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다"
4대강사업보다 경제성 높은 신공항 백지화는 잘못
중앙집권· 지역주의· 금권정치 3대 장벽 극복해야
내일신문은 창간 17주년(일간 10주년)을 맞이해 <한국정치의 내일을 말하다>라는 기획인터뷰를 진행한다. 대한민국 정치발전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여야의 대선주자를 비롯한 유력 정치인, 대표적인 지식인 등을 독자들과 함께 인터뷰해 정치 발전의 사회적 공론과 비전을 국민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편집자
이장에서 장관에 이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자 참여정부 핵심인사로 알려진 김두관 경남도지사. 김 지사와의 인터뷰는 봄비가 내린 4월 7일 오후 서울의 모 호텔 비즈니스센터에서 1시간 반 가까이 진행됐다. 그는 시종일관 자신 있는 태도로 민감한 질문도 비껴가지 않고 담담하게 답했다. 비록 무소속 지사이지만 정치색은 분명했고, 정치적 주관도 뚜렷했다. 국민들로부터 차기나 차차기 대선주자로 주목받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한국정치의 현주소를 어떻게 보나.
현직 행정책임자로서 현실정치를 진단하는 것에 대해 솔직히 부담스럽다.
다만 개인적으로 볼 때 한국정치는 중앙집권성이 굉장히 강하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중앙집권도가 가장 강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이 자체가 정치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나는 강력한 분권과 균형발전이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관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본다.
그리고 여전히 지역주의라는 큰 틀이 한국정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다. 물론 지난해 6.2지방선거를 통해 지역주의라는 강고한 벽에 구멍을 하나 정도 내기는 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이나 대선에서 지역주의가 강고해질지 극복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총선에서는 지역주의라는 틀이 극복될 가능성이 좀 있지만 대선에서는 여전히 지역변수가 상수이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 아직 남아있는 금권정치 이런 것도 한국정치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다만 최근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정책개발을 위해 노력하면서 가치나 노선중심의 정당으로 바뀌고 있는 점은 희망이자 긍정적인 변화라고 본다.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만든 중앙집권, 지역주의, 금권정치라는 3가지 장치를 개혁해야 정치가 발전하고, 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
그래야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워 질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지방정책에 대해 '수도권 중심의 지방홀대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는데.
참여정부에서 국정과제로 추진했던 지방화,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MB정부 들어와서 크게 후퇴했다고 본다. 참여정부 시절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등을 담당하는 주무부처 장관을 지낸 경험이 있다. 당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강조했던 이유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중앙과 지방이 균형발전하고 상생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신행정건설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오히려 수도권 공동화 현상이 나타났고, 수도권과 지방이 대립하는 것처럼 나타났다. 강력한 균형발전 정책을 취했지만 수도권이 거대한 블랙홀이 돼서 모든 것을 다 빨아들이는 상황이 됐다.
지금 이명박 정부에서는 지속적인 수도권 규제완화 추진, 세종시 문제, 그리고 최근 주택 취득세 세율 50% 인하까지 수도권 중심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 동남권 신국제공항도 수도권에 대응한 동남권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인데도 정부는 지역이기주의 문제로 인식해 백지화 했다. 이 같은 지방홀대 정책은 심각한 기회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다.
비록 정부가 바뀌긴 했지만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과 분권정책은 승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잘 했던 정책은 승계해야 한다. 특히 균형발전과 분권정책은 그렇다.
아무튼 신공항 백지화를 계기로 분권을 통한 균형발전을 추진하는 것이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는 점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지방의 경쟁력은 곧 국가의경쟁력이기도 하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 발표를 보면 신공항이 필요 없다는 이유 대부분이 여객기준이다. 그러나 우리는 물류 기준에서 필요하다고 본다. 실제 우리나라 수출의 상당부분을 동남권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보면 신국제 공항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더구나 이번에 백지화 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년에 총선이나 대선에서 다시 공약으로 등장할 것인데 그러면 불씨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 꼭 결정해 달라고 했던 것이다. 오죽하면 박근혜 한나라당 전대표도 공약을 채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미 그렇게 밝히지 않았나.
