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선장 살린 건 내가 아니라 오만의 응급의료체계"
오만 영국식 외상센터 시스템 구축 … 서울서 외국인 총상 입고 의식 잃으면 살아날까 의문
한국 중증 외상센터 없어 살릴 수 있는 환자 매년 1만명씩 사망 … 최소 전국 6곳 만들어야
이국종 교수는
·1988~1995 아주대 의대 학사
·1997~2002 아주대 의대 석사·박사
·2002~2004 아주대 응급의학교실 전임강사
·2007~2008 영국 로열 런던 응급의료센터 연수
·2004~2009 아주대 응급의학교실 조교수
·2009~ 아주대 응급의학교실 부교수
·2010~ 아주대병원 중증외상 특성화센터 센터장
및 외상외과 과장
"석 선장을 살린 것은 내가 아니라 오만의 응급의료체계다."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의 진료를 담당했던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의 말이다.
총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던 석 선장을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하고, 즉시 최고의 의료진이 수술에 들어감으로써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자신은 '2차진료를 맡아 열심히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좀 유별났다. 그는 인터뷰 전에 우리나라 응급의료 현실에 대한 자료를 주고 '공부'를 주문했다. 그런 후에야 그를 인터뷰 할 수 있었다. 목숨이 위태로운 중증 외상환자를 위한 응급의료체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이 교수를 23일 저녁 아주대병원에서 만났다.
어떻게 석 선장의 진료를 맡게 됐나.
얼떨결에 오만에 가게 됐다. 처음엔 다른 의사가 가게 돼 있었는데 사정이 생겨서 못갔다. 그래서 갑자기 내가 간 것이다.
오만에서 석 선장 상태는 어떠했나.
오만에서 1차 대응과 초기치료를 잘했다. 석 선장 같은 응급환자는 초기의 신속한 대응이 중요하다. 석 선장을 헬기로 1시간만에 병원으로 이송하고, 즉시 최고의 의료진이 수술에 들어가 최선의 치료를 해서 목숨을 구했다.
석 선장을 오만에서 계속 치료하지 않고 한국으로 데려온 이유는.
오만이 석 선장의 목숨을 붙여놓았지만 2차 치료가 중요하다.
제일 큰 이유는 피다. 혈액 성분 수혈을 해야 하는데, 오만은 인구가 적고 회교국가로 피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또 첨단 의약품이 필요한데 그것을 거기서 구하기 힘들었다. 첨단의료기기도 한국 병원 것이 좀 더 익숙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석 선장 같은 환자가 생기면 어떻게 하나.
만약 서울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외국인이 총상을 입고 의식이 없는 상태라면 과연 오만에서처럼 살아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분명한 점은 오만의 경우 영국식 외상센터 시스템을 그대로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보다 뛰어나다.
우리나라 응급의료 현실은 어떤가.
국제적으로 이를 비교하는 예방가능 사망률이라는 개념이 있다. 쉽게 말해 살릴 수 있는 환자의 죽는 비율이다. 선진국들은 대부분 10% 미만이다.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33%이지만, 선진국 수준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면 아마 50% 이상 될 것이다. 살릴 수 있는 환자가 반은 죽는다는 말이다.
병원마다 응급실이 있고, 구급차가 긴급 이송하는 시스템이 있지 않나.
응급환자가 생기면 구급차가 이송하면서 먼저 병상이 있는 병원이 어딘지 전화로 여기저기 수소문 한다. 병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긴급한 환자와 덜 긴급한 환자가 구분되지 않은 채 응급실로 몰리기 때문이다.
운이 좋아 병상이 있어도 긴급환자를 신속히 수술할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응급환자의 신속한 이송, 최고 의료진에 의한 즉각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무엇이 문제인가.
선진국과 우리나라가 다른 점은 선진국은 '톱-다운'방식이고, 우리는 '버텀-업'방식이라는 것이다.
선진국은 응급환자를 이송해 구급대원 등이 간단한 검진표를 통해 환자를 4단계로 분류한다. 가장 위급한 1단계 환자는 중증 외상센터에 즉시 이송하여 놓는다. 그러면 거기서 긴급한 수술을 통해 목숨을 살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응급단계에 대한 구분없이 병상이 있는 병원으로 이송한다. 목숨이 위태로운 1단계 환자도 우선 가까운 병원에 가고, 점점 큰 병원으로 밑에서부터 올라가는 식이다. 그러는 사이에 골든아워(Golden Hour)를 놓쳐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
'골든아워'가 무엇인가.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살 수 있는 한계선이다. 통상 아무리 위급한 환자도 1시간 이내에 중증 외상센터를 찾아 적절한 수술을 받으면 살릴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이 잘 갖춰진 미국 메릴랜드주의 경우 예방가능 사망률이 5% 미만이다.
