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동 논설고문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토끼해(신묘년)가 밝았다. 올해는 예년에 맞던 '새해'와는 다른 해다. 새 밀레니엄의 새로운 10년을 여는 해로 앞으로 10년의 경제를 설계하고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첫 해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비상체제에서 벗어나 체질을 다지고 그 바탕 위에서 성장의 그늘에 온기를 고루 퍼지게 하는 비전과 전략이 필요하다.
또 올해는 MB집권 4년차의 해이자 대선과 총선을 앞둔 해여서 정치바람에 경제가 휘둘릴 가능성이 높은 해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임기 말 흔히 나타나는 증상으로 '치적 쌓기'에 조바심을 내거나 선거용 포퓰리즘에 빠질 경우 무리수가 남발되어 경제가 왜곡될 위험이 높다.
올해 한국경제는 희망과 우려를 안고 출발했다. 정부는 지난해 6%대 성장의 여세를 몰아 올해 5%대의 고성장과 물가안정, 양질의 일자리 창출, 서민 중산층 생활안정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 같은 경제운영 정책이 순조롭게 항행하면 트리플 1조달러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말 주식시가총액이 1조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GDP 1조달러, 무역규모 1조달러 시대에 들어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순위도 GDP는 14위에서 13위로, 무역규모는 9위에서 8위로 올라서 경제적 위상도 높아지고 선진국 진입의 토대를 다지게 된다. 또 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물가와의 전쟁 치르지 않으면 안될 상황
그 같은 꿈의 도약대 앞에는 치열한 응전이 요구되는 도전이 즐비하게 깔려 있다. 국내외에서 꿈을 한 순간에 무너뜨릴만한 리스크가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할 위험은 물가불안이다. 물가와의 전쟁이라도 치르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직면했다. 물가는 연초부터 안정적인 성장과 서민생활을 위기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국내 소비자물가와 생활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폭설과 한파가 겹치면서 농수산물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 신선식품 가격은 벌써 지난해보다 배 가까이 올라 서민식탁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가파른 물가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물가를 잡지 못하면 성장은 공허할 뿐이다. 환율 금리 외자유입 규제 등 정책을 총동원하여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
늘어나는 가계와 국가 부채도 버티기 힘겨운 부담이다. 가계부채는 이미 900조원을 넘어섰다.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도 증가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고성장은 빚으로 일군 것이다. 가계부채의 폭발성은 10년 전 카드버블에 못하지 않을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추가부실도 올해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위험요인이다.
물가불안과 함께 경계하지 않으면 안될 부분은 자산버블이다. 저금리로 부동자금이 넘쳐나는데다 미국의 달러살포정책으로 단기 외자가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해외자금의 유입은 단기적으로 경기회복에 약이 되겠지만 자산거품과 물가상승을 유발하게 된다. 투기자금의 유입을 경계하고 차단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해외에서 밀어닥칠 리스크가 더욱 걱정이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확산일로다. 그리스와 아일랜드 경제를 무너뜨리고 세계로 전이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또 다른 글로벌 금융위기로 비화할 조짐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한국경제 아킬러스건
미국의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중국의 긴축정책이 세계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경제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환율전쟁과 통상마찰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 있다. 자원확보 전쟁도 가열될 전망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경제체질로서는 지난해보다 더한 고단한 항해를 강요받고 있는 셈이다. 연평도 포격 사태로 더욱 예측력이 약해진 지정학적 리스크는 한국경제의 아킬레스 건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국가신인도 하락과 금융시장 불안, 실물경기 및 심리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영향을 미쳐 경제를 갉아먹는다. 평화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앞으로 10년을 내다보는 첫 해인 올해가 우리 경제에 중대한 고비다. 도약하느냐 주저 앉느냐는 내외 리스크 관리와 대응에 달려 있다. 정부와 경제팀은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민귀군경'(民貴君輕)을 새기고 또 새겨야 할 것이다. "관건이 인권 위에 있고, 부자가 빈자 위에 군림하고, 힘센 자가 힘 없는 자를 핍박하는" 일이 없도록 그 사자성어의 의미를 새기며 시장과 소통하는 따뜻한 경제를 일궈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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