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따뜻함과 아름다움을 남기고 가시다

지역내일 2011-01-25

이정희 회계사

우리 시대 대표 작가 중 한 분인 박완서 선생이 지난 22일 세상을 떠나셨다.

선생은 1970년 등단한 이래 '엄마의 말뚝' '미망' '휘청거리는 오후'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 '아주 오래된 농담' 등의 작품을 꾸준히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출간하는 등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영원한 현역'으로 불렸다.

소설가 이외수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척박한 이 세상을 따뜻하게 감싸 안으라 가르치시던 분들이 하나 둘 저 세상으로 떠나가시네"라는 글을 올려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했다.

전쟁의 상처로 작가가 되었다고 고백한 바 있는 선생은 평생 시대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그렸다. 때로는 자본주의가 만든 황폐한 인간상을 통렬히 비판하기도 했으나, 사람과 자연에 대한 한없는 사랑과 그리움을 작품으로 드러내 주었다.

선생이 우리에게 남기신 의미와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쓴다.

우선 선생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배려의 마음이 가슴에 와 닿는다. 선생은 문인들의 경제적 사정을 걱정하며 '내가 죽거든 찾아오는 문인들을 잘 대접하고 부의금을 받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이전에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 스님이 간결한 삶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 주고 떠나셨을 때에도 우리는 삶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인간이 사회와 시대에 남기고 갈 수 있는 의미와 가치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기회를 가진 적이 있다.

자신 낮추고 남 배려하는 삶의 전형

박완서 선생의 삶에서 우리는 자신을 낮추고 남을 배려하는 삶의 전형을 접하게 된다. 작가 신경숙씨는 "당신은 드러내지 않고 소외된 사람들을 껴안는 분으로서도 표본이셨고, 어디에도 휘둘리는 법 없이 굳건하신 모습으로 늘 그 자리에 계시는 것 자체로 수많은 사람들의 안식처가 되어 주셨다"고 선생을 회고했다. 아끼지 않고 주는 사랑, 위로와 치유의 근거가 되는 삶은 참으로 아름답지 않은가?

선생은 결혼 20여 년의 전업주부 시절을 거쳐 마흔의 문턱에서야 문단에 등장했다. 선생은 등단 직후의 인터뷰에서 "막내가 자란 이제 한밤의 여유를 틈타 이상의 소설을 다시 꺼내 읽고 창작의 어려움에 머리를 적시기 시작했다"라고 말하고 있다.

흔히 새로운 도전에 나이는 장애가 아니라고 하고, 문학을 공부한 학력이 있다 하지만 50~60년대의 시대 상황에서 글과 문학에 대한 끊임없는 구상 및 단련과 일생을 건 실천적 지향이 없었더라면 이러한 문학 및 사회적 성취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등단 이후 40년간 이어진 선생의 높은 문학적 성과와 사회적 실천은 한결 같은 인간 사랑, 가난한 사람과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위로와 연민과 공감의 아름다운 마음이 빚어낸 것에 다름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선생이 젊은 아들을 잃고 쓰신 '한 말씀만 하소서'라는 글은 뭇 사람이 함께 울면서 읽었다. 그 글 속에서 우리는 인간의 아픔과 나약함을 나누었으며, 동시에 인간 정신의 정화와 깊은 공감의 세계를 경험했다.

선생의 일생과 문학의 위대함은 인간의 슬픔과 아픔을 한 개인의 그것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이를 인간의 보편적 아픔으로 형상화해 모든 사람이 함께 위로받고 공감하도록 함으로써 사회적 치유의 기제로 전환시키는 문학의 사회적 실천의 전형을 보여 주었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고통받는 사람에 대한 위로와 치유

우리 시대에 많은 사람이 희망의 끈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인간과 생명의 존엄에 대한 배려도 온전치 못하다. 따뜻한 사회가 되려면 남의 어려움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우리가 추구하는 사회는 모든 사람에게 최소한의 경제적 및 사회적 삶이 보장되는 사회이다.

여기에는 제도와 정책도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사회적 배려와 공감이다. 사회적 공감 없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 수 없다.

따뜻한 배려와 아름다운 나눔 없이는 국민소득도, 주가지수도, 부동산 가격도 우리 사회를 행복한 사회로 만들 수 없다.

일평생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위로와 치유, 따뜻함과 아름다움을 위한 공감의 삶을 추구하고 실천하신 박완서 선생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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