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노동자 14명 가계부 분석
"발버둥쳐보지만 살림 안 나아져"
서울지하철 8호선에서 청소일을 하는 문정숙(여·50·성남시 금광동)씨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달간 228만5000원을 벌었다.
두 아들과 함께 사는 그는 이 기간 식료품비(59만2000원), 주거수도광열비(20만원) 등 불가피한 지출을 제외하고는 씀씀이를 최대한 줄여 166만9000원을 썼다. 그 결과 61만6000원을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밀린 카드빚 80만원을 갚고 나니 또 18만4000원 적자였다. 문씨는 "병원비 21만원도 줄이려 했으나 치통이 심해져서 그럴 수 없었다"며 "아무리 발버둥치지만 살림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원강사인 김형근(26·서울 신림동)씨는 지난 2·3월 두달간 강의료와 아르바이트 수입 등으로 164만5000원을 벌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생활비로 181만4000원을 지출해 16만9000원 적자를 냈다. 아침을 겸한 점심과 저녁식사로 드는 하루 식비는 5000원. 친구와 함께 생활하는 주거비는 20만원. 친구와 영화 한 편. 알뜰하게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지만 매달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대학 때 빌린 학자금을 갚지 못해 마음의 부담이 크다"며 "지난 1월 학원 문을 닫았을 때 실업급여 혜택을 봤더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12일 서울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임금 노동자 14명의 두달치 가계부를 분석해 공개했다. 조사대상은 청소노동자 10명, 학원강사 등 아르바이트 2명, 전자업체 파견직 2명 등이었다. 이들 나이는 60대 2명, 50대 7명, 40대 1명, 30대 1명, 20대 3명이었다. 가계부 양식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방식과 같게 했다.
조사결과 이들의 가계수지는 통계청 소득하위 1분위(하위 20%)와 비슷했다. 이들의 월 평균 임금은 154만원이고, 지출은 170만원으로 매달 16만원 적자였다.
저임금 노동자의 의식주 교통 통신 교육비 등 필수적인 생활비 비중은 월 소득의 75%였다. 오락문화비는 0.3%(6000원)에 불과해 4.3%(12만6000원)을 쓰는 전국가구평균과 대조적이었다. 의료비는 한 달 평균 10.4%(17만원)으로 비중이 높았다. 전국가구평균은 5.1%(15만2000원)였다.
민주노총 이정호 미조직비정규실장은 "이번 조사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이 매달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대부분 비정규직인 저임금 노동자들은 사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어려움이 컸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정부가 국가고용전략에서 고용취약계층을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이들의 가계부는 파탄 지경"이라며 "최저임금을 현실화해 저임금 노동자의 가계적자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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