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한국과 일본 경제처방의 차이점(강철규 2001.10.11)
강철규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경제학
9월 21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는 한국경제발전학회가 주최하는 21세기 한일경제발전전략 세미나가 온종일 열렸다. 여기에서 주제발표를 한 일본 동경대학의 경제학부장이며 일본 금융학회 회장인 호리우치 아키요시(堀內 昭儀) 교수는 일본경제의 경우 금융에 의한 규제가 기업의 경영효율을 높이는 구실을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외무역에 노출된 기업들의 경영효율성이 높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금융, 부동산, 정부부문 등 해외 노출이 덜한 비교역재(非交易材) 산업은 경영규율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비효율적이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엔화 환율의 지속적인 강세가 자금을 제조업에서 비교역재 산업으로 대폭 이동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 있다. 자금이 부동산업, 건설업 등 비교역재 부문으로 이동함에 따라 이들 부문에서 거품이 생겼고 결과적으로 여기에 융자한 은행의 부실채권문제가 발생하여 그 거품이 붕괴되면서 일본 경제가 장기불황의 늪에 빠졌다는 설명이었다. 적극적인 해외개방이 기업의 경영효율을 높이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논문발표이었다.
호세이 대학의 하시모토 주로(橋本 壽朗) 교수는 “이윤이 노동에 의해 착취된다”는 이윤압축 메커니즘 이론을 발표하여 주목을 끌었다. 그는 지난 10여년간 일본 경제의 부가가치 증가율은 거의 답보상태에 있는 반면 노동소득 분배율은 89년 67.1%에서 99년 74.3%로 급격히 상승했다.
노동분배율 낮아 일본식 처방 우리에 안 맞아
같은 기간 미국 영국 독일 등 기타 선진국에서는 노동소득분배율이 70%수준에서 머물거나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같이 노동에 의한 이윤착취 때문에 투자가 줄고 장기불황이 계속됐다고 보는 하시모토 교수의 불황탈출 대책은 인플레 정책으로 이를 처리하거나 임금의 하방경직성을 깨는 조치로 예를 들면 공무원의 급여를 연 1.5%씩 5년 시한으로 최고 7.5% 인하하고 기업에서도 노사합의로 유사한 조치를 취하자는 것이었다.
일본의 저명한 교수들의 이러한 분석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도 해외에 노출이 안된 비교역재 부문의 비효율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높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처럼 환율이 고평가되어 비교역재 부문이 상대적으로 비대해진 것은 아니므로 비교역재부문 때문에만 경영비효율이 생긴 것은 아니다. 우리는 오히려 교역재 부문인 제조업의 경우에도 차입경영과 선단식 경영으로 비효율이 증가했다. 이 점이 일본과 다른 점일 것이다.
노동소득분배율이 높아진 일본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도 90년대 초와 거의 차이가 없이 선진국에 비하여 훨씬 낮은 59.7%(99)의 노동소득분배율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노동이 이윤을 착취하느니 공무원의 급여를 줄이느니 하는 진단과 처방은 우리에게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이 같은 분석에 대해 일본 학계에서도 두 가지 엇갈린 평가가 대립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는 하시모토 교수와 같이 경제성장을 위하여 적극적인 기업이윤 보장 조치들이 취해져야 한다는 성장우선론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의 성장여부와 소비자의 생활 문제는 별개로서 지난 10여년간 일본이 0% 내지는 1% 성장에 머물렀지만 그것이 소비자의 후생을 감소시킨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같은 기간동안 일본 국민의 소득은 증가하였고 토지가격은 하락하였으며 수입개방으로 농수산물을 필두로 물가가 안정되었기 때문에 국민 복지가 증가하여 그다지 나쁠 것이 없다는 것이 후자의 견해이다.
선진화가 되려면 생산력과 경쟁력의 발전이 시급한 우리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논쟁이 일본에서는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우리로서는 성장잠재력을 키우고 높은 성장이 필요하다고 하겠으나 소비자의 생활수준 향상이 목적이라는 기본적인 시각은 우리도 간직해야 할 것이다.
한국, 지배구조 문제 해결 등이 처방의 요체
우리나라도 비교역재 부문은 일본과 똑같이 해외에 노출된 부문보다 훨씬 더 문제가 된다. 이들 부문은 개방을 통하여 경영효율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는데 이론이 없다.
다만 여기에 우리로서는 해외무역에 노출된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아직도 기업경영의 비효율이 문제이며 무리한 사업확장과 무리한 차입의존 경영 그리고 지배구조의 전근대성 등이 문제가 된다. 이러한 것들이 해결되는 것이 일차적 과제이며 이것을 위해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내부와 외부의 견제와 균형장치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내부적으로 기업내부의 주주와 이해관계자의 합리적 관계이며 외부적으로 금융기관에 의한 기업 모니터링 장치가 그것이다. 이러한 견제와 균형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장규율을 바로 세우는 길이라 하겠다.
