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 인권침해 심각 … 피해상담 3년새 3배
"법·제도 지원 없어 가족갈등·가정폭력 사실상 방치"
#만17세였던 지난 2008년 4월 한국으로 시집 온 캄보디아 여성 A씨.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어야 할 2009년 1월 30일 밤. 그녀는 평생 잊지못할 악몽을 꾼다. 남편 친구집에 놀러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안에서 남편은 A씨 머리를 때렸다. 단지 운다는 이유였다. 이를 저지하는 A씨에게 욕을 하며 얼굴과 머리를 마구 때렸다. 집에 도착해서도 폭력은 이어졌다. 남편이 술을 사러간 사이 시어머니에게 전화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남편은 고자질했다는 이유로 또 때리기 시작했다. 남편의 폭력에 겁을 먹은 A씨는 더 이상 때리지말라는 의미로 부엌에서 칼을 찾아 손에 쥐었다. 더욱 화가 난 남편은 무섭게 다가왔고 겁에질린 그녀는 남편을 찔렀다. 남편은 병원에 입원했지만 닷새만에 죽었고 A씨의 코리안드림은 산산조각났다.
#베트남 남부 껀터시의 빈농 집안 출신으로 호치민시에서 가정부로 근무하다 '코리언 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시집온 탓티황옥씨. 2010년 7월 8일 당시 스물살이었던 탓티황옥씨는 남편에게 심한 구타를 당하고 복부에 흉기를 맞고 타향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는다. 결혼한 지 일주일만이었다. 다. 남편은 아이를 갖고 싶어 정신병약을 먹지 않았던 자신을 탓했지만 20살 꽃다운 신부는 이미 저세상으로 떠나 버린 뒤였다.

'코리안드림'을 안고 한국으로 시집 온 이주여성들이 현실에선 남편 등 시댁가족으로부터 심각한 인권침해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정폭력은 죽음까지도 넘나들 정도로 위험한 수준이며 언어와 문화차이로 빚어지는 가족간 갈등도 심각한 실정이다.
다문화가정의 출발인 이주여성 보호대책은 그러나 수박 겉핥기식 미봉에 그치고 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센터가 14일 여성가족부 산하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로부터 넘겨받은 '2007년~ 2010년 이주여성 가정폭력피해 현황 및 조치현황'자료에 따르면 부부ㆍ가족갈등, 이혼ㆍ법률, 체류ㆍ노동, 성폭력 및 가정폭력 등 결혼 이주여성의 각종 인권피해로 인한 상담 건수가 2007년 1만8401건에서 2008년 2만6634건, 2009년 5만4980건, 2010년 6만1393건으로 3년새 4만여건, 3배 이상 늘었다.
특히 이주여성들이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찾게되는 여성부 산하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에 따르면 상담사유는 부부ㆍ가족갈등이 3만858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이혼ㆍ법률 2만6472건, 체류ㆍ노동 2만4247건, 성폭력 및 가정폭력 등 폭력피해 1만8077건 등이었다.
또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 조치현황을 보면 직접상담이 72.3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2차 상담권고 13.54%, 전문기관 의뢰 4.28%로 90% 이상이 주로 상담하는 수준에만 머물고 있다.
지원센터를 찾은 이주여성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보호시설, 의료기관, 법률기관, 노동기관, 수사기관, 현장출동 요청, 긴급피난처 제공 등은 각각 0.03~0.98%로 모두 1% 미만에 그쳤다.
문제는 반복되는 가정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주여성에게 상담만으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언제든 베트남 새댁 탓티황옥씨같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고 있고 실제로 지금도 결혼이주여성들은 가정 폭력과 가족간 갈등으로 모진 시집살이를 하고 있다.
정보공개센터 관계자는 "집안 문제는 집안에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깊은 한국사회가 어쩌면 이주여성을 가정폭력이라는 위험에 방치해 두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을 해봐야 한다"며 "심각한 경우에는 남편과 분리해 그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보호시설과 폭력으로 인한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의료적 지원 등 법적ㆍ제도적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근본적으로는 국제결혼중개업체에 의한 인신매매성 국제결혼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을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받아 들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가정폭력을 비롯한 인권침해를 당하는 이주여성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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