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통학버스운행 조건으로 건축허가
준공 후 나몰라라 … 남양주시도 모르쇠
한 아파트 건설사가 인근 초등학교까지 통학버스를 운행하는 조건으로 건축허가를 받아놓고 준공 후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입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는 지난해 12월 진접읍에 원일종합건설이 지은 '궁의문아파트'(431세대)의 사용승인을 내줬다.
이 업체는 지난 2007년 통학버스 1대를 운행하는 조건으로 아파트 건축허가를 받았다.
구리남양주교육청(이하 교육청)이 "학생수용대책이 없다"는 이유로 건축허가를 부동의하자 1.8㎞ 떨어진 장현초교까지 통학할 수 있도록 버스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이 아파트에서 장현초교까지 걸어가려면 47번 국도 등 4차선 도로를 3번, 2차선 도로를 2번이나 건너야 한다.
준공을 앞두고 입주예정자들은 버스 1대(25인승)를 추가로 요구했다. 입주가 완료될 경우 초등학생 수가 100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체는 입주예정자들과 협의해 2월까지 통학버스 1대를 마련해 운행하고 버스 추가여부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구성된 후 협의하기로 약속했다. 남양주시는 이 같은 내용을 공증받아 교육청에 제시하고 준공을 내줬다.
하지만 업체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교육청 관계자는 "2월 중순부터 업체가 전화를 안받고 사무실을 찾아가도 만나주지 않았다"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당장 개학을 앞둔 아파트 입주민들은 분노했다. 학부모들은 지난달 28일 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을 항의방문하고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은 차도를 한 번만 건너면 등교할 수 있는 진접지구 내 학교로 재배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결국 교육청은 통학버스 1대를 직접 운행하기로 하고 성난 학부모들을 달랬다. 교육청은 즉각 업체측에 최고장을 보냈다.
그러나 업체측은 학교용지부담금을 납부하고 버스 1대를 제공할 순 있지만 인건비 유류대 등 운행비용까지 부담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 '통학버스운행'은 과도한 요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준공을 앞두고 입주예정자들과 협의해 인건비 등을 부담하겠다고 서명해놓고 이제 와서 발뺌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교육청은 업체가 끝까지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적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마석의 ㄱ아파트(800세대)도 통학버스를 운행한 사례가 있다"며 "시를 대위해 손해배상이나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법률자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준공을 내준 남양주시와 갈등의 소지도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대부분 건축허가 조건은 준공 이전에 이행되지만 이 부분은 사후에 이행될 사항인 만큼 이행보증금 수수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아무런 조치 없이 준공을 내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남양주시 관계자는 "교육청이 준공에 필요한 요건을 모두 확인해줬기 때문에 준공을 내준 것"이라며 "교육청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혜진 입주예정자 대표는 "근본적으로 통학이 불가능한 조건에서 아파트 인허가를 내준 관계기관과 부도덕한 업체 탓에 아이들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한 원일종합건설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하고 메시지를 남겼으나 연락이 없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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