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부소장
정부의 '3·22 부동산 대책'을 보며 또 다시 한숨을 내쉬게 된다. 현 정부 들어 나온 10여 차례의 부동산 대책은 모두 부양책 기조였다. 정부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서민주거 중심의 주택정책을 고민하기보다는 단기적인 주택시장 부양에 골몰했다. 이번 대책도 기본적으로는 부양책에 가깝다. 이번 대책 내용은 당초 예정됐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부활하는 대신 주택 취득세를 절반으로 감면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다.
그런데 잘 뜯어보면 정부의 이번 DTI규제 부활 대책은 규제 부활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부는 고정금리-비거치식 대출자에 대해서는 총부채상환비율을 예전보다 15% 포인트 이상 늘려주기로 했다. 대출 상환 방식만 바꾸면 대출한도를 오히려 총소득 대비 40~60%에서 55~75% 가량 늘려주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DTI규제는 금융소비자들을 금융기관의 '약탈적 대출'로부터 보호하는 기본적인 방어막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해 8·29대책에서 올해 3월까지 DTI규제를 풀어 오히려 가계부채 급증을 유도했다.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보다는 가계부채를 동원해 건설업계와 부동산시장을 부양하려 한 것이다.
그렇게 해 가계부채가 다시 급증하자 예정대로 DTI규제를 다시 묶는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고정금리-비거치식 대출자에 대해서는 DTI 한도를 늘려준 것이다.
건설 기득권세력 위한 부양책
소득의 40~60%를 빚으로 내는 가계가 정상적 가계생활을 할 것으로 보기도 어려운데, 조건이 붙기는 하지만 그 비율을 55~75%까지 늘려도 된다는 정부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이처럼 '3·22대책'도 서민 주거 안정보다는 다주택 투기자들과 건설업계 등 기득권세력을 위한 부동산 부양책에 가깝다. 그렇다고 이 같은 대책들로 집값 거품을 떠받치는 것도 어렵다.
따라서 길게 보면, 실거래가 기준으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2008년 중반 (버블세븐은 2006년 말) 고점을 찍고 대세하락중이라고 할 수 있다. 실거래가 기준으로 서울의 경우 2008년 말 20% 가량 1차 하락한 뒤 1차 반등기 (2009년 1~9월)에 15% 반등한 뒤 2차하락기(2009년 10월~2010년 8월)에 11% 가량 하락했다.
이어 지난해 8·29대책 이후 1개월 가량 뒤인 2010년 10월부터 이어진 2차 반등 폭은 올해 2월까지 2.5% 정도에 불과해 반등폭이 매우 미미했다. 이미 정부의 온갖 부동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의 반등 에너지가 고갈돼 있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이미 DTI 규제해제 효과가 거의 소진되고 있었음을 나타낸다.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도 지난해 12월 이미 단기 고점을 찍고 다시 재하락중이다. 결국 DTI규제를 해제해 막대한 가계부채를 기반으로 한 투기를 유도했으나 상승세는 4개월 가량 지속됐을 뿐이고 반등폭도 2.5% 정도로 미미한 상태에서 일단락되고 있다.
DTI규제 해제로 가계부채 키워
그 결과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지난해 중반기에 주춤했던 가계부채는 8·29대책 이후 다시 폭증했다. 기준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태에서 버블을 더욱 키운 셈이 됐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이미 가계 빚을 더 늘리기 힘든 상황에서도 꺼져가는 부동산 투기 심리를 불러일으키겠다며 무리수를 두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부동산 투기 부양책은 역사에서 씻기 힘든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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