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주민, 김포 ‘피난생활’ 한달 “그리운 고향 … 힘겹고 막막합니다”

지역내일 2011-01-19

연평도 주민 869명 임시 거주

"정부, 연평도 청사진 내놓아야"

"답답해요. 고향 떠나서 이런 곳에 있다는 게."

버스에서 내려 아파트 안으로 종종걸음을 걷는 박 모(61)씨의 첫 마디다. 박씨는 "그나마 다행이라면 뭍에 나온 김에 병원을 자주 다닐 수 있다는 점"이라며 입을 닫았다. 박씨는 심근경색을 앓고 있다고 했다.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는 18일. 경기도 김포시 양촌면 양곡리 휴먼시아 3단지는 연평도 주민 869명이 2개월간 피난 생활을 하는 곳이다. 이들이 이곳에 입주한 날은 지난달 19일. 18일은 꼭 한달째 되는 날이다.

아파트 경비원은 "별 다른 일은 없다"며 "다만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 같다"고 걱정을 한다. "속이 답답해서인지 아니면 마땅히 할 일이 없어서인지…."

추운 날씨 탓에 드문드문 만나는 주민들은 모두 "답답하다"는 말로 첫 마디를 뗐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동네 어른을 만난 젊은 부부가 "어떻게 지내느냐"고 질문하자 곧장 "답답하지 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추운 날씨에도 산책을 하던 박 모(77)씨는 "복구만 되면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야지. 있고 싶어서 여기 있는 게 아니야"라며 손사래를 친다. 박씨는 연평도가 제2의 고향이다. 6·25 때 피난 내려와 평생을 살아왔다. "일부 노인은 기계 작동을 하지 못해 나오지도 못해." 섬을 떠나 도시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적응은 만만치 않다.

답답한 현실은 불투명한 미래에 비하면 그래도 나은 편이다.

아파트 슈퍼마켓에서 만난 김 모(62)씨. 평생을 바다에서 살아온 그는 담배 한 갑과 돼지고기 한 근을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김씨는 "일을 못하니까 하루 종일 집에 있다"면서 "돌아가야 하는데 돌아간다고 당장 해결되는 게 없으니 답답해"라고 말을 맺었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러 나온 조 모(48)씨는 "앞으로 확실한 게 아무것도 없다"며 "당장 아이들은 2월 개학을 하면 운남초등학교로 다시 돌아가는 것인지 졸업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속상해했다.

그나마 아이들 얼굴은 밝았다. 자원봉사 나온 대학생들과 공부를 하고 태권도도 배우고 견학도 하면서 신이 난 것이다.

추운 날씨에도 아파트 단지를 뛰어다니던 추 모(12)군은 "연평도 친구들도 다 있고 이곳 생활이 너무 좋다"며 밝게 웃었다.

지난해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사태 이후 뿔뿔이 흩어져 있던 주민들은 대부분 이곳에 모여 살고 있다. 18일 현재 연평도에 들어가 있는 주민은 258명이다. 정부와 인천시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생활하고 있지만 다음달 18일이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 주민 대부분 섬으로 돌아갈 계획이지만 평화마을이든 생계문제든 말만 많을 뿐 뚜렷하게 결정난 것은 없다.

김재식 연평주민비상대책위원장은 "연평도 재건과 복구사업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17일에는 주민들이 자체 공청회를 열어 대책위 차원에서 요구안을 정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17일 공청회 결과를 토대로 평화마을 조성 등 마을재배치, 냉저장시설 설치, 화물선 운영 등 요구안을 정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하루빨리 연평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청사진을 제시해줘야 한다"면서 "아무런 대책없이 돌아가 살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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