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저가낙찰로 알박기 수순 … 직무유기·안전성 외면"
서울시 "가격경쟁 심해 낙찰률 하락 … 품질관리 등 철저"
서울시가 추진중인 지하철7호선 열차무선장치가 TRS(주파수 공용방식)시스템으로 결정됐다. 이는 그동안 업계가 지적해온 'TRS알박기'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내일신문 1월 18일자 5면 참조)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는 지난 22일 2012년 12월 개통예정인 지하철7호선 연장구간(온수~부천~부평구청)의 열차무선시스템에 입찰한 7개 업체 모두 기술평가에서 통과시켰다.
기존 방식인 VHF(주파수 전용방식)업체는 4곳, TRS업체는 3곳이었다.
◆"낙찰률 65.28%, 알박기 시도" = 조달청은 23일 이들 업체가 써낸 가격을 공개했다. 가격점수에서 1~3위가 모두 TRS업체였으며, VHF업체는 4~7위였다. 저가낙찰제여서 7곳중 가격을 가장 적게 써낸 TRS업체가 낙찰 받은 것이다. 이 업체는 40억9100만원을 써내 예정가에 비해 낙착률이 65.28%였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 관계자는 "TRS업체들이 '알박기'하기 위해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써내 낙찰을 받았다"며 "이는 TRS방식이 철도와 지하철 열차무선장치에 추가 진입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길을 터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존 TRS업체가 7호선 열차무선장치와 같은 규모로 공사를 할 때 최소 100억원은 소요된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낙찰된 업체가 써낸 가격은 이에 비하면 40%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낙찰받은 업체가 손해를 감수하고 저가입찰을 했거나 아니면 기존 업체들이 폭리를 취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는 철도와 지하철 업계가 업체의 이익을 대변해줬다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TRS진출 허용은 서울시 직무유기" = 이로 인해 서울시도 TRS업체들이 '알박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줬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필요한 물건을 사면서 어떤 것을 살지 선택하지 않고 2개중에 어느 것이나 상관없다고 하는 것은 직무유기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를 통해 TRS업체가 진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줬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기술평가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이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것은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현재 사용중인 시스템과 다른 방식을 선택할 경우 예산낭비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시민의 안전은 무시하고 두 시스템 모두 참여시켜 저가낙찰방식을 선택했다"며 "서울시가 기술평가를 할 때 TRS방식이든 VHF방식이든 기술평가를 제대로 했다면 입찰한 7개 업체중 2~3곳은 탈락시켰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철 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입찰업체에 대한 기술평가를 진행했다"며 "저가로 인해 부실시공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방침에도 어긋나 = 서울시가 TRS방식에 문을 개방해 놓은 것은 정부 방침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행정안전부는 재난안전통신망(통합지휘 무선통신망 : TRS방식)에서 철도와 지하철은 적합하지 않다며 제외시켰다. 그동안 철도와 지하철 등은 소방방재청이 추진했던 TRS방식이 현실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예산 낭비를 초래한다며 반대해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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