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주민들의 자치실험 … 재건축으로 사라질 마을자산 수집
"둔촌선생은 정신을 강조했습니다. 무엇보다 도서관이 중요합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가장 많이 찾을텐데 체험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지난 14일 오전 11시 서울 강동구 둔촌1동주민센터 사랑방에서 주민 10여명이 열띤 토론 중이다. 이르면 2016년 완공될 새 동주민센터에 '둔촌역사문화관'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마을 흔적 사라지기 전에…" ="2013년 둔촌주공아파트단지 재건축이 예정돼있어요. 내년 말부터는 이사가 시작될 텐데 그 뒤에는 둔촌이라는 우리 마을 흔적도 다 사라지고 말아요."
땅의 생김새를 그대로 살린 아파트단지, 어느새 아파트보다 훌쩍 커버린 나무들, 원형에 가깝게 보존된 습지까지 생활 주변이 모두 마을자산이다. 마을 이름 기원이 된 광주 이씨 시조 '둔촌 이 집 선생', 고려 공민왕때 신돈의 탄압을 피해 숨었다는 둔굴, 피부병 환자에게 영험하다는 국청사 우물 등도 빼놓을 수 없다. 김순희 동장이 둔촌동의 정체성 지키기에 주목한 이유다. 그는 "없는 이야기도 만들어내 상품화하고 파는 시대 아니냐"며 "마을자산을 활용해 둔촌동을 이야기가 있는 마을로 만들어 미래사회에 대응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조재호 주민자치위원장이 여기에 동참, 주민자치위원회 월례회 안건으로 올렸다. 처음에는 주민자치위원 가운데도 반대의견이 많았다. 아파트단지 허물고 나면 다 없어질 건데 거기 왜 시간과 돈을 투입하느냐는 거였다. 주민자치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전문 기관에서 1·2차 자문을 받고 사업설명회까지 열었다. 조 위원장은 "마을자산을 보존하면서 마을에 대한 주민들의 애정과 관심을 끌어내자는데 동의해줬다"고 말했다. 4개월 준비 끝에 안건은 주민자치위 심의를 통과했다.
마을과 주민들 이야기를 담는다는 뜻에서 사업 이름도 '둔촌다큐'로 정했다.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실무작업에 나섰다. 주민자치위원과 지역 학습동아리 회원, 자원봉사자 등이다. 우선 둔촌동 관련 역사적 사건과 이야기 모으기, 자연환경자산 확인하기, 물적·기관자산 확인하기 등 단계적 사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공청회를 두차례 열고 주민들과 그 내용을 공유했다.
◆지역 숨은 인재 발굴성과 = 주민들 반응은 예상밖이었다. 채집한 역사문화 자료를 이야기로 전달할 역사문화해설가를 양성하기로 하고 지난 연말 교육을 시작할 때였다.
"해설사 교육과정을 개설한다는 전단을 붙였는데 이틀만에 마감됐어요. 50명이 지원했는데 여유가 없어 다 받지 못했죠."
김옥선 주민자치위원회 간사가 당시를 돌이켰다. 습지관리위원 수필가 교사 전통문화지도사 주부기자 등이 교육을 끝까지 마쳤다. 김순희 동장은 "재건축 후에도 마을에 남을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결과적으로 해설사들이 마을을 돌보는 인적자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채집한 자료를 재구성한 둔촌1동 역사문화해설서가 곧 선보이고 다음달이면 해설서를 중심으로 골목길여행을 시작한다. 재건축이 끝난 뒤에는 역사문화관과 해설서를 거리극과 노래 행위예술에 담아 선보이기 위해 주민극단 노래패 등도 준비 중이다. 조 위원장은 "마을 이야기를 담은 다큐 제작과 함께 역사문화해설서를 각 학교에서 특활시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순희 둔촌1동장은 "주민자치와 마을문화를 재창조할 수 있는 다양한 연결 고리들을 개발하는 중"이라며 "변화된 마을환경에 걸맞은 지역 특성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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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선생은 정신을 강조했습니다. 무엇보다 도서관이 중요합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가장 많이 찾을텐데 체험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지난 14일 오전 11시 서울 강동구 둔촌1동주민센터 사랑방에서 주민 10여명이 열띤 토론 중이다. 이르면 2016년 완공될 새 동주민센터에 '둔촌역사문화관'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마을 흔적 사라지기 전에…" ="2013년 둔촌주공아파트단지 재건축이 예정돼있어요. 내년 말부터는 이사가 시작될 텐데 그 뒤에는 둔촌이라는 우리 마을 흔적도 다 사라지고 말아요."