선거 국면에서는 여러 가지 공약을 할 수 있지만 당선 후 잘 정리할 필요도 있다. 신공항 문제는 정부가 기대치를 너무 높이고 시간만 끌었다. 결과가 이렇게 나올 것 같았으면 객관적 용역이나 실사를 통해 진작 양해를 구했어야 한다.
이제 와서 비용대비 편익(B/C)이 낮다며 경제성을 이야기하는데 인프라가 취약한 지방은 웬만해서는 B/C가 1이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신공항은 4대강 사업에 비해 훨씬 경제성이 높다. 4대강 사업은 국민 반대에도 강행해서 올해 안에 끝낸다고 하면서, 신공항사업은 당장 공사를 시작하는 것도 아닌데 백지화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현재 무소속 단체장인데 특정 정당에 가입할 계획이 있는지 말해 달라.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정당도 있다.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 당시 무소속으로 남겠다고 도민들에게 약속했다. 또 최근 지역에 있는 방송사에서 도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는데 우리 도민의 62% 정도가 무소속을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친한 정당도 있고, 가까운 동지들도 있지만 도지사로 있는 동안은 무소속 유지 약속을 지킬 생각이다. 다만 향후에 국민과 잘 소통하고, 국가의 장기 비전을 잘 만드는 당이 있다면 같이 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도민들이 양해해 줘야 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
4대강사업 추진에 대한 반대는 유효한 것인가.
변함이 없다. '보' 공정이 70%를 넘어 올 연말이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다. 그런데 '보'와 준설은 마무리되겠지만 그게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낙동강 유역에 '보'가 8개인데 용어상 '보'이지만 국제용어로는 댐이다. 10억톤의 물을 담수하게 된다. 이수의 입장에서 보면 10억톤의 물을 잘 이용하는 것이고, 치수로 보면 한강홍수통제처럼 잘 관리해야 한다. 우리는 사업권을 회수당하고 소송을 진행 중인데 비록 소송이 실효성이 떨어지지만 우리가 문제제기함으로써 불법폐기물도 많이 적발되고 있다. 이처럼 낙동강 사업이 중앙정부차원에서 마무리되더라도 식수원을 지키고, 폐기물처리 문제나 농경지 침수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중앙정부에 요구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금융지주 소속인 경남은행을 지역상공인들이 인수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경남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3528억)은 이미 약 90%가 상환(3175억)됐다. 경남은행이 도민 품으로 환원돼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경남의 GRDP(1인당 지역내총생산)는 75조 4919억원으로 국내 3위의 경제규모다.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 강화를 위해 경남은행 인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우리금융을 전체적으로 매각 한다면 인수가 쉽지 않을 것이고,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으로 분리 매각한다면 적극적으로 인수를 추진할 생각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한 것 같다. 특히 지금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잘돼 있는 시대인데 이명박 대통령은 그런 점에 익숙하지 않은 리더십인 것 같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결여돼 있다든지 공권력을 남용한다는 지적에 대해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4대강 문제만 해도 많은 국민들이 반대를 하고 있고, 우리 도를 비롯한 지방정부에서 문제제기하고 있음에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소통의 부재로 볼 수 있다.
진정성을 갖고 잘 설명을 하면 국민들이 이해를 해 줄 텐데 요즘은 신뢰가 많이 깨져서 정부 발표를 안 믿으려 한다. 방사능 관련해서도 그렇고…. 공자가 나라를 지키는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세 가지 즉 병사 식량 국민의 신뢰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국민의 신뢰라고 말한 것처럼 신뢰가 깨지면 안 되는 것 같다.
정치지도자의 리더십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아덴만 작전' 같은 경우 굉장한 성과를 올렸는데 참모들의 건의를 받아서 대통령이 판단하고 결정한 것이다. 국민들이 환호했다. 물론 그것도 대통령 공으로 하기보다는 작전에 참여한 지휘관들의 공으로 돌렸으면 대통령이 더 올라가지 않았을까 아쉽기는 하지만 어찌됐든 최고지도자가 상황에 대한 판단력과 통찰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아덴만 작전'은 잘했다.
