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또 국민들의 주머니에 기대는가

지역내일 2011-02-23

김겸훈 한남대 교수 행정학

상호저축은행 발 저축은행 사태가 예사롭지 않다. 1997년 외환위기를 초래했던 종금사 연쇄부도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종합금융회사의 줄임말인 종금사는 외환위기 와중에서 모두 문을 닫아 상호신용금고가 이름을 바꾼 지금의 상호저축은행은 전혀 다른 금융기관이다. 그리고 내용적인 면에서 보면 투기적 외환거래가 기폭제가 됐던 종금 사태와 지금의 저축은행 사태는 분명 다르다.

반면 몇 가지 중요한 점에서는 매우 흡사하다. 우선 정부와 기업의 합작품이라는 것하고 가장 고통스러운 피해자는 서민이고 손실을 국민에게 전가하려는 점이 그렇다. 속된 말로 당사자는 빠지고 죄 없는 국민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상호저축은행은 본래 서민금융의 창구로 서민대출을 본업으로 했다. 그러던 것이 예금자보호한도가 2001년 5000만원으로 확대되면서 높은 금리와 금융자산호보 효과를 기대한 거액자산가들의 분산 투자처로 변모됐다.

풍부해진 예치금을 바탕으로 한 고수익 창출방안을 모색하던 상호저축은행은 건설회사 대출사업인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사업의 참여를 적극화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정부다.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 8% 이상과 고정여신비율 8% 이하의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한 상호저축은행을 88클럽이라 하여 기존의 대출규제를 대폭 완화해 준 것이다.

이를 계기로 상호저축은행들은 부동산호황에 편승하여 앞다퉈 PF대출사업 참여를 확대해 많은 수익을 거둔 바 있다. 그 반면 거액의 PF대출이 급증하면서 부실화에 대한 위험도 함께 증가하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PF대출 급증, 부실화 위험 커져

상호저축은행이 이 지경에 이르도록 감독기관인 금융위, 금감원, 기획재정부는 무엇을 했단 말인가. IMF 총재였던 미 셀 캉드쉬는 "한국 관료와 종금사는 근친상간 관계에 있다"라고 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따라서 부동산경기가 침체되고 미분양아파트가 증가하면서 상호저축은행 부실화에 대한 예측은 일찍이 대두됐다.

많은 이들이 정부가 아파트분양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으로 DTI(총부채상환율) 규제카드를 만지작거릴 때부터 가계부채증가와 국민경제 전반에 대한 중장기적 역효과를 근거로 반대했다. 왜 건설사의 투자실패에 대한 손실을 정부가 보전하려 하느냐 하는 문제제기와 과도하게 높게 책정되어있는 분양가격의 적정화를 위해서 시장의 조정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이러한 근거있는 우려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성장중심의 정책기조를 고집하면서 주택시장에 개입, 지난해 9월 DTI(총부채상환율) 규제를 풀어주었다. 그 결과 가계의 부실화는 현실화됐다.

그 객관적 근거를 보자.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10년 4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은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폭증했다. 지난 4분기 주택담보대출잔액이 375조6000억원에 이르러 전분기보다 10조6000억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신용카드 등을 통한 물품구입과 외상구매)을 합한 가계신용잔액은 사상최대치인 795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보다 25조3000억원 증가한 것이다.

혹자는 너무 호들갑떠는 것 아니냐고 할지모르겠다. 한마디로 하면 한국 금융시스템의 펀더멘털이 아직 건실하다는 것이다.

서민들, 외줄타기로 멀미 날 지경

그러나 나는 정부를 믿을 수 없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도 마뜩치 않을 뿐만 아니라 너무 야박한 평가인지 몰라도 문제해결 능력 자체가 의심스럽다. 이명박 대통령은 평지를 달려왔다고 하지만 서민들은 3년 내내 외줄타기 하느라 멀미가 날 지경임을 헤아려야 할 것이다.

지난 주말에 집안 어른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노후자금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에 묻어둔 돈을 빼야 할지 어떨지 알려달라는 것이다.

난감했다. 대저 이런 일이라는 것이 원망듣기 십상이고 잘해야 본전이잖은가. 그렇지만 분명하게 "저라면 빼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때 내 귓전에는 "정부, 너그말 어떻게 믿노?"라는 성난 부산시민의 말이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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