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군중세뇌와 박정희 신드롬

지역내일 2011-02-17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

"김 구 선생과 이승만 전 대통령 중 누가 더 키가 클까?"

이런 질문을 던지면 사람들은 대부분 "잘 모르겠다"고 얘기한다.

실제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은 키가 160cm 중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왜소한 체구였고, 김 구 선생은 키가 180cm를 넘는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거구였다. 그런데 상당수 사람들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키가 더 크다고 잘못 알고 있기까지 하다.

김 구 선생이 생존했던 시절에 보도된 사진들을 꼼꼼히 살펴보면 그 의문은 자연스럽게 풀린다. 김 구 선생의 사진은 멀리서 그리고 어둡게 찍은 것이 대부분이다. 반면, 이승만 전 대통령의 사진은 가깝게 그리고 밝게 찍은 것이 대부분이다.

우리 사회에는 신화만 존재하고 진실은 은폐되어 있는 분야가 제법 많다. 특히 경제 분야는 그 특징이 두드러진다. 우리 국민 대다수는 우리 경제의 도약을 박정희 정권의 업적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많은 국민이 그를 존경한다. 지금처럼 경제난이 지속될 때에는 그 경향이 특히 강하다.

그런데 진짜로 박정희 정권이 우리 경제를 도약시켰을까? 혹시 군중세뇌의 결과는 아닐까? 진짜로 5·16 쿠데타 이후에 우리 경제가 본격적으로 도약을 시작했을까?

5·16 쿠데타 이후 한국경제 뒷걸음질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 경제가 본격적으로 도약을 시작한 것은 1957년부터이다. 이때를 전후해 각종 경제개발계획이 수립되기 시작했고, 군사독재정권이 자찬해마지 않았던 종합개발계획 역시 이때 이미 수립에 들어갔다.

군사쿠데타 세력은 '도탄에 빠진 민생'을 내세워 4·19혁명 직후의 경제업적을 폄하했지만, '사회 혼란' 속에서도 경제성장은 견실하게 유지되었다. 오히려 쿠데타 이후에 경제가 추락했다. 그런데 왜 국민들은 이런 사실을 거의 모르고 있을까?

1960년대 중반 경제가 비교적 빠르게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물가 폭등과 부동산 투기 기승으로 민초들은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려야 했다. 1960년대 말에는 외국차관을 들여와 대규모로 설립한 소위 '차관기업'들이 무더기로 도산했다.

산업정책도 실패의 연속이었다. 대통령이 '가발산업 적극 육성'을 내세운 지 3년도 지나지 않아 잘 나가던 가발업체들이 대부분 도산했다. '합판산업 적극 육성'을 내세우면 대부분의 합판업체들이 부도를 냈고, '섬유산업 적극 육성'을 내세우면 섬유산업 전체가 흔들렸다.

특히 '중화학공업 적극 육성'은 더욱 참혹한 결과를 빚었다. 산업합리화라는 미명 하에 소중한 국가 자원과 국민 혈세를 부채 청산에 투입해야 했고, 우리 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인 경제력 집중을 부르고 말았다.

외환위기 무려 3차례나 반복돼

가장 심각한 정책실패는 소규모 외환위기가 3차례나 일어났다는 것이다.1960년대 초반, 1960년대 말, 1970년대 초반의 외환위기는 모두 은폐되어 있다.

1980년대 초의 경제난과 1982년의 외환위기도 박정희 정권이 그 씨앗을 뿌렸다고 봐야 한다. 1982년 전두환정권 당시의 외환위기는 매우 심각해서 IMF 경제신탁통치를 받아야 했는데, 일부에서는 그 위기를 심화시킨 김재익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을 '경제대통령'으로 칭송하기도 한다.

국민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조차 당시에 IMF 구제금융을 받고 경제신탁통치를 받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 '군중세뇌'의 무서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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