이른바 친노 진영의 분화, 분열양상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도정을 맡고 있다 보니 그런 부분에 대해 한 걸음 떨어져 있는 입장이다. 그러나 2012년에 진보개혁진영이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고, 그런 흐름을 잘 이어 정권교체를 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이런 총론은 친노 진영이 전부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각론에 가면 조금 다를 수 있고, 실제로 조금씩 나눠져 있다. 하지만 총선, 대선과정에서 연합정치 또는 연대와 단결은 필수불가결할 것으로 본다. 크게 하나가 돼서 가면 해 볼 만 할 텐데 서로 입장이 다르니까…. 야권 지도자들은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당이나 정파입장에서 보면 복잡하다. 하지만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국민들이 지지할 수 있는 믿음을 주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하다.
노 전 대통령의 정책 중 계속 추진할 것과 극복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무엇보다도 국가균형발전, 지방분권을 위해 노력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미완의 과제로 여전히 남아 있고 내가 역할을 하고 싶다. 어찌됐든 참여정부가 권위주의 정치 문화를 청산한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권위주의 체제를 붕괴, 단절시키고, 민주주의 발전을 앞당겼다고 생각한다. 검찰 국정원 등 국가권력기관을 국민에게 돌려주려고 했던 점도 의미있다고 평가한다. 반면, 참여정부가 양극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것 같다. 자산의 양극화, 부동산 문제, 노동의 문제를 비롯한 빈부격차의 문제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하나
아직 전망을 하기는 이른 것 같다. 특히 대선은 1년 8개월이나 남아있기 때문에 많은 변수가 있다. 총선이든 대선이든 야권 단일화가 관건이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등 야권이 나름대로 지분을 갖고 있지만 단독으로 집권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그래서 단일화가 중요하다. 특히 부산·경남 지역의 경우는 이번 김해을 선거가 야권단일화의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할 것 같다. 야권에서 젊고 참신한 인물을 단일화해서 내는 흐름이 형성된다면 부산, 경남에서 두 자릿수 이상 의석을 확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
박근혜 손학규 유시민 등 차기 대선 유력주자들의 대선행보에 대해 어떻게 보나.
굉장히 조심스럽다. 각 정당을 대표하는 분들이 선의의 경쟁을 시작했다고 본다. 이외에도 민주당의 정세균, 정동영 최고위원, 진보진영에는 노회찬 전 의원과 이정희 대표가 있다. 숨어 있는 사람 중에는 박원순 변호사도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복지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하는 등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를 시작했고,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분당을 출마라는 어렵고 큰 결단을 내렸다. 유시민 대표는 국민참여당의 가치 있는 1석을 확보하기 위해 김해을 재보선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자의 영역에서 국민지지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 이제 남은 시간동안 어느 대선 후보가 국가 경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다가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 본다.
현재 한국사회의 시대정신과 2012년 대선 화두에 대해 말해 달라.
지금은 공정사회가 화두가 돼 있는데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정의라 할 수 있다. 복지 정의 평화 등 어찌 보면 교과서적인 문제들이다. 우리사회가 한 때 박정희대통령의 성장 모델을 필요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아무래도 복지 문제가 화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가가 사회적,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가 제대로 갈 수 없다고 본다. '줄푸세'를 주장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까지 생애주기별 복지를 이야기하는 것도 이러한 시대정신의 표출로 본다.
잠재적 대선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차기 대권에 도전 의사가 있는지.
어려운 지역에서 도전해 세 번째 만에 어렵게 당선돼서 과분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도지사에 당선된 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았다. 해결해야 할 현안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다. 나는 정치인으로서 이슈 파이팅에 능하지도 않고 글을 잘 쓰거나 말을 잘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도지사로서 정책과제와 일로써 성과를 내야 정치인으로서의 미래가 열릴 수 있다고 본다. 고마운 말씀으로 듣고 도정에 전념할 생각이다.
대담 김종필 정치팀장 jpkim@naeil.com
김두관 경상남도지사는
1959년 경남 남해 출생. 남해제일고등학교(전 남해종합고등학교), 경북전문대학(전 영주경상전문대학 행정학과)와 동아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경상남도 남해 고현면 이어리 이장, 남해신문(주)대표이사 겸 발행·편집인을 지냈고, 제38·9대 남해군수(민선 1,2기)와 명예 농림부장관 · 제5대 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했다.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과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을 지냈다. 현재 경상남도 도지사(민선5기, 무소속)을 맡고 있다.