강철규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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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규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경제학
9월 21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는 한국경제발전학회가 주최하는 21세기 한일경제발전전략 세미나가 온종일 열렸다. 여기에서 주제발표를 한 일본 동경대학의 경제학부장이며 일본 금융학회 회장인 호리우치 아키요시(堀內 昭儀) 교수는 일본경제의 경우 금융에 의한 규제가 기업의 경영효율을 높이는 구실을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외무역에 노출된 기업들의 경영효율성이 높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금융, 부동산, 정부부문 등 해외 노출이 덜한 비교역재(非交易材) 산업은 경영규율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비효율적이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엔화 환율의 지속적인 강세가 자금을 제조업에서 비교역재 산업으로 대폭 이동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 있다. 자금이 부동산업, 건설업 등 비교역재 부문으로 이동함에 따라 이들 부문에서 거품이 생겼고 결과적으로 여기에 융자한 은행의 부실채권문제가 발생하여 그 거품이 붕괴되면서 일본 경제가 장기불황의 늪에 빠졌다는 설명이었다. 적극적인 해외개방이 기업의 경영효율을 높이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논문발표이었다.
호세이 대학의 하시모토 주로(橋本 壽朗) 교수는 “이윤이 노동에 의해 착취된다”는 이윤압축 메커니즘 이론을 발표하여 주목을 끌었다. 그는 지난 10여년간 일본 경제의 부가가치 증가율은 거의 답보상태에 있는 반면 노동소득 분배율은 89년 67.1%에서 99년 74.3%로 급격히 상승했다.
노동분배율 낮아 일본식 처방 우리에 안 맞아
같은 기간 미국 영국 독일 등 기타 선진국에서는 노동소득분배율이 70%수준에서 머물거나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같이 노동에 의한 이윤착취 때문에 투자가 줄고 장기불황이 계속됐다고 보는 하시모토 교수의 불황탈출 대책은 인플레 정책으로 이를 처리하거나 임금의 하방경직성을 깨는 조치로 예를 들면 공무원의 급여를 연 1.5%씩 5년 시한으로 최고 7.5% 인하하고 기업에서도 노사합의로 유사한 조치를 취하자는 것이었다.
일본의 저명한 교수들의 이러한 분석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도 해외에 노출이 안된 비교역재 부문의 비효율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높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처럼 환율이 고평가되어 비교역재 부문이 상대적으로 비대해진 것은 아니므로 비교역재부문 때문에만 경영비효율이 생긴 것은 아니다. 우리는 오히려 교역재 부문인 제조업의 경우에도 차입경영과 선단식 경영으로 비효율이 증가했다. 이 점이 일본과 다른 점일 것이다.
노동소득분배율이 높아진 일본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도 90년대 초와 거의 차이가 없이 선진국에 비하여 훨씬 낮은 59.7%(99)의 노동소득분배율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노동이 이윤을 착취하느니 공무원의 급여를 줄이느니 하는 진단과 처방은 우리에게 적합하지 않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이 같은 분석에 대해 일본 학계에서도 두 가지 엇갈린 평가가 대립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는 하시모토 교수와 같이 경제성장을 위하여 적극적인 기업이윤 보장 조치들이 취해져야 한다는 성장우선론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의 성장여부와 소비자의 생활 문제는 별개로서 지난 10여년간 일본이 0% 내지는 1% 성장에 머물렀지만 그것이 소비자의 후생을 감소시킨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같은 기간동안 일본 국민의 소득은 증가하였고 토지가격은 하락하였으며 수입개방으로 농수산물을 필두로 물가가 안정되었기 때문에 국민 복지가 증가하여 그다지 나쁠 것이 없다는 것이 후자의 견해이다.
선진화가 되려면 생산력과 경쟁력의 발전이 시급한 우리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논쟁이 일본에서는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우리로서는 성장잠재력을 키우고 높은 성장이 필요하다고 하겠으나 소비자의 생활수준 향상이 목적이라는 기본적인 시각은 우리도 간직해야 할 것이다.
한국, 지배구조 문제 해결 등이 처방의 요체
우리나라도 비교역재 부문은 일본과 똑같이 해외에 노출된 부문보다 훨씬 더 문제가 된다. 이들 부문은 개방을 통하여 경영효율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는데 이론이 없다.
다만 여기에 우리로서는 해외무역에 노출된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아직도 기업경영의 비효율이 문제이며 무리한 사업확장과 무리한 차입의존 경영 그리고 지배구조의 전근대성 등이 문제가 된다. 이러한 것들이 해결되는 것이 일차적 과제이며 이것을 위해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내부와 외부의 견제와 균형장치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내부적으로 기업내부의 주주와 이해관계자의 합리적 관계이며 외부적으로 금융기관에 의한 기업 모니터링 장치가 그것이다. 이러한 견제와 균형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장규율을 바로 세우는 길이라 하겠다.
강철규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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