근본 문제다.

반대로 미국을 자본주의 침략국가라는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중국이 이룬 경제적 지위를 억울했던 근대사의 한풀이 기회로 삼을 것인가, 아니면 한반도 평화를 비롯한 지구촌의 숙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힘에 걸맞는 책임, 그리고 그에 따른 일정한 비용을 함께 부담할 것인가는 신묘년 새해 들어 중국인들이 대답해야 할 문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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