<김종필의 국민과 함께 묻다-한국정치의 내일을 말하다>코너는 내일신문 독자(유권자)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갑니다. 다음의 네트워크로 '희망질문'에 참여주시면 에서 제공하는 '책'을 선물로 증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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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사정으로 미 게재된 내용을 포함한 인터뷰 기사전문은 내일신문 홈페이지(www.naeil.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윤여준, 정동영, 인명진, 정세균, 김문수, 박지원, 이만섭, 이회창, 오세훈, 박희태, 손학규, 김무성, 유시민,
김두관 포함 이후 게재분)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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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보다 경제성 높은 신공항 백지화는 잘못
중앙집권· 지역주의· 금권정치 3대 장벽 극복해야
내일신문은 창간 17주년(일간 10주년)을 맞이해 <한국정치의 내일을 말하다>라는 기획인터뷰를 진행한다. 대한민국 정치발전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여야의 대선주자를 비롯한 유력 정치인, 대표적인 지식인 등을 독자들과 함께 인터뷰해 정치 발전의 사회적 공론과 비전을 국민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편집자

한국정치의 현주소를 어떻게 보나.
현직 행정책임자로서 현실정치를 진단하는 것에 대해 솔직히 부담스럽다.
다만 개인적으로 볼 때 한국정치는 중앙집권성이 굉장히 강하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중앙집권도가 가장 강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이 자체가 정치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나는 강력한 분권과 균형발전이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관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본다.
그리고 여전히 지역주의라는 큰 틀이 한국정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다. 물론 지난해 6.2지방선거를 통해 지역주의라는 강고한 벽에 구멍을 하나 정도 내기는 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이나 대선에서 지역주의가 강고해질지 극복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총선에서는 지역주의라는 틀이 극복될 가능성이 좀 있지만 대선에서는 여전히 지역변수가 상수이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 아직 남아있는 금권정치 이런 것도 한국정치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다만 최근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정책개발을 위해 노력하면서 가치나 노선중심의 정당으로 바뀌고 있는 점은 희망이자 긍정적인 변화라고 본다.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만든 중앙집권, 지역주의, 금권정치라는 3가지 장치를 개혁해야 정치가 발전하고, 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
그래야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워 질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지방정책에 대해 '수도권 중심의 지방홀대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는데.
참여정부에서 국정과제로 추진했던 지방화,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MB정부 들어와서 크게 후퇴했다고 본다. 참여정부 시절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등을 담당하는 주무부처 장관을 지낸 경험이 있다. 당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강조했던 이유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중앙과 지방이 균형발전하고 상생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신행정건설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오히려 수도권 공동화 현상이 나타났고, 수도권과 지방이 대립하는 것처럼 나타났다. 강력한 균형발전 정책을 취했지만 수도권이 거대한 블랙홀이 돼서 모든 것을 다 빨아들이는 상황이 됐다.
지금 이명박 정부에서는 지속적인 수도권 규제완화 추진, 세종시 문제, 그리고 최근 주택 취득세 세율 50% 인하까지 수도권 중심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 동남권 신국제공항도 수도권에 대응한 동남권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인데도 정부는 지역이기주의 문제로 인식해 백지화 했다. 이 같은 지방홀대 정책은 심각한 기회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다.
비록 정부가 바뀌긴 했지만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과 분권정책은 승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잘 했던 정책은 승계해야 한다. 특히 균형발전과 분권정책은 그렇다.
아무튼 신공항 백지화를 계기로 분권을 통한 균형발전을 추진하는 것이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는 점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지방의 경쟁력은 곧 국가의경쟁력이기도 하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 발표를 보면 신공항이 필요 없다는 이유 대부분이 여객기준이다. 그러나 우리는 물류 기준에서 필요하다고 본다. 실제 우리나라 수출의 상당부분을 동남권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보면 신국제 공항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더구나 이번에 백지화 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년에 총선이나 대선에서 다시 공약으로 등장할 것인데 그러면 불씨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 꼭 결정해 달라고 했던 것이다. 오죽하면 박근혜 한나라당 전대표도 공약을 채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미 그렇게 밝히지 않았나.
