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 주민들, 택배회사에서 자립시도

지역내일 2011-01-31 (수정 2011-01-31 오후 1:08:00)
서울 종로구 '길품택배' 사업
넘치는 명절물량에 즐거운 비명

"시작은 10시 반인데 끝나는 시간은 몰라요. 배달이 끝나야죠."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던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대우빌딩 옆 작은 공원쪽으로 택배차량이 들어온다. 추위에 언 손발을 녹이던 남성들이 이내 모여들더니 크고 작은 상자를 내린다. 어디서 기다리고 있었는지 대학생 한 무리도 가세, 힘을 보탠다.

김진수(46) '종로 길품택배' 반장은 "어제는 600개 (배달)한 거 같다"며 "명절 전이라 물량이 많다"고 말했다.

◆자활의지 기준으로 배달원 선발 = 김진수씨는 종로구 창신동에서 10년 넘게 살던 '쪽방 주민'이다. 길품택배는 김씨처럼 쪽방촌에 거주하는 주민들 일자리창출을 위해 만든 회사. 종로구가 지난해 7월 동대문쪽방상담센터와 함께 회사를 차렸다.

길품택배는 한진 CJ 현대 등 5개 택배사에서 접수받은 주문 가운데 종로구청과 광화문 일대 상가나 주상복합 등지에 배달할 물건만 소화한다. 본사(?)는 종로구청 주차타워 옆. 구 일자리추진단에서 15㎡ 규모 사무실을 설치, 무상으로 임대했다. 구에서는 배달 차량과 함께 공익요원 한명도 지원, 배달원들이 현장을 뛰는 동안 비는 사무실을 지키고 있다.

김씨가 일하는 세종로 거점은 말 그대로 거리 사무실이다. 도로 한 켠에서 물건을 인수하고 분류해 배달하는 임시공간이다. 지나는 차량과 행인들 때문에 건너편 주상복합 단지 안에 자리 잡는 방안을 시도했지만 주민들과 관리사무소 반대로 무산됐다.

배달원은 모두 8명.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 쪽방촌에 전입한 30~60대 주민들이다. 김나나 동대문쪽방상담센터 소장은 "선발할 때 자활의지가 있는지를 최우선으로 했고 서비스교육까지 실시했다"고 말했다. 그때문인지 길품택배 사원들은 '쪽방촌 주민들은 장시간 일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깼다. 지금까지 낙오자는 한명뿐. 그나마도 공동작업이 어렵다고 해서 전업한 경우다.

이들이 하루 처리하는 물량은 한 사람당 50~80건. 설을 앞둔 요즘은 헤아리기도 어렵다. 일손이 부족해 김나나 소장도 거들고 있고 서울지역 법대생 모임인 '인권더하기 법률 동아리' 학생들이 한시적 자원봉사로 배달을 돕고 있다.

"걸어 다니니까 차로 이동하는 거하고는 천지차이죠. 물량을 더 받기도 어려워요."

김진수씨는 "수취인하고 전화연결이 안돼 두번세번 방문해야 하고 물건을 잃어버리면 정말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했다. 때문에 매달 수익금 가운데 10%를 분실물 보상금으로 적립하는데 더해 올 들어서는 시각장애2급인 최성진(52)씨를 거점 지킴이로 투입했다.

◆공공기관 노는 땅 내줬으면 = 하루 7시간 가량 주 5일. 전화로 수취인을 확인하고 건물 경비원에게 양해를 구한 뒤 빌딩을 오르내려야 해서 확실히 다른 공공일자리보다 힘들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그 가운데 희망을 찾고 있다. 6개월 근무를 한 김씨만 해도 지난연말 영구임대주택에 입주, 집걱정을 덜었다. 신입사원인 최성진씨도 밀린 고시원 월세 200만원을 갚은 뒤 안정된 보금자리를 얻을 꿈을 꾸고 있다.

쪽방상담센터에서도 물량과 고용을 늘리기 위해 서울대병원과 창신동 공동주택단지 내에 3추가 거점을 추진 중이다. 구청 직원들이 구사회복지협의회에 기탁해 1인당 50만원씩 급여를 보전하던 지원도 지난해로 끝났기 때문에 일감 확보는 더 중요하다. 사회적기업 신청도 준비 중이다. 김나나 소장은 "배달원들 월수입이 100만원 정도인데 일을 주는 택배사가 늘고 거점을 더 확보하면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에서 유휴공간을 제공해준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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