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끝에 악수'라는 말이 있다.
너무 신중하게 이것저것 고려하다 보면 오히려 좋지 않은 방향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변수들을 하나하나 챙겨가며 '윈윈'만을 고집하다가 모두 손해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지지부진하게 하다가는 여러 이해집단들의 논리에 휘둘릴 수도 있다. 따라서 한 쪽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방향이 옳다면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다.
다산과 한국디지탈라인 퇴출심사 과정에서 코스닥위원회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유예기간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코스닥위원회는 기업과 투자자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을 다 챙기느라 시간이 더 필요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다산이 제기한 등록취소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1차전에서 판정패 당했다. 시장참여자들은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퇴출에 대해 지지부진했던 모습이 다산으로 하여금 코스닥위원회를 '해볼 만한 상대'로 인식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다음주에는 한국디자탈라인 퇴출심사가 있다. 유예에 유예를 거친 이후다. 결과가 주목된다.
코스닥위원회의 미지근한 대응이 퇴출방안 마련과정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아 염려된다.
얼마전 코스닥활성화 방안이 확정됐다. 그러나 핵심인 퇴출규정 강화방안은 생략됐다. 코스닥위원회는 여러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며 심사숙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스닥위원회는 전문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합하고 있다. 또 다음주에는 투자자대표, 기업대표, 학계와 언론계 인사들이 토론자로 참여하는 '퇴출제도 개선방안 공청회'를 연다고 한다.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듣고 이를 수렴하는 자세는 필요하다. 그러나 이해집단들마다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고 이들의 의사를 모두 수렴하기에는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 어차피 한 쪽으로부터는 비판을 받게 마련이다.
코스닥위원회가 이를 피하기 위해 어중간한 '윈윈' 전략을 택하려고 한다면 '장고 끝의 악수'를 둘 가능성이 높다.
코스닥시장에 뿌리내리고 있는 불신의 골은 매우 깊다. 그동안 수많은 불건전세력들이 조금씩 갉아먹은 부분을 이제는 과감하게 도려내야 한다. 당연히 대가가 필요하다.
과감하고 신속한 퇴출이 오히려 해당 기업과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코스닥위원회가 비판을 피하기 위한 '장고'를 거듭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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