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환경연합 공동대표
지난달 28일, 최열 환경재단 대표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린 서울중앙형사지방법원 510호실. 좌석은 물론 통로에까지 빼곡히 들어선 방청객들이 판사가 읽는 판결문을 숨죽여 듣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재판은 최 대표 개인의 문제를 넘어, 그가 상징하는 한국의 환경운동, 나아가 진보적인 시민사회운동에 씌워진 '저질 파렴치범'의 혐의를 벗느냐 마느냐 하는 성격조차 띠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던 2009년3월 한 신문은 이렇게 썼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정부에서 환경파괴 우려를 이유로 반대하는 사업의 인허가 과정에 적극 개입하고 그 대가로 부동산개발업자에게서 거액을 받은 혐의가 검찰 수사에서 포착됐다 … 최씨는 자신이 대기업 사외이사로 활동하면서 받은 보수로 출연하겠다고 한 환경기금도 실제로는 환경재단 후원금을 횡령해 조성하는 등 환경재단과 환경운동연합의 공금을 자신의 주머닛돈 쓰듯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기소한 그의 죄목은 4가지였다. 첫째, 환경센터 건립기금 1억8천만원을 횡령한 죄, 둘째, 환경운동연합의 장학기금 7천만원을 횡령한 죄, 셋째, 금곡산업개발로부터 1억3천만원을 알선수재한 죄, 넷째, 환경재단의 장학기금 2억6000만원을 유용한 죄.
이날 재판부는 이 가운데 첫째 둘째 셋째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넷째 혐의에만 유죄를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태산명동에 서일필'이랄까. '죄질이 나쁜' 횡령과 알선수재는 모두 무죄가 나오고, 환경재단의 기금을 본래 용도와 다르게 쓴 데 대해서만 죄를 물었으니 말이다.
방청객들은 최 대표가 '파렴치범'의 혐의를 벗은 걸 다행스러워 하면서도, 유죄가 인정된 '가벼운 죄'에 비해 형량은 제법 무겁다는 반응을 보였다.
'횡령' 등 대부분 무죄 판결
그럼, 재판부가 무죄라고 인정한 그 '죄질 나쁜 혐의'들의 진상은 어떤 것이었을까.
첫째 혐의. 1995년 당시 환경연합 사무총장이던 그는 환경노벨상이라는 골드만상을 수상해 7만5000달러의 상금을 타게 되자 그것을 종자돈으로 환경센터 건립을 추진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개인 돈 2억3000만원을 빌려주게 된다. 그리고 건립모금운동 결과 삼성SDI로부터 들어온 3억원의 기부금에서 원금 1억3000만원과 이자5400만원을 돌려받았다. 이것이 횡령의 혐의를 뒤집어 쓴 것이다. 환경센터건립위는 아직도 최 전 사무총장에게 1억 원의 빚을 지고 있다.
둘째 혐의. 최열 대표는 환경연합에 빌려주었던 또 다른 돈 7000만원을 2002년 돌려받자 이 돈을 활동가들의 자녀를 위한 장학기금으로 조성하기로 하고 따로 보관하다가, 그 일부를 딸의 유학비용으로 사용한 적이 있었다. 검찰은 이것을 횡령으로 보았고, 재판부는 횡령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셋째, 최 대표는 2007년 전세로 살던 아파트를 사는 과정에서 친환경산업단지 조성사업을 하던 금곡산업개발의 임원 오병문씨로부터 1억3000만원의 돈을 빌렸다가 갚은 적이 있다. 검찰은 이 돈이 친환경단지 개발을 위한 용도변경에 최 대표가 개입해 대가로 받은 알선수재로 보았고,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넷째, 유죄가 인정된 '기금유용'은 포스코 등 기업으로부터 기부받아 조성한 환경운동가들을 위한 장학기금의 일부를 환경재단이 2005년 사무실을 옮기면서 임대보증금으로 전용한 것이다.
재단 쪽은 재단 이사회와 기부기업 임원들이 포함된 기금운영회의 동의를 거쳐 진행된 일로 위법하지 않으며, 항소를 통해 혐의를 벗겠다는 입장이다.
언론들 재판 결과 거의 보도 안해
이번 재판과정에서 검찰은 무죄를 입증하는 자료들, 특히 환경연합의 컴퓨터 회계자료를 '조작'으로 몰고 가려 애를 썼다. 그래서 검찰청 디지털수사팀이 해당 컴퓨터 하드 디스크를 분석하고, 재판정에서 엄청나게 난삽하고 지루한 IT 기술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환경운동가 최열은 2년여의 피 말리는 수사와 재판을 거쳐, 이제 법적으로는 대부분의 혐의를 벗었다. 하지만 그걸 알아주는 사람이 그날의 방청객 말고 얼마나 더 될까.
검찰이 흘린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을 거침없이 받아썼던 대부분의 언론은 이번 재판결과를 아예 보도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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