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금리정책, 스스로 파는 함정

지역내일 2011-02-24

유철규 성공회대 교수 경제학

물가와 가계부채 사이에서 정책당국이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져들었다는 보도와 국내외 논평이 줄을 잇는다. 물가상승에 그나마 대응하려면 금리를 올려야 할텐데, 그러자니 이미 위험해진 가계부채문제가 더 악화된다. 또 가계부채문제를 터뜨리지 않으려니 물가상승이 정치적으로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는 식이다.

물가는 연초부터 목표치를 훌쩍 넘어섰고, 최근의 중동사태와 국제원자재가의 지속적 상승으로 한층 더 불안해 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런 상황은 작년에 한국경제의 화두로 출구전략이 제시되었을 때 상당부분 예견되었고 또 충분히 지적되었던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는 지난 연말까지도 부동산 침체와 유럽의 재정위기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기준금리 정상화에 반대했고 끝내 뜻을 관철시켰다. 연초에 한국은행이 작년 경제성장률의 급격한 상승을 근거로 "한국경제가 금융위기에서 벗어났다"고 선언했을 때도 기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성장률에 대한 집착이 컸던 만큼 물가상승에 대한 경계심은 약했기에 올해 물가상승율 3%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장담했고, 이제와서 "물가여건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며 대응책을 세운다니 허둥지둥하는 듯 보일 뿐이다.

한편 잘 알려진대로 한국의 가계부채 상황은 심각하다. 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이미 미국을 넘어섰다 하고, 더구나 빠르게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이다.

그런데 정부당국은 물가에 우선적인 정책목표를 둘 거냐, 아니면 가계부채문제를 우선시할 거냐를 두고 곧잘 서민가계와 서민경제의 부담을 들고 나온다. 물가상승도 서민의 고통이요,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려도 서민의 부담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일견 물가와 가계부채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망설이는 정부의 서민에 대한 애정은 깊어 보인다.

물가·가계부채 사이에서 우물쭈물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싶은 것이 있다. 정부는 지난 11일 '전·월세 시장 안정 대책'이라는 것을 내놓았다. 이 또한 물가정책과 마찬가지로 지난 연말만 해도 전·월세 시장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던 입장을 정부 스스로 부인한 모양새를 띤다.

문제는 그 대책이라는 것의 핵심 가운데에 서민들에게 전세자금 대출을 늘리고 이자를 낮춰 준다는 식의 대책이 또 다시 반복해서 포함된 점이다. 올 3월까지 한시적으로 폐지한 주택담보대출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의 연장이나 추가 완화카드도 만지작거리는 모양이다. 대출을 받아 전세자금을 해결하고 뭣하면 대출받아 집을 사라는 것이 주요 대책이다. 금리정상화로 인한 가계부담을 걱정한다는 정부가 끊임없이 가계부채의 증가를 통해 내수시장을 유지하고 자산시장의 회복을 유도하는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물가대책과 가계부채대책간의 딜레마는 표면적으로는 그럴듯해 보여도 실제로는 정부 스스로 그 딜레마를 키우고 또 스스로 정책함정에 빠져드는 셈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진정한 속내는 따로 있다고 보아야 할 텐데, 그것은 경제성장률을 높여야 한다는 성장위주 정책을 포기하지 못하는 데서 찾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엉뚱하게도 가계부채 부담을 내세운 채 금리와 환율을 손대지 않는다. 성장률을 높이자는 것 자체야 쉽게 반대할 수 없지만, 수출 대기업을 지원해서 그렇게 하자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수출 대기업의 성장을 통한 경제성장률 제고가 서민경제와 별 관계가 없다는 점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 부담 덜면서 금리 정상화해야

좀 다른 예지만 에너지 낭비를 초래하는 전기요금 문제에서도 비슷한 논리적 사례가 나타난다. 전기요금체계를 정상화시켜야 할 필요성이 크지만, 이를 개선하지 못하는 이유로 서민의 요금부담증가를 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전기다소비형 대규모 산업체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진정 서민가계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면, 전기요금은 정상화하고 저소득 계층에게는 에너지 보조금을 직접 지급해서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 있는데도 다른 대안은 무시된다.

같은 논리로 부채누적으로 인한 서민의 부담은 덜어 주면서 금리는 정상화하는 방식의 정책이 개발되고 시행되어야 할 시점이다. 우선 더 이상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방식의 정책은 당장 멈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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