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서울대 합격자 수와 고교 서열화

지역내일 2011-03-02

신동원 휘문고 교사 전국학부모지원단 자문위원장

올해도 어김없이 고교별 서울대 합격자수가 신문과 인터넷에 떴다. 80명 이상 합격한 유명 특목고부터 1명이라도 합격시킨 지방 고교들까지 983개 고교 명단이 돌아다니고 있다.

필자는 내일신문 브런치 교육강좌를 주관하면서 전국에 있는 많은 현장 교사들을 만난다. 그들은 하나 같이 이런 고교서열 자료가 돌아다니면 3월 신학년 개학하기 전에 맥부터 쭉 빠진다고 말한다.

서울대는 크게 4개 유형으로 학생들을 선발한다. 2011입시에서도 지역균형 선발 729명, 특기자 1155명, 기회균형 190명, 정시모집 1215명을 선발했다.

지역균형 선발은 주로 학생부 교과 성적을 중심으로 선발하다보니 1명 이상 합격자를 낸 고교 수가 매년 500개 고교가 넘을 정도로 전국에서 골고루 합격한다.

특기자 전형은 예체능뿐만 아니라 인문사회, 외국어, 자연과학 등 각 분야에서 특기와 적성을 가진 수험생을 선발하며, 기회균형 전형은 사회적 소외계층을 중심으로 선발한다. 정시모집은 수능 성적과 논술, 학생부 성적으로 종합적으로 반영해 선발한다.

겉으로만 보면 학교 공부만 잘해도, 남보다 뛰어난 특기만 있어도, 수능 시험이나 논술 시험만 잘 봐도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는 구조이다. 다양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골고루 기회를 주는 형식이다.

그러나 입시 현장에서 꼼꼼히 살펴보면 각 영역에서 우수학생을 싹쓸이 하겠다는 서울대의 욕심과 계산을 읽을 수 있다.

지역균형 선발에서는 고교 6개 학기 동안 거의 모든 과목을 1등급을 받아야 합격할 수 있다. 특기자 전형에서는 과고나 외국어고, 예술고에서 고교 수준 이상의 뛰어난 능력을 보여줘야 합격할 수 있는 서류 평가와 구술 면접고사가 있다.

합격자 4명 중 1명은 특목고 출신

정시모집 1단계에서 수능 성적으로 2배수를 뽑아 놓고 2단계에서 논술 성적에 수능 점수를 또 다시 더해 합격자를 내기 때문에 수능 성적이 좋은 학생들만 합격할 수 있다.

서울대가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을 선발해도 합격자 분포를 보면 특정한 고교에 집중되고 있다. 전국 고교 중에서 합격생을 가장 많이 배출한 학교는 서울예술고 89명, 이어 대원외고 70명, 세종과학고 49명, 한성과학고 46명, 용인외고 44명 등의 순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1위였던 서울과학고는 과학영재고로 개편되면서 조기 졸업을 할 수 없게 되어 85명에서 37명으로 합격자 수가 크게 줄었지만 내년에는 또 다시 1위를 탈환할 것이다.

2007입시부터 2011입시까지 5년 동안 평균 15명 이상 합격시킨 고교는 24개교인데, 예술고 3개교, 과학고(영재고 포함) 9개교, 외국어고가 각각 6개교, 자사고 4개교 등이며, 평준화지역 일반고는 서울 강남의 휘문고와 중동고뿐이다. 서울대 합격생 4명 중 1명이 특목고 출신이다.

특목고도 우수한 중학생이 몰려드는 고교가 좋은 실적을 내고, 지역별로도 서열이 매겨져 강남 학군의 실적이 좋고, 지역 내에서도 고교 서열이 있어 특정 고교 중심으로 진학 실적이 좋다. 고교 평준화는 이미 옛 얘기가 되었다.

학교의 다양한 교육 활동 중 대학 입시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김연아가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우리국민 모두가 스케이트를 잘 탄다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서울대 합격자 수로 단위 고교의 교육력을 논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뿐만 아니라 서울대 합격자 수로 고교를 서열화시키는 것은 더욱더 큰 문제를 품고 있다.

서울대 합격자수로 교육력 평가 안돼

서울대 전형 방법으로 볼 때 선행 학습으로 중학교 단계에서부터 이미 대입 준비를 해온 학생들이 모여 있는 특목고가, 우수학생들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강남 학군 고교가 서울대를 더 많이 합격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대학 진학률로 교육력을 논하며 고교를 서열화시키고, 고교를 경쟁시키며, 학생과 학부모들까지 그 경쟁에 내모는 것은 이제 그만 해야 한다.

필자가 브런치 교육강좌에서 만난 학부모들도 이런 경쟁이 국가를 부강하게 하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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