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증권이 흔들리고 있다.
증권업계 상위권 경쟁에서 밀린지 오래다. 실적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엎친데 덥친격으
로 사상 초유의 전산사고 마저 터졌다. 고객이탈이 우려될 정도다. 악재도 이만 저만 악재가
아니다. 잘나갈 땐 시장점유율 6%에 확실한 6위로 자리매김했다. 지금은 다르다. 시장점유
율은 4%대로 떨어졌다. 증권업계 6위자리 지키기도 이젠 버겁게 됐다.
◇전산사고는 인재였다=동원증권의 몰락은 지난 5월부터 시작됐다. 삼성 현대 등 상위 증권
사들이 사이버증권에 무게를 두고 있을 때 동원은 조용했다. 물론 IMF를 전후로 해외 네트워
크를 이용한 증권거래 시스템 구축 등 야심은 많았다. 또 전산담담 임원(CIO)를 영입하기도
했다. 제대로된 CIO를 영입한 곳은 당시 얼마 되지 않았다.
보수적 경영 스타일이 문제였다. 동원그룹 회장 둘째아들인 김남구 부사장의 전횡에 가까운
경영스타일이 발목을 잡았다. 초기에 외형에만 집착을 한 나머지 실속없는 장사에 열을 올렸
다. 낙후된 전산시스템의 보수와 신규 투자를 해야 한다는 CIO 주장은 먹혀들리 만무했다.
결국 CIO는 물러나고 말았다.
때문에 대형 전산사고는 이미 예고된 인재였다. 더욱이 사이버비중이 75%에 달하는 동원으
로선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족벌경영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동원증권
은 시대흐름을 역류하며 중하위증권사로 머물 수밖에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주가가 말해준다=동원증권 주가는 5000원대. 겨우 액면가를 면한 수준이다. 실적 등 내재
가치는 물론 성장성 마저 신통치 않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평이다. 실제 지난 5월 이후 증권
가에서는 동원증권이 선두권에서 완전 뒤쳐졌고 대신을 포함한 5대 증권사들과 약정이나 사
이버영업 면에서 비교가 안된다는 말이 파다하게 퍼졌다. 특히 외국계는 물론 국내 애널리스
트들은 동원증권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내지 않을 정도로 관심권에 멀어졌다.
KTB네트워크를 인수합병(M&A)하기위해 무리한 주식매집으로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고 약
정 감소에 따른 수수료 수입도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애널시트들이 동원증권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전
과 성장성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족벌경영의 폐단을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유무상증자로 유통물량까지 많아 지자 주가는 상승세를 타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위기관리 능력도 없다=지난달 28일 김용규 사장이 거래소를 찾아와 전산사고 복구와 관련
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김 사장은 임직원이 밤샘작업을 통해 피곤함을 무릅쓰고 전산시템
을 정상 복구했다고 밝혔다. 또 이날 투자자들의 매매거래는 정상적으로 된다는 말도 덧붙였
다. 그러나 기자를 비롯해 투자자들이 가장 듣고 싶었고 관심있었던 분야는 피해보상 문제였
다. 그러나 김 사장은 아직 피해보상 기준이나 실태파악 마저 하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했
다. 전날 기자들에게 가짜 피해자가 보상요구를 할 수 있으니 피해보상 문제는 언급하지 말
아 줄 것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증권업계에선 김 사장을 포함한 동원증권 임원들은 얼렁뚱당 기자 간담회 이후 여의도 식당
에서 술을 곁들인 즐거운(?) 점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사장과 임원들의 복지부동적
자세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동원증권이 왜 흔들리고 있는 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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