선거 국면에서는 여러 가지 공약을 할 수 있지만 당선 후 잘 정리할 필요도 있다. 신공항 문제는 정부가 기대치를 너무 높이고 시간만 끌었다. 결과가 이렇게 나올 것 같았으면 객관적 용역이나 실사를 통해 진작 양해를 구했어야 한다.
이제 와서 비용대비 편익(B/C)이 낮다며 경제성을 이야기하는데 인프라가 취약한 지방은 웬만해서는 B/C가 1이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신공항은 4대강 사업에 비해 훨씬 경제성이 높다. 4대강 사업은 국민 반대에도 강행해서 올해 안에 끝낸다고 하면서, 신공항사업은 당장 공사를 시작하는 것도 아닌데 백지화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현재 무소속 단체장인데 특정 정당에 가입할 계획이 있는지 말해 달라.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정당도 있다.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 당시 무소속으로 남겠다고 도민들에게 약속했다. 또 최근 지역에 있는 방송사에서 도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는데 우리 도민의 62% 정도가 무소속을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친한 정당도 있고, 가까운 동지들도 있지만 도지사로 있는 동안은 무소속 유지 약속을 지킬 생각이다. 다만 향후에 국민과 잘 소통하고, 국가의 장기 비전을 잘 만드는 당이 있다면 같이 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도민들이 양해해 줘야 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
4대강사업 추진에 대한 반대는 유효한 것인가.
변함이 없다. '보' 공정이 70%를 넘어 올 연말이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다. 그런데 '보'와 준설은 마무리되겠지만 그게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낙동강 유역에 '보'가 8개인데 용어상 '보'이지만 국제용어로는 댐이다. 10억톤의 물을 담수하게 된다. 이수의 입장에서 보면 10억톤의 물을 잘 이용하는 것이고, 치수로 보면 한강홍수통제처럼 잘 관리해야 한다. 우리는 사업권을 회수당하고 소송을 진행 중인데 비록 소송이 실효성이 떨어지지만 우리가 문제제기함으로써 불법폐기물도 많이 적발되고 있다. 이처럼 낙동강 사업이 중앙정부차원에서 마무리되더라도 식수원을 지키고, 폐기물처리 문제나 농경지 침수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중앙정부에 요구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금융지주 소속인 경남은행을 지역상공인들이 인수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경남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3528억)은 이미 약 90%가 상환(3175억)됐다. 경남은행이 도민 품으로 환원돼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경남의 GRDP(1인당 지역내총생산)는 75조 4919억원으로 국내 3위의 경제규모다.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 강화를 위해 경남은행 인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우리금융을 전체적으로 매각 한다면 인수가 쉽지 않을 것이고,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으로 분리 매각한다면 적극적으로 인수를 추진할 생각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한 것 같다. 특히 지금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잘돼 있는 시대인데 이명박 대통령은 그런 점에 익숙하지 않은 리더십인 것 같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결여돼 있다든지 공권력을 남용한다는 지적에 대해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4대강 문제만 해도 많은 국민들이 반대를 하고 있고, 우리 도를 비롯한 지방정부에서 문제제기하고 있음에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소통의 부재로 볼 수 있다.
진정성을 갖고 잘 설명을 하면 국민들이 이해를 해 줄 텐데 요즘은 신뢰가 많이 깨져서 정부 발표를 안 믿으려 한다. 방사능 관련해서도 그렇고…. 공자가 나라를 지키는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세 가지 즉 병사 식량 국민의 신뢰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국민의 신뢰라고 말한 것처럼 신뢰가 깨지면 안 되는 것 같다.
정치지도자의 리더십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아덴만 작전' 같은 경우 굉장한 성과를 올렸는데 참모들의 건의를 받아서 대통령이 판단하고 결정한 것이다. 국민들이 환호했다. 물론 그것도 대통령 공으로 하기보다는 작전에 참여한 지휘관들의 공으로 돌렸으면 대통령이 더 올라가지 않았을까 아쉽기는 하지만 어찌됐든 최고지도자가 상황에 대한 판단력과 통찰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아덴만 작전'은 잘했다.