중증 외상센터가 어떤 곳인지.
응급환자 중에서 목숨이 경각에 달린 사람들을 치료하는 일종의 사회적 안전망이다. 1단계 응급환자를 위한 충분한 병상과 수술시설이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하고, 응급의학과 전문의, 외상외과 전문의 등이 상주하며 필요한 수술을 즉시 할 수 있어야 한다.
중증 외상센터가 있는 곳에서는 응급환자의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중증 외상센터가 없어 예방가능 사망률이 높은 것이다.
외국은 어떤가.
선진국들은 대부분 중증외상센터가 잘 돼 있다. 예를 들면 영국은 일반적 정규 수술은 많이 기다린다. 그런 것을 보고 마치 의료가 낙후된 듯이 얘기하지만, 많이 대기해야 하는 불편함은 그저 불편일 뿐이다. 하지만 긴급한 수술을 요하는 중증외상분야에는 어마어마한 시설과 공공재를 투자한다. 분명한 사실은 런던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쇼크상태에 빠져 사경을 헤매는 사고를 당했을 때 제대로 치료를 못 받아 허무하게 죽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선진국뿐 아니라 오만, 대만, 칠레 등도 이런 시스템이 잘 돼 있다.
무엇부터 해야 하나.
중증 외상센터를 설립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 외상분야는 공공적 성격이 강하면서도 재원이 많이 투자돼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국에 최소 6개의 권역별 외상센터가 필요하다. 이것이 되면 응급환자 발생시 4단계로 분류하는 매뉴얼을 만들고, 긴급 이송체계를 갖출 수 있다.
센터를 담당할 인력은 충분한가.
외과의사가 갈수록 줄어들어 인력부족에 직면한 지 오래다. 특히 외상외과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인력 수급 대책이 없다. 충분한 보상을 통해 외과의사를 확보하거나, 아니면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오만 영국식 외상센터 시스템 구축 … 서울서 외국인 총상 입고 의식 잃으면 살아날까 의문
한국 중증 외상센터 없어 살릴 수 있는 환자 매년 1만명씩 사망 … 최소 전국 6곳 만들어야
이국종 교수는
·1988~1995 아주대 의대 학사
·1997~2002 아주대 의대 석사·박사
·2002~2004 아주대 응급의학교실 전임강사
·2007~2008 영국 로열 런던 응급의료센터 연수
·2004~2009 아주대 응급의학교실 조교수
·2009~ 아주대 응급의학교실 부교수
·2010~ 아주대병원 중증외상 특성화센터 센터장
및 외상외과 과장
"석 선장을 살린 것은 내가 아니라 오만의 응급의료체계다."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의 진료를 담당했던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의 말이다.
총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던 석 선장을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하고, 즉시 최고의 의료진이 수술에 들어감으로써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자신은 '2차진료를 맡아 열심히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좀 유별났다. 그는 인터뷰 전에 우리나라 응급의료 현실에 대한 자료를 주고 '공부'를 주문했다. 그런 후에야 그를 인터뷰 할 수 있었다. 목숨이 위태로운 중증 외상환자를 위한 응급의료체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이 교수를 23일 저녁 아주대병원에서 만났다.
어떻게 석 선장의 진료를 맡게 됐나.
얼떨결에 오만에 가게 됐다. 처음엔 다른 의사가 가게 돼 있었는데 사정이 생겨서 못갔다. 그래서 갑자기 내가 간 것이다.
오만에서 석 선장 상태는 어떠했나.
오만에서 1차 대응과 초기치료를 잘했다. 석 선장 같은 응급환자는 초기의 신속한 대응이 중요하다. 석 선장을 헬기로 1시간만에 병원으로 이송하고, 즉시 최고의 의료진이 수술에 들어가 최선의 치료를 해서 목숨을 구했다.
석 선장을 오만에서 계속 치료하지 않고 한국으로 데려온 이유는.
오만이 석 선장의 목숨을 붙여놓았지만 2차 치료가 중요하다.
