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일본의 쓰나미, 한국인의 쓰나미(임춘웅)

지역내일 2011-03-23

임춘웅 논설고문

일본에 전대미문의 쓰나미가 밀어닥친 게 지난 11일이었다. 이제 겨우 열흘을 조금 넘겼다. 거대한 선체가 종이배처럼 밀려다니고 자동차들이 장난감처럼 휩쓸리는 쓰나미 공포, 그런 대재앙 속에서도 일본 국민들이 보여준 놀라운 자제력과 질서의식, 그리고 한국인들이 보여준 따뜻한 온정의 물결, 모든 게 놀라움으로 가득한 시간들이었다.

그중에도 한국인들의 "일본! 힘내세요"는 참으로 뜻밖이었다, 기관 회사 개인 할 것 없이 일본 지원에 나서고 대형 방송사들이 일본돕기 모금을 위한 생방송까지 하고 있다. 들리는 말로는 좀처럼 얼굴을 내밀지 않는 초대형 가수들이 자진해서 공연에 나섰다고 한다.

한국인들이 이번 일본 참사에 보인 호의와 열기는 참으로 놀랍고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한국인 스스로도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상상이 가지 않는 것이다. 한국이 언제 일본의 침략을 받았으며, 언제 독도분쟁이 있었으며, 언제 교과서 분쟁이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한국인들의 한마음 지원은 뜻밖

벌써 20여년째 매주 수요일이면 일본대사관 앞에 모여 항의시위를 해온 한국정신대문제협의회는 지난 16일 일본의 쓰나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묵념으로 수요시위를 대신했다.

"이 세상과 바꾼다 해도 내 상처는 없어지지 않는다"는 정신대 할머니들이 일본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게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많은 한국민들은 아직도 간토대진재(關東大震災)의 악몽을 기억하고 있다. 그때의 직접 피해자들이나 살아남은 목격자들은 이제 모두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많은 한국인들은 그것을 전언과 교육을 통해 잊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번 일본의 지진 재앙에서 한국인들은 어디서도 그날의 앙금을 내보이지 않았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런 감성이다. 게다가 이번 일본의 쓰나미는 잡다한 대일감정들을 쓸어버릴만큼 거대하고 참담했다. 2001년 도쿄전철역에서 일본인을 구하고 목숨을 잃었던 한국유학생 고 이수현군의 경우도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해내려는 인간의 본능적인 행동의 하나였을 것이다.

지난 수년 동안 일본에 불었던 한류 열풍도 작용했을 법하다. 젊은층만이 아니라 중년층까지 폭넓게 한국의 연예인들에 열광하는 모습은 한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일반적 인상을 바꿔 놓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한류스타 배용준, 이병헌 등은 거액기부를 통해 그들을 사랑해준 일본에 보답하고 있다.

그러나 말이다. 한국인들의 이 엄청난 온정의 물결이 일본사람들의 눈에는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일까.

한번쯤 생각해 볼 때가 됐다. 아마도 아직은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어려움을 당한 이웃을 돕는 일인데 거기에 무슨 의문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하고 우리 식으로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여 한국인들의 이런 온정 쓰나미에 부담스러워 하는 일은 없을까. 이런 일이 한국민들에 폐를 끼치는 일이라고 마음 불편해하고 있지는 않을까.

쓰레기 더미에서 구조된 한 할머니가 구조대원에게 폐를 끼쳐 미안하다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일본사람들 아닌가.

한국인들의 호의, 일본인들은 어떻게 볼까

요즘도 TV를 보다보면 먹던 젓가락이나 숟가락으로 음식을 남의 입에 넣어주는 것을 흔이 보게 된다. 한국사람 특유의 정이고 사랑이다.

그러나 외국인 중에는 나도 손이 있는데 왜 먹는 것까지 떠먹여주느냐며 곤혹스러워 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인의 정이 다른 사람에겐 비위생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인의 호의는 한국의 정서로 받아들여지기 바란다. 한국의 호의를 일본의 정서로 소화하려 들면 혼란스러워진다. 호의도 지나치면 받는 사람에게 오히려 폐가 되는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하지 않는가.

그러나 한국인들이 보여준 온정, 무엇보다 일본에 보인 이번 한국인의 호의는 한국과 일본의 역사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하나의 사건이다. 일본에도 고마운 마음으로 남겨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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