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또 하나의 ‘빚 폭탄’ 지방공사(김진동)

지역내일 2011-04-14

김진동 논설고문

가계만 빚더미에 올라 앉은 게 아니다. 공기업도 빚 투성이고 국가도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심지어는 지방공사까지 부채 덩어리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눈덩이처럼 부풀어오르는 빚 위에 세운 설상누각 꼴이다. 부채 공화국이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가계·정부부채와 함께 공기업과 지방공사의 빚이 해가 갈수록 급속하게 불어나고 있다. 27개 공기업의 부채가 지난해 말 271조951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4조원이 늘었다. 지난해 예산 292조8000억원에 거의 육박하는 규모다. 부채 규모도 엄청나지만 증가속도도 가파르다. 총자산 대비 부채비율도 157.4%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문제는 공기업 부채가 앞으로도 급증할 것이라는 점이다. 내년에는 3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데도 방만한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거나 책임을 묻지도 않고 개선책도 내놓지 않는다. 오히려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등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서슴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신의 직장이라는 비아냥과 비판이 쏟아질까.

경쟁적으로 추진했던 개발사업이 부채 급증 주범

물론 할말은 있을 것이다. 지난해 16조원 이상 빚이 늘어난 LH공사는 보금자리주택 때문에, 5조원 이상 증가한 수자원공사는 4대강사업 때문에, 한국전력은 전기요금 인상억제 탓에,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는 해외자원개발 때문에 등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느라 그랬다고 핑계를 댄다.

뼈를 깎는 자구노력 없이 남의 탓으로 돌리는 행태는 또 다른 도덕적 해이일 뿐이다. 정부 정책에 떠밀린 불가피한 측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방만한 경영에 높은 연금과 성과급 잔치로 파산위기를 자초한 공기업의 변명치고는 낯간지럽기 짝이 없다.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는 지방공사도 공기업과 다르지 않다. 더했으면 더했지 뒤지지 않는다. 지자체를 대신해서 각종 개발사업과 지하철 운영을 맡고 있는 전국 51개 지방공사의 부채가 46조원에 달한다. 2006년보다 23조원(106%) 이상 늘어났다. 4대강 사업비의 2배, 세종시 사업비의 3배와 맞먹는 수준이다. 연간 이자만 1조원이 넘는다. 2014년까지 내야 할 이자도 5조6000억원에 이른다.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추진했던 각종 개발사업이 부채 급증의 주범이다. 선거 때만 되면 표를 노린 정치적 인기 공약이 남발되고 선심성 개발 약속이 난무한다. 재선을 노린 한 건 주의도 극성을 부린다. 서울 도심을 발칵 뒤집어 놓은 뉴타운과 택지개발에 집중했던 SH공사와 경기도공사, 인천도시공사 등 수도권 3개 공사가 진 빚만 26조원으로 전체의 60%에 달한다. 무분별하게 경쟁적으로 벌인 지역개발 사업과 선거 선심성 행정이 빚은 결과다.

공사의 대부분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면서 겁도 없이 월급을 올리고 성과급 잔치를 벌여왔다. 빚을 감당하지 못하여 파산하면 지자체가 메워야 한다. 결국은 주민 피해로 돌아온다. 지자체가 감당을 못하면 정부가 떠안아야 한다. 공기업부채를 정부가 갚아주지 않을 수 없듯이 지방부채도 정부부채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국민세금 지원을 믿고 있는 지자체는 빚을 져도 느긋하다. 지방공사 부채는 정부 부채에 잡히지 않는 '숨겨져 있는 빚 폭탄'이다. 정부와 국회의 감시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구조여서 도덕적 해이가 거리낌 없이 자행돼왔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국가부채는 400조원에 근접했다. GDP대비 35.5%에 이르렀다. 정부는 걱정 없는 수준이라고 호언한다. 그러나 실질적 국가부채(사실상 국가부채)는 14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 직접채무와 보증채무, 4대 공적연금 책임준비금 부족액, 통화안정증권 잔액, 공기업 부채 등 넓은 의미의 국가부채 역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인사검증제·주민감시제 등 구체적 처방 필요

여기에 가계부채(800조원)를 포함한 잠재적 국민부채는 2000조원이 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GDP의 2배 수준이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공기업과 지방공사의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민간기업이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이만한 부실이면 기업의 경우 경영진의 목이 수십번도 더 날아가고 인원 감축과 봉급 대폭 삭감 등 매서운 칼바람이 불었을 것이다.

만각이지만 줄파산 같은 빚 폭탄의 폭발을 예방할만한 획기적 수술이 필요하다. 인사 검증제의 도입과 낙하산 차단책, 주민감시제, 감사청구권 활성화 등 구체적인 처방전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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