이른바 친노 진영의 분화, 분열양상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도정을 맡고 있다 보니 그런 부분에 대해 한 걸음 떨어져 있는 입장이다. 그러나 2012년에 진보개혁진영이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고, 그런 흐름을 잘 이어 정권교체를 했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이런 총론은 친노 진영이 전부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각론에 가면 조금 다를 수 있고, 실제로 조금씩 나눠져 있다. 하지만 총선, 대선과정에서 연합정치 또는 연대와 단결은 필수불가결할 것으로 본다. 크게 하나가 돼서 가면 해 볼 만 할 텐데 서로 입장이 다르니까…. 야권 지도자들은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당이나 정파입장에서 보면 복잡하다. 하지만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국민들이 지지할 수 있는 믿음을 주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하다.
노 전 대통령의 정책 중 계속 추진할 것과 극복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무엇보다도 국가균형발전, 지방분권을 위해 노력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미완의 과제로 여전히 남아 있고 내가 역할을 하고 싶다. 어찌됐든 참여정부가 권위주의 정치 문화를 청산한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권위주의 체제를 붕괴, 단절시키고, 민주주의 발전을 앞당겼다고 생각한다. 검찰 국정원 등 국가권력기관을 국민에게 돌려주려고 했던 점도 의미있다고 평가한다. 반면, 참여정부가 양극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것 같다. 자산의 양극화, 부동산 문제, 노동의 문제를 비롯한 빈부격차의 문제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하나
아직 전망을 하기는 이른 것 같다. 특히 대선은 1년 8개월이나 남아있기 때문에 많은 변수가 있다. 총선이든 대선이든 야권 단일화가 관건이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등 야권이 나름대로 지분을 갖고 있지만 단독으로 집권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그래서 단일화가 중요하다. 특히 부산·경남 지역의 경우는 이번 김해을 선거가 야권단일화의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할 것 같다. 야권에서 젊고 참신한 인물을 단일화해서 내는 흐름이 형성된다면 부산, 경남에서 두 자릿수 이상 의석을 확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
박근혜 손학규 유시민 등 차기 대선 유력주자들의 대선행보에 대해 어떻게 보나.
굉장히 조심스럽다. 각 정당을 대표하는 분들이 선의의 경쟁을 시작했다고 본다. 이외에도 민주당의 정세균, 정동영 최고위원, 진보진영에는 노회찬 전 의원과 이정희 대표가 있다. 숨어 있는 사람 중에는 박원순 변호사도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복지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하는 등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를 시작했고,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분당을 출마라는 어렵고 큰 결단을 내렸다. 유시민 대표는 국민참여당의 가치 있는 1석을 확보하기 위해 김해을 재보선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자의 영역에서 국민지지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 이제 남은 시간동안 어느 대선 후보가 국가 경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다가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 본다.
현재 한국사회의 시대정신과 2012년 대선 화두에 대해 말해 달라.
지금은 공정사회가 화두가 돼 있는데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정의라 할 수 있다. 복지 정의 평화 등 어찌 보면 교과서적인 문제들이다. 우리사회가 한 때 박정희대통령의 성장 모델을 필요로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아무래도 복지 문제가 화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가가 사회적,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가 제대로 갈 수 없다고 본다. '줄푸세'를 주장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까지 생애주기별 복지를 이야기하는 것도 이러한 시대정신의 표출로 본다.
잠재적 대선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차기 대권에 도전 의사가 있는지.
어려운 지역에서 도전해 세 번째 만에 어렵게 당선돼서 과분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도지사에 당선된 지 아직 1년도 되지 않았다. 해결해야 할 현안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다. 나는 정치인으로서 이슈 파이팅에 능하지도 않고 글을 잘 쓰거나 말을 잘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도지사로서 정책과제와 일로써 성과를 내야 정치인으로서의 미래가 열릴 수 있다고 본다. 고마운 말씀으로 듣고 도정에 전념할 생각이다.
대담 김종필 정치팀장 jpkim@naeil.com
김두관 경상남도지사는
1959년 경남 남해 출생. 남해제일고등학교(전 남해종합고등학교), 경북전문대학(전 영주경상전문대학 행정학과)와 동아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경상남도 남해 고현면 이어리 이장, 남해신문(주)대표이사 겸 발행·편집인을 지냈고, 제38·9대 남해군수(민선 1,2기)와 명예 농림부장관 · 제5대 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했다.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과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을 지냈다. 현재 경상남도 도지사(민선5기, 무소속)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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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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