땅의 생김새를 그대로 살린 아파트단지, 어느새 아파트보다 훌쩍 커버린 나무들, 원형에 가깝게 보존된 습지까지 생활 주변이 모두 마을자산이다. 마을 이름 기원이 된 광주 이씨 시조 '둔촌 이 집 선생', 고려 공민왕때 신돈의 탄압을 피해 숨었다는 둔굴, 피부병 환자에게 영험하다는 국청사 우물 등도 빼놓을 수 없다. 김순희 동장이 둔촌동의 정체성 지키기에 주목한 이유다. 그는 "없는 이야기도 만들어내 상품화하고 파는 시대 아니냐"며 "마을자산을 활용해 둔촌동을 이야기가 있는 마을로 만들어 미래사회에 대응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조재호 주민자치위원장이 여기에 동참, 주민자치위원회 월례회 안건으로 올렸다. 처음에는 주민자치위원 가운데도 반대의견이 많았다. 아파트단지 허물고 나면 다 없어질 건데 거기 왜 시간과 돈을 투입하느냐는 거였다. 주민자치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전문 기관에서 1·2차 자문을 받고 사업설명회까지 열었다. 조 위원장은 "마을자산을 보존하면서 마을에 대한 주민들의 애정과 관심을 끌어내자는데 동의해줬다"고 말했다. 4개월 준비 끝에 안건은 주민자치위 심의를 통과했다.
마을과 주민들 이야기를 담는다는 뜻에서 사업 이름도 '둔촌다큐'로 정했다.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실무작업에 나섰다. 주민자치위원과 지역 학습동아리 회원, 자원봉사자 등이다. 우선 둔촌동 관련 역사적 사건과 이야기 모으기, 자연환경자산 확인하기, 물적·기관자산 확인하기 등 단계적 사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공청회를 두차례 열고 주민들과 그 내용을 공유했다.
◆지역 숨은 인재 발굴성과 = 주민들 반응은 예상밖이었다. 채집한 역사문화 자료를 이야기로 전달할 역사문화해설가를 양성하기로 하고 지난 연말 교육을 시작할 때였다.
"해설사 교육과정을 개설한다는 전단을 붙였는데 이틀만에 마감됐어요. 50명이 지원했는데 여유가 없어 다 받지 못했죠."
김옥선 주민자치위원회 간사가 당시를 돌이켰다. 습지관리위원 수필가 교사 전통문화지도사 주부기자 등이 교육을 끝까지 마쳤다. 김순희 동장은 "재건축 후에도 마을에 남을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결과적으로 해설사들이 마을을 돌보는 인적자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채집한 자료를 재구성한 둔촌1동 역사문화해설서가 곧 선보이고 다음달이면 해설서를 중심으로 골목길여행을 시작한다. 재건축이 끝난 뒤에는 역사문화관과 해설서를 거리극과 노래 행위예술에 담아 선보이기 위해 주민극단 노래패 등도 준비 중이다. 조 위원장은 "마을 이야기를 담은 다큐 제작과 함께 역사문화해설서를 각 학교에서 특활시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순희 둔촌1동장은 "주민자치와 마을문화를 재창조할 수 있는 다양한 연결 고리들을 개발하는 중"이라며 "변화된 마을환경에 걸맞은 지역 특성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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