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걸음질 증시, 시간이 약이다

“견디기 힘든 어려운 장세 지속될 것” … “11월 기술적 반등 가능성 기대” 주장도

지역내일 2000-10-29

<편집자 주=""> 주식시장이 10월 후반으로 접어들며 큰 폭 상승이나 하락도 없이 옆걸음질을 계속하는 지루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증시가 여전히 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KDL사태 등 악재가 터져 나와도 증시의 진폭은 크지 않은 상태다.
증시 일각에서는 대내외 악재가 대부분 반영돼 있고 지수가 바닥권에 근접해 있다는 점을 근거로 11월 낙관론이 나오기도 한다. 11월 낙관론을 펴는 쪽에서는 연기금의 주식투자, 각 기업의 자사주 매입 등으로 단기유동성이 확보될 것이고 10월 말을 기점으로 미국계 펀드의 매도공세도 마무리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 지금까지 주가의 낙폭이 지나치고 종합주가지수가 500선 근방에서 하방경직성을 보여 추가하락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주가가 바닥권에 가깝지만 상승탄력성도 없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미국증시의 대세하락 가능성이란 대외여건 악화가 자리잡고 있고 내년부터 본격화 될 국내경기 둔화도 빠른 속도로 진행될 조짐이어서 상당기간 추세반전을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추가하락도 상승도 없는 지루한 옆걸음질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처럼 중장기적 비관론을 펴는 증시 전문가들은 내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 높다. 대내외 여건이 본격적으로 국내증시에 충격을 줄 시점이 내년이라고 입을 모은다.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한국증시가 혹한기를 겪을 것이며 투자자들이 견뎌내기 힘든 장세가 지속될 것이란 주장이다.
증시전문가 5인의 의견을 통해 침체증시의 원인을 진단하고 올해 말과 내년 상반기까지의 전망을 정리해 본다.



◇굿모닝증권 이근모 전무=장세전환이 될만한 요인을 찾기 힘들다. 전반기보다 상황은 더 나빠졌다. 전반기는 미국 증시도 건강했지만 지금은 여기도 흔들려 우리 증시가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국내증시에서 시가총액대비 외국인의 주식보유율이 30%에 이른다. 대주주 지분을 제외한 전체 유동성의 50% 이상을 외국인투자자가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생각보다 이들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반해 국내의 대항세력인 기관은 구조조정에 매달려 포트폴리오 투자를 할 여건이 전혀 안 돼있다. 완충지대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외국인의 매물이 증시에 큰 영향을 주는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이 전체 지분 중 3%정도를 줄였는데도 주가는 3분이1 수준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장세전환의 계기는 국내 기관이 제 역할을 해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이 가시화돼야 하는데 국회의 논의를 거쳐 본격적으로 착수되려면 11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할 것 같다.
증시에 단기 모멘텀 구실을 할 구조조정이 제 궤도에 오르거나 대외여건인 미국시장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주가가 옆걸음질 할 가능성이 많다. 더 떨어지기도 어렵지만 올라가기도 힘든 실정이다.
한편 미국시장은 앞으로 상당기간 조정을 거칠 것이다. 미국내 투자가들의 의견도 대부분 그렇다. 이들은 다우지수가 8000포인트까지 조정을 받을 수도 있다고 전하고 있다.
향후 장세와 관련 문제는 올해보다 내년이다. 구조조정이란 단기적 목표가 사라지고 경기가 급속히 냉각되기 시작하면 한국은행이 긴축에 들어갈 가능성마저 있다.
만일 미국 시장이 8000포인트까지 하락한다면 외국인은 한국에서도 주식을 팔 가능성이 많다. 단기적으로 연말까지 장세를 지켜본 후 내년 상반기에는 주식 보유비중을 축소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포트폴리오를 다시 구성하는 것이 올바른 전략이 될 것이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 팀장=경기가 나쁘다는 것이 지지부진한 장세의 가장 큰 원인이다. 둘째는 굉장히 불안한 양상을 보이는 미국 증시다. 언제 급락할지 모르는 상태라고 판단된다. 여기에 자본시장은 금융·기업구조조정에 대해 호의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향후 장세는 당분간 지금과 같은 약세를 유지할 것이다. 올해 안에는 분위기 반전이 어렵고 내년 초까지도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 1분기 중반은 돼야 한번 정도 장세반전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시장참여자들 사이에 경기둔화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져야 한다. IMF위기를 겪은 경험 때문에 경기둔화에 대한 반응이 민감하다.
현재 추진중인 구조조정도 증시에 긍정적 역할을 하기는 힘들다. 경쟁력 확보보다 전시효과에 급급한 것 같다. 사실 구조조정은 하루 이틀 내에 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도 10년 이상 걸렸고, 스웨덴이 5년, 뉴질랜드가 7년이 걸렸다. 우리는 2년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달려드는 셈인데 11월내에 구조조정을 끝내겠다는 발상자체가 말이 안된다. 접근법 자체가 틀렸기 때문에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지금은 주가가 많이 빠져 있어서 앞으로 큰 하락은 없을 것이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옆걸음이 계속 될 것이다.
대외요인은 미국시장의 향방이 중요한데 상당히 위험한 상태라고 생각된다. 미국은 짧게는 10년, 길게 보면 17년간 주가가 상승했다. 주가에 버블이 적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 거품이 폭발적으로 해소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서방 전문가들은 세계경제의 최대 화약고로 미국 월가를 지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 침체와 소비위축의 여파가 세계적으로 충격을 줄 수 있다.
현재의 조건에선 특별한 투자전략이 나오기도 힘들고 의미도 없다. 관망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반전이 오기 전까지는 투자자들의 어려움이 클 것이다.

