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학년 학부모, 서울시 예산지원 촉구 … "돈을 떠나 같은 환경에서 같은 밥 먹어야"
중랑구에선 "4학년 지원" 요구 서명운동 … "예산은 이미 편성, 서울시 눈치보나"
"5·6학년은 왜 (친환경무상급식을) 하지 않느냐는 불만이 많아요. 차라리 신입생을 제외시켜야 하는 거 아니에요?"
서울 도봉구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학부모 최 모(38)씨의 말이다. 서울시내 초등학교에서 친환경무상급식이 시작된 지 1주일. 무상급식 혜택을 받지 못하는 5·6학년 이른바 '오세훈 학년' 학부모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강북지역에서 유일하게 4학년까지 무상급식에서 제외된 중랑구 학부모들의 분노는 더하다.
◆"같은 밥 먹고 고학년만 돈 내" = "전에는 무상급식을 하느니 차라리 돈을 내고 질 좋은 급식을 먹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죠. 막상 무상급식이 시작되고 보니 돈이 아까워요."
서울 구로구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학부모 이 모(43)씨는 "다 같은 밥을 먹는데 고학년만 돈을 낸다"며 불만스러워했다.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 두 자녀를 둔 김 모(40·송파구)씨 역시 "모두 세금은 내면서 (한 아이만) 혜택을 못받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다.
9일 낮 서울시청을 찾아 친환경무상급식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던 5·6학년 학부모들도 엇비슷한 반응이었다. "돈을 떠나 아이들이 똑같은 환경에서 같은 밥을 먹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5·6학년까지 무상급식을 해야 합니다."(강서구 6학년 학부모) "초등학교 2학년인 딸은 무상급식을 하는데 6학년인 아들 급식비는 내야 합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의문입니다. 아이들이 학교와 공부에 열중하게 해주십시오."(도봉구 학부모)
구청에서 예산지원을 하지 않아 무상급식 혜택을 받지 못하는 4개 자치구에서는 4학년 학부모도 다른 자치구 5·6학년 학부모와 같은 입장이다. 송파구 풍납동에 사는 한 3학년 학부모는 구 누리집 '구청장에게 바란다' 게시판에 그 섭섭한 마음을 남겼다. 그는 "교육청에서 저학년 급식비를 지원해준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며 "내년에 송파구에서 지원을 안해주면 정말 부담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서울시민들은 친환경무상급식에서 제외된 5·6학년을 '오세훈 학년'이라며 (오세훈 시장을) 비판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한나라당과 오세훈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어 서울지역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단지 중랑구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 강북지역에서 유일하게 4학년 급식이 제외된 중랑구 학부모 반응은 더 강하다.
4학년 학부모 최대환(42)씨는 "다른 구 4학년은 무상급식을 하는데 중랑구는 안된다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4학년 학부모들은 '이사라도 가야하느냐'고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상급식 첫날 구 누리집에 글을 올린 한 학부모도 "단지 중랑구에 산다는 이유로 4학년이 무상급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4학년 무상급식보다 학교시설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지 학부모들의 여론 수렴이라도 해야 한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이같은 지역 분위기 때문에 중랑지역 야3당과 시민사회단체 연합체인 '중랑희망연대'는 초등학교 무상급식 시행과 동시에 중랑구에 4학년 급식비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4일 중랑구청을 규탄하는 시위를 연데 이어 7일부터는 4학년 무상급식 시행을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민주당도 여기에 결합, 10일 구의회 임시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친환경무상급식 동참을 촉구하는 현수막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유진영 진보신당 중랑당협위원장은 "중랑구는 교육지원경비 60억원 가운데 10억원을 4학년 무상급식을 위한 예비비로 편성해놓고도 서울시에서 5·6학년 급식비를 지원하면 집행하겠다고 미루고 있다"며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서울시·오세훈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학부모들, 표로 심판할 것" = "4학년 무상급식이 중랑구에서 제외된 생각을 하면 자다가도 서럽고 화가 납니다 … 서럽고 불합리한 상황을 어쩌지도 못하는 중랑구 어른들에게 화가 납니다." 중랑희망연대 온라인 서명운동에 익명으로 동참한 한 학부모의 말이다. '아이들 밥값'이 '어른들 분노'를 키우고 있다.
장은숙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그간 잠자코 있던 학부모들의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며 "오세훈 시장의 잘못된 판단을 학부모들은 표로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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