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가계부채 위기 경보(김진동)

지역내일 2011-03-03

김진동

빚더미에 올라앉은 서민가계가 물가폭탄, 전세대란, 구제역 파동, 고유가 행진 등 5중고에 짓눌려 허리가 더 굽을대로 굽었다. 소비자물가는 2월에도 4.5% 올랐다. 신선식품은 25% 넘게 뛰었다. 꺾일 줄 모르는 전세대란은 '전세난민'을 양산하고 있다. 기름값은 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구제역 파동의 후폭풍이 밀려오고 있다. 서민생활은 등이 휘다 못해 파탄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서민가계의 파산을 더욱 압박하는 것은 눈덩이처럼 부풀어 오르는 가계부채다. 가계부채는 우리경제의 가장 큰 문제의 하나로 엄청난 파괴력의 시한폭탄으로 떠올랐다.

가계부채는 빠르게 늘어나 2010년 말 800조원에 육박했다. 증가속도도 지나치게 빠르다. 노무현 정권 5년 동안에 192조원 늘어난 데 이어 MB정부 3년 동안에만 165조원이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에도 25조원이 늘었다. 3분기의 15조원보다 63%나 증가했다. 증가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심상치 않는 '증세'를 보이고 있다.

가계대출의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점도 문제다. 지난 연말 기준 신용보증대출은 30%에도 미치지 않은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55%를 넘어섰다. 주택담보대출의 대부분은 변동금리형 대출이다. 금리가 오르면 곧장 이자부담도 늘어나게 된다.

증가속도 지나치게 빨라, 2010년 말 800조원 육박

가계부채 800조원의 폭발력은 앞으로의 금리 향방에 달려 있다. 대출금리가 1% 오르면 서민가계의 이자부담 증가액은 8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자를 갚기 위해 다시 빚을 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원금도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빚이 늘어도 소득이 늘어 감당할 능력이 있으면 별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소득보다 이자부담이 더 많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2인 이상 가구가 지출한 이자비용은 평균 93만원이 넘는다. 1년 전에 비해 16.2%가 증가했다. 소득증가율 5.8%의 3배 가까이 된다.

부채비율(가계부채액을 가처분 소득으로 나눈 비율)도 2009년 152.7%에 이르렀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은 줄여가고 있는데 우리는 거꾸로 높아지고 있다. 일본보다도 높다. 부채비율 수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부채상환능력이 열악하다는 의미다.

이성태 전 한국은행 총재는 2010년 2월 퇴임을 앞두고 "최근 한국 경제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가계부채"라고 말했다. 가계부채가 우리경제의 '아킬레스 건'이 되어가고 있음을 실토한 것이다. 중앙은행 총수가 가계부채의 파괴력을 이미 경고한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금융안정에 당장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가볍게 봐왔다. 그로 인한 금리와 부동산정책의 실기 실패가 '가계발 위기'를 키웠다. 2003년의 파괴적인 가계부채 부실(카드대란) 경험에서도 교훈을 얻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대폭 낮췄다. 저금리 기조 아래서 가계부채가 급속히 증가했다. 저금리 기조에도 부동산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정책을 폈다. 그 틈에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어났다. 국가부채도 급증했다. 결국 빚으로 경기를 살렸고 빚으로 성장을 이끌었다. 부채로 일으켜 세운 경제인 것이다.

정부가 뒤늦게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설 모양이나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가용 대책은 진퇴양난에 빠진 꼴이다. 물가도 잡고 대출을 억제하려면 정공법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 그러나 금리를 올리면 5% 성장에 주름살이 가고 가계부실을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금리카드를 선뜻 꺼내기 어렵다.

이성태 전 총재 지난해 2월 이미 경고했건만

가계부실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서민경제를 파탄으로 내몰게 된다. 경기를 다시 죽이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신용불량자가 벌써 속출하고 있다. 신용회복위에 채무조정을 신청하러 찾아오는 저소득층이 지난해 10월부터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했다. 9월 한달 2만8800명이던 상담자가 12월엔 3만6400여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DTI부활도 진퇴양난이기는 마찬가지다. 부동산담보대출을 억제하려면 규제를 계속 묶어둬야 하겠지만 부동산 시장이 더욱 침체될 것이고, 그렇다고 규제를 풀면 가계부채는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MB정부의 경제정책은 가계부채에 발목이 잡혀 있다. 스스로 쳐놓은 가계부채의 덫에 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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