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전 삼정KPMG 부회장 성균관대 초빙교수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가계 빚은 896조9000억원이다. 가계가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대출과 외상으로 물건을 구매한 것을 합한 것이다. 2007년 말, 가계의 빚은 631조원 규모였으나 불과 3년 만에 165조원이 늘었다.
개인의 소득 중에서 세금과 이자 등을 납부하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에서 빚이 차지하는 비율도 143%로 일본(135%), 미국(128%), 독일(98%) 등 선진국보다 월등하게 높아졌다.
가계빚이 급격히 늘어난 데는 낮은 금리도 큰 몫을 하고 있다. 2008년까지 5% 대였던 금리를 2009년 사상 최저수준인 2.0%로 낮춘 이후 지금까지 2% 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소득은 늘지 않는데 이자 부담이 적어 빚으로 살아가기 좋은 여건이다. 지난해 부동산 경기 부양대책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를 완화한 것도 빚이 늘어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빚이 늘어나는 것과 동시에 저축률은 급락하고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 저축률은 2.8% 수준으로 떨어졌다. OECD의 평균 저축률 6.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내년에는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에 4.1% 저축률을 보여 위기 이전의 2.1%보다 2배 가량 높아졌다.
잠재적 국민부채 2038조원 달해
이렇게 가계의 저축률이 낮아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명료하다. 소득은 늘지 않으면서 지출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평균 가계소득증가율은 1990년대 13% 수준에서 2000년대는 절반 이하(6.1%)로 급락했다. 지난해 소득대비 가계지출의 비중은 82.2%로 최악의 수준이다. 게다가 저축을 유인하는 수신금리도 최저수준(3.2%)이어서 예금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하고 있다.
개인만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도 마찬가지다. 2007년 까지 299조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지난해 말 기준 400조원으로 불과 3년 만에 100조원이나 늘어났다. 공공기관이 지고 있는 빚 740조를 합하면 1140조로 늘어난다.
궁극적으로 국민이 갚아야 할 잠재적 국민부채는 약 2038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다. 한가구당 1억2000만원(1억1756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개인은 물론 국가의 빚 증가폭이 갈수록 커진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3년의 증가폭이 과거보다 현저하게 크다. 정부는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고 금리를 낮추어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 효과는 실종되고 서민과 중산층에게는 빚만 남겨주었다.
단 일부 대기업만은 예외다. 기업의 소득증가율은 90년대 연평균 4.4%에서 2000년대 들어 25.2%로 6배 이상 늘었다.
상위 10%가 순자산 47% 보유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율은 6.1% OECD국가 중 초우량 수준이다. 그 성장의 과실은 일부 대기업 등 우리 사회의 소수 특권층에게 집중되었다. 상위 10%가 순자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47%를 보유하고 있다. 양극화의 실상이다.
빚더미에 눌린 공화국, 숨통을 조여 오는 서민과 중산층의 생활고가 이 시대의 암울한 초상이다. 심각한 것은 개선될 기미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시장 매커니즘을 통해 부의 분배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결국 '이익공유제'와 같은 제도적 배분이 대안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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