제일 큰 이유는 피다. 혈액 성분 수혈을 해야 하는데, 오만은 인구가 적고 회교국가로 피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또 첨단 의약품이 필요한데 그것을 거기서 구하기 힘들었다. 첨단의료기기도 한국 병원 것이 좀 더 익숙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석 선장 같은 환자가 생기면 어떻게 하나.
만약 서울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외국인이 총상을 입고 의식이 없는 상태라면 과연 오만에서처럼 살아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분명한 점은 오만의 경우 영국식 외상센터 시스템을 그대로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보다 뛰어나다.
우리나라 응급의료 현실은 어떤가.
국제적으로 이를 비교하는 예방가능 사망률이라는 개념이 있다. 쉽게 말해 살릴 수 있는 환자의 죽는 비율이다. 선진국들은 대부분 10% 미만이다.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33%이지만, 선진국 수준의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면 아마 50% 이상 될 것이다. 살릴 수 있는 환자가 반은 죽는다는 말이다.
병원마다 응급실이 있고, 구급차가 긴급 이송하는 시스템이 있지 않나.
응급환자가 생기면 구급차가 이송하면서 먼저 병상이 있는 병원이 어딘지 전화로 여기저기 수소문 한다. 병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긴급한 환자와 덜 긴급한 환자가 구분되지 않은 채 응급실로 몰리기 때문이다.
운이 좋아 병상이 있어도 긴급환자를 신속히 수술할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응급환자의 신속한 이송, 최고 의료진에 의한 즉각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무엇이 문제인가.
선진국과 우리나라가 다른 점은 선진국은 '톱-다운'방식이고, 우리는 '버텀-업'방식이라는 것이다.
선진국은 응급환자를 이송해 구급대원 등이 간단한 검진표를 통해 환자를 4단계로 분류한다. 가장 위급한 1단계 환자는 중증 외상센터에 즉시 이송하여 놓는다. 그러면 거기서 긴급한 수술을 통해 목숨을 살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응급단계에 대한 구분없이 병상이 있는 병원으로 이송한다. 목숨이 위태로운 1단계 환자도 우선 가까운 병원에 가고, 점점 큰 병원으로 밑에서부터 올라가는 식이다. 그러는 사이에 골든아워(Golden Hour)를 놓쳐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
'골든아워'가 무엇인가.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살 수 있는 한계선이다. 통상 아무리 위급한 환자도 1시간 이내에 중증 외상센터를 찾아 적절한 수술을 받으면 살릴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이 잘 갖춰진 미국 메릴랜드주의 경우 예방가능 사망률이 5% 미만이다.
중증 외상센터가 어떤 곳인지.
응급환자 중에서 목숨이 경각에 달린 사람들을 치료하는 일종의 사회적 안전망이다. 1단계 응급환자를 위한 충분한 병상과 수술시설이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하고, 응급의학과 전문의, 외상외과 전문의 등이 상주하며 필요한 수술을 즉시 할 수 있어야 한다.
중증 외상센터가 있는 곳에서는 응급환자의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중증 외상센터가 없어 예방가능 사망률이 높은 것이다.
외국은 어떤가.
선진국들은 대부분 중증외상센터가 잘 돼 있다. 예를 들면 영국은 일반적 정규 수술은 많이 기다린다. 그런 것을 보고 마치 의료가 낙후된 듯이 얘기하지만, 많이 대기해야 하는 불편함은 그저 불편일 뿐이다. 하지만 긴급한 수술을 요하는 중증외상분야에는 어마어마한 시설과 공공재를 투자한다. 분명한 사실은 런던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쇼크상태에 빠져 사경을 헤매는 사고를 당했을 때 제대로 치료를 못 받아 허무하게 죽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선진국뿐 아니라 오만, 대만, 칠레 등도 이런 시스템이 잘 돼 있다.
무엇부터 해야 하나.
중증 외상센터를 설립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 외상분야는 공공적 성격이 강하면서도 재원이 많이 투자돼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국에 최소 6개의 권역별 외상센터가 필요하다. 이것이 되면 응급환자 발생시 4단계로 분류하는 매뉴얼을 만들고, 긴급 이송체계를 갖출 수 있다.
센터를 담당할 인력은 충분한가.
외과의사가 갈수록 줄어들어 인력부족에 직면한 지 오래다. 특히 외상외과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인력 수급 대책이 없다. 충분한 보상을 통해 외과의사를 확보하거나, 아니면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