◇LG증권 황창중 팀장=경기둔화가 침체장세의 가장 큰 원인이다. 4분기부터는 기업실적 둔화 속도가 빨라 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1차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식 공급물량이 크게 늘어났고 기업의 신용경색까지 겹쳐 증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증시가 경기사이클에 선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빠르면 내년 하반기, 늦으면 2002년경에는 경기사이클이 상승추세로 진입할 것이다. 증시 자체로는 내년 상반기 중에, 짧게 보면 1분기에 바닥을 치고 추세반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미국증시와 유가 등 대외요인이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은 경기연착륙 신호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 내년 상반기 중에는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도 있다. 유가는 계절적으로 난방유의 가격이 문제인데 내년 1분기에는 하향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도 가격이 바닥을 형성하면 128메가로 수요가 옮겨가기 때문에 생산업체 입장에서는 어려운 고비를 벗어날 것이고 기업구조조정도 1분기에는 정리가 될 것이다. 결국 1분기를 고비로 대내외 여건은 나아질 것이다.
따라서 증시는 내년 2분기부터 호전될 가능성이 있고 늦어도 내년 하반기 중에는 추세반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 때까지는 올해 안에 기술적 반등을 한번정도 기대해 볼만하다. 11월중에 공적자금 투입, 금융구조조정 등 주변여건이 개선되면 최근의 주가급락분을 메꾸는 반등이 한 번 정도는 올 것으로 기대한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11월을 겨냥한 매수가 가능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매매타이밍을 1분기 후반이나 2분기로 잡는 전략을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지금 지수대에선 악재는 물론 앞으로 터질 악재(제2의 제3의 한국디지탈라인 사태)에 대한 우려감이 이미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 거래소의 경우 지수 500선대에서 일단 바닥을 다진 것으로 점쳐진다. 코스닥지수 역시 70선 대 이하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일단 낮다.
다만 향후 증시향방을 가름할 두가가 변수가 문제다. 대외적 변수인 미국 증시, 그리고 국내 부문 변수인 기업과 금융권 구조조정이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증시가 다시 하락기조로 돌아서고 구조조정이 차질을 빛을 경우 최악의 상황도 우려된다. 이럴 경우 주가지수는 전 저점인 485선 까지도 감수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국내적으로 일단 모든 악재가 다 나왔다는 점에서 지금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큰 폭의 추가하락은 없지만 반등 또는 상승할 가능성도 낮다는 점이다. 관건은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추진,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야 되며 여기에 미국증시가 안정을 찾을 경우 상승모맨텀을 기대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디지탈라인 부도덕한 기업들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선 증시에 호재라는 생각이다. 특히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감춰지는 것 보다 코스닥 부실기업의 퇴출은 지금 보다 더 가속화 돼야 하고 이번 사태가 계기가 되야 한다는 판단이다. 코스닥시장에서 ‘옥석가리기’가 시작됐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는 얘기다.
현재 증시에서 수급은 더 이상 나빠질 것도 없다. 때문에 지금 증시에선 언제 오르는냐가 가장 큰 관심사다. 증시는 부실기업 퇴출, 부도덕 한 벤처기업 색출, 미국증시 변동성 등 대내외 변수들에 내성이 강해졌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금이 일단 바닥권에 근접한 지수대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신한증권 정의석 투자전략부장=변동성이 확대된 미국증시에 얼마만큼 동조 할 것인가가 일단 증시향방의 변수다. 또 증시 내부적으로는 기업과 금융권 구조조정이 여전히 시한폭탄과 같은 역할을 할 전망이다.
거래소의 경우 지수영향력이 큰 삼성전자 주가 하락세가 주춤거리고 있다는 점과 연기금 등의 주식매수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더욱이 시장 참여자들은 지금 주가가 충분히 떨어졌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물론 진짜 바닥인지 가짜 바닥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바닥권을 형성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같은 변수들을 고려하더라도 상승 모맨텀이 없다는 점은 추가하락은 아니더라도 지지부진한 장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를 실을 수 밖에 없다.
또 한국디지탈라인 부도로 촉발된 동방 대신금고 불법대출에 금감원이 깊게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개혁의 주체인 금감원이 개혁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신뢰회복은 더욱 많은 시간을 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연기금 등 증시수급 개선대책이 본격 가동됐지만 투신권의 펀드운용 실적이 최악의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시장불신은 더욱 그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다. 보험사에 대한 투자한도 확대 역시 현재로선 큰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나 증시부양대책은 반짝 효과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기관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지 않는 다면 중장기 적으로도 침체증시는 헤어나기 어렵다. 낙폭과대에 따른 반등이라는 시세논리로 시장이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 있지만 추세적으로 상승무드를 타기엔 역부족적인 상황이다.
결국 지금 증시는 악성매물, 즉 장기간 보유하고 있는 물량들이 쏟아져 나오며 물갈이가 된 후에야 단순한 수급측면에서도 추세전환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제 증시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건 시간이다. 그것도 아주